미국 정부가 보건복지부에서 추진 중인 새로운 약값 결정 방식(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을 수용하고 연내에 실시하는 것에 동의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 때 양국 간에 벌어졌던 '약값 갈등'이 결국 한 달도 못 돼 봉합된 것이다.
한미 '약값 갈등' 한 달 만에 봉합
복지부는 11일 미국 정부가 우리 정부의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선별 등재 방식)' 도입 계획을 용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그 구체적인 절차를 협의하기 위해 8월 21~22일 양일간 '의약품 분야 작업반(working group)' 회의를 싱가포르에서 갖기로 했다.
복지부는 "한미 FTA의 다른 분야와 협상진도를 맞출 필요도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측과 협의해 연내에는 새로운 약값 결정 방식이 반드시 시행되도록 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3차 협상 전에 추가협상을 갖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 제도의 근간은 지키되 (미국의 요구 중) 제도를 선진화하거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합리적으로 수용할 것"이라고 미국과의 협상에 임하는 기본입장을 밝혔다.
미국한테 뭘 내줬나…애초에 '특허기간 연장' 노렸나?
미국 측이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을 받아들임으로써 지난 2차 협상 때 벌어졌던 약값 갈등이 결국은 국민을 기만하기 위한 쇼가 아니었느냐는 비판이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됐다.
당시 시민단체들은 "미국이 결국은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을 양보하는 척하면서 의약품의 특허기간 연장이나 약값 결정에 다국적 제약업체들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적 정치를 마련하는 것과 같이 더 실리가 큰 것을 얻어내려 할 것"이라며 "정부가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을 추진하기 위해서 미국에 내주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복지부는 다국적 제약업체 관계자들이 약값을 결정하는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어서 이런 지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렇게 약값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넘어 의약품의 특허기간 연장을 추가협상 때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 의약품의 특허기간은 20년으로 돼 있으며, 특허가 만료되면 국내 제약업체들이 복제약(제네릭)을 생산할 수 있게 돼 해당 특허 의약품을 생산하는 다국적 제약업체는 손실을 입게 된다. 이 때문에 미국과 다국적 제약업체들은 특허·허가 신청 등에 소요되는 1~3년의 시간을 특허기간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해 왔다.
이렇게 되면 특허기간이 실제로 최대 23년으로 늘어나게 돼 신약을 소유한 다국적 제약업체들은 국내에서만 연간 수백억 원의 추가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미국은 이미 오스트레일리아와 FT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의약품 특허기간을 연장해줄 것을 요구해 관철시켰다.
3차 협상, 다음달 6일부터 나흘간 시애틀에서
한편 미국은 한미 FTA 3차 협상을 다음달 6일부터 9일까지 나흘 간 미국 시애틀에서 열자고 통보해와 그대로 확정됐다고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가 이날 밝혔다.
3차 협상 개시일이 수요일인 9월 6일로 결정된 것은 9월 4일(월)이 미국의 노동절이라는 점과 미국 정부 협상단이 연방정부 사무실이 있는 워싱턴에서 시애틀로 짐과 서류 등을 옮기는 데 하루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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