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치유에 관한 협상이 미국의 주도로 일방적으로 진행된 사실을 입증해 주는 결정적인 증거가 공개됐다.
또 미국은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4곳 더 많은 19곳의 기지를 반환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6월 한국 정부에 일방적으로 통보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우원식 의원 "미군기지 실제로 19곳 반환됐다"
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우원식 의원(열린우리당)은 지난 6월 15일 미국 국방부의 리처드 롤리스 부차관보가 한국 정부에 보내 온 서한을 공개했다. 이 서한의 일부 내용은 이미 지난 7월 24일 환경부가 국회 환노위 의원들에게 공개했으나, 그 전문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원식 의원은 "서한에 따르면 7월 15일에 반환된 15곳 외에도 카일 기지, 그레이 기지, 게리오웬 기지 등 4곳이 더 반환대상 기지에 포함돼 있다"며 "이들 4곳은 이미 국방부가 몰래 열쇠만 받았다고 해서 논란이 된 기지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환경오염 치유에 관한 협상이 종료되지 않았음에도 4곳의 열쇠를 추가로 받은 것에 대해 "정식으로 기지가 반환된 것이 아니라 경비 업무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을 속이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우원식 의원이 공개한 롤리스 차관보의 서한에는 "이 19곳의 기지들은 환경오염 치유가 완료됐기 때문에 열쇠 및 부동산 이전 서류를 2006년 7월 15일 12시에 전달하겠다"고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지하수 부유 기름 제거도 결국 한국 몫
우원식 의원은 "서한에 따르면 (19개 기지 이외에) 춘천 페이지 기지, 의정부 시어즈 기지 등 지하수 상의 부유 기름을 제거해야 하는 기지에 대해서도 미국은 '6개월만 운영하는 용역계약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며 "이것은 6개월 이후에는 부유 기름이 제거가 제대로 안 됐더라도 한국 측에 치유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한을 보면 "부유 기름 제거를 위해 계약을 맺은 6개월이 될 때 즈음에 (5곳에 대해서도) 반환 일자를 통보하겠다"며 "반환된 이후 한국 정부는 한국의 비용부담 하에 부유 기름 제거 계약을 연장해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우 의원의 지적대로 부유 기름 제거가 제대로 안 되더라도 6개월 후에 미국이 반환할 계획임을 사전에 통보한 것이다.
이밖에 서한은 "추가 시설에 대한 조치가 완료되는 대로 이들 시설의 반환 일자도 통보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우 의원은 "우리 정부가 협상이 끝나지 않았다는 기지에 대해 반환 일자를 알려주겠다는 것은 15곳 기지에 대한 협상만 끝났다는 정부 입장과 달리 모든 기지에 대한 협상이 이미 끝났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 축소은폐 의혹…사실상 기지반환 협상 끝나
이날 우 의원이 공개한 롤리스 부차관보의 서한은 지난 7월 24일 환경부가 일부 공개한 것과 중요한 대목에서 차이가 있어 축소·은폐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환경부는 당시 서한의 원문을 요약·번역한 내용을 의원들에게 공개하면서 "15곳 기지에 대해서만 7월 15일 12시에 반환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또 "지하수 상 부유기름 제거장치를 설치한 기지 5곳은 6개월 용역계약을 처리하고 완료 시점에 반환 일자를 통보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그러나 서한에는 명확하게 "19곳의 기지를 7월 15일 12시에 반환한다"고 밝히고 있을 뿐만 아니라, 5곳의 기지에 대해서도 "6개월 이후에 부유 기름 제거는 한국 정부의 몫"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부가 국내 여론의 반발을 우려해 서한의 원문을 축소·은폐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원식 의원실 관계자는 "7월 24일 환경부가 공개한 6월 15일 서한은 롤리스 부차관보의 것이 분명하다"며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서한 원문과 환경부가 그날 공개한 것은 결정적인 내용에서 서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우원식 의원은 "롤리스 부차관보의 서한대로 미국 측은 반환이 완료됐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아직도 최종 협상이 남아 있다면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며 "정부는 진실을 밝히고 최종 협상안을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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