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양대 청량음료 업체인 코카콜라와 펩시콜라가 인도에서 콜라 제조 비법을 공개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5일 영국의 <더 타임즈>와 <인디언 데일리>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 대법원은 4일 두 회사에 대해 한 달 내로 제품 성분을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따르지 않는다면 대법원은 제품 판매 중지를 결정할 수 있다.
이같은 인도 대법원의 명령은 지난 2일 인도의 환경단체 '과학환경센터(CSE)'가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제품들에 살충제 성분이 들어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데 따른 것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12개 주, 25개의 인도 공장에서 생산되는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제품 57개를 조사한 결과, 3~5종의 살충제가 발견됐다. 샘플 조사에서 발견된 살충제의 평균치는 11.85ppb(10억 분의 1을 나타내는 단위)로 인도 정부가 규정한 허용치(0.5ppb)의 24배에 해당한다는 것.
특히 이 단체는 살충제 잔유물이 특히 많이 들어 있는 11개 제품에 대해서는 즉각 판매 중지를 요청했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측은 인도 대법원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인도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은 다른 나라에서 생산되는 제품과 마찬가지로 해당 국가의 법적 기준과 엄격한 국제 기준을 따르고 있다"며 살충제 함유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나 인도에서 CSE가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에 대해 '살충제 함유 의혹'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CSE는 지난 2003년에도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인도 현지 생산공장들이 오염된 지하수를 제대로 정수하지 않고 제품을 만드는 바람에 이들 회사의 제품에서 국제 기준을 초과하는 살충제가 검출됐다는 주장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는 자신들의 제품이 안전하다고 반박했지만 CSE의 조사 결과는 인도 의회의 승인까지 받았다.
게다가 CSE는 "2003년 조사에 비해 펩시콜라의 살충제 성분은 30배 증가했고 코카콜라는 25배 늘었다"면서 인도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격렬히 비판했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측도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미 2003년 두 회사 음료에 살충제가 들어 있다는 보고서가 처음 나왔을 때 인도 전역에서는 불매운동이 벌어져 판매량이 11% 이상 급감하는 등 큰 타격을 입은 바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도 대법원이 제조비법까지 공개하라고 압박하는 사태가 빚어지자 이들 업체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더 타임즈>는 이들 업체들이 순순히 제조비법을 공개할 리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코카콜라의 경우 120년 넘게 제조 비법을 지켜 온 것으로 유명하다. 코카콜라의 회사 정책에 따르면 제조비법이 담긴 문서는 미국 애틀랜타의 한 은행 금고에 보관돼 있으며, 그곳이 어딘지는 비행기 탑승 시 절대로 함께 탑승할 수 없게 규정된 경영진 2명만이 알고 있다.
하지만 코카콜라가 최근 전세계에서 악재에 시달리는 것이 우연히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래도록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독점적 지위를 누리다가 보니 위기관리시스템이 느슨해졌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코카콜라에 독극물을 넣었다는 협박 사건에 대해 어설픈 대응을 하다가 실제상황으로 이어지면서 뒤늦게 해당 지역에 있는 모든 코카 콜라 제품을 수거하는 소동을 벌이면서 매출과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았다.
또 러시아에서는 지난달 31일 코카콜라가 소송에서 패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콜라 음료를 지속적으로 마신 것이 건강을 악화시켰다고 주장하는 러시아 여성이 코카콜라 모스크바 지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리한 것이다.
러시아 언론들은 이를 개인이 다국적 회사를 상대로 승소한 첫 사례로 크게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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