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해 마련된 유엔결의안 초안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다뤄지기도 전에 관계 당사자들로부터 혹평을 받고 있다.
6일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왈리드 모알렘 시리아 외무장관은 이날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 초안에 대해 "전쟁 지속을 위한 처방전"이라고 격렬하게 비난했다.
지난해 시리아가 29년만에 레바논에서 군대를 철수한 이후 시리아 정부 고위 관료로 처음 레바논을 찾아 주목을 받은 모알렘 장관은 또 "전쟁 종식을 위해서는 헤즈볼라가 전투를 중단하기 전에 이스라엘군부터 레바논에서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주재 시리아 대사를 지낸 그는 특히 "시리아 군대는 이스라엘이 공격할 경우 즉각 대응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레바논 사태를 빌미로 시리아를 압박하고 있는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경고로 해석된다.
모알렘 장관은 에밀 라후드 레바논 대통령과 면담을 가진 뒤에도 "이스라엘이 어떤 수단을 동원해 시리아를 지상과 공중을 통해 공격을 하더라도, 우리 지도부는 즉각 반격하도록 군에 명령을 내린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헤즈볼라와 레바논 정부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완전히 철수하지 않는 한 결의안에 구속받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번 결의안 초안이 이스라엘과 미국의 입장만 노골적으로 편을 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결의안은 레바논을 침공하고 있는 이스라엘군의 철수나, 사실상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레바논 남동부 '쉬바 팜 지역'의 반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반면 이스라엘의 자위권 보장에만 치우쳐 있다는 점에서 균형을 잃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유엔 결의안 초안이 미흡하다는 인식을 보였다. 푸틴 대통령은 6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레바논에서 자행되고 있는 적대행위들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블레어 총리와 레바논 사태에 대한 유엔 안보리결의안 마련에 대해 논의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당초 '즉각 휴전'을 촉구하기 위해 프랑스가 마련한 결의안 초안을 후퇴시키는 조건으로 합의한 미국조차 결의안의 효력에 대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6일 "유엔안보리가 7~8일 사이에 결의안을 다뤄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번 결의안은 최종적인 것이 아니라 첫 걸음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사태가 빨리 끝나길 바라지만, 당분간 상호 교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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