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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과 노무현은 '거울', 이제 그 거울을 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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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명박과 노무현은 '거울', 이제 그 거울을 깨라"

[고성국의 정치in]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진보정치학자 최장집 교수를 만난 곳은 그의 제자 박상훈 박사가 운영하는 후마니타스 출판사였다. 서교동에 있는 후마니타스 출판사는 요즘 추세와는 달리 공간도 넓고 한가하다고 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평생직장이었던 고려대학교를 2년 전에 퇴임한 후 조용한 '은퇴생활'을 즐기던 최장집 교수는 얼마 전부터 다시 사회적 발언을 시작했다. 평생 한국사회의 민주주의 문제를 붙잡고 씨름해 온 노교수가 다시 사회적 발언을 시작한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민주 정부들이 실패한 반작용의 결과가 이명박 정부"

"한국 현대사에서 이명박 정부의 '좌표'는 어디쯤 있다고 보나?"
"이명박 정부는 민주화 이후 민주정부들의 실패의 결과다. 이명박 대통령은 나와 같은 세대 사람이다. 내 세대는 권위주의적 가치를 통해 성장하고 그것을 내면화한 세대다. 이명박 대통령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지만, 상당히 권위주의적인 행태를 보여주는 '옛날 사람'이다. 이번 선거 결과도 젊은 세대들의 반대 때문이다. 그런 태도는 지금 시대에 잘 맞지 않는다."

▲ 최장집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프레시안(최형락)

"문제를 어디서부터 풀어야하나?"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한국 민주주의를 실제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역할을 했어야 했다. 그 분들이 체계적으로 일을 잘했더라면 지난 대선, 총선에서 저렇게까지 참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한국 보수 세력들도 민주적 변화에 적응했을 것이다. 재벌 중심의 성장 정책이나 민주사회 속의 권위주의적 구조와 행동 양식, 가치관까지 변화했을 것이다. (보수가) 그렇게 변화한 위에서 보수, 진보가 경쟁을 했다면 훨씬 더 질 높은 정치가 이루어지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데 실패했다. 그 실패를 반성적으로 되돌아보고, 뭐가 잘못됐는지를 따져보는 것은, 대안 세력들의 미래를 위해서 필수적으로 중요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민주화가 짧은 시간 안에 이뤄졌다. 반대로 해방, 분단으로 시작해 산업화를 거치고, 민주화에 이르는 긴 시기 동안 한국 사회의 구조의 틀이 만들어졌다. 이명박 정부 이전에 진보를 대표했던 정부들이 이런 한국 사회의 구조를 면밀하게 자각한 위에서 정책을 심도 있게 펴 나갔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민주화라는 충격이 보수 세력에 오히려 경각심을 주고 그게 강화되는 '역진(backlash)' 현상이 생긴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역사적으로 볼 때 앞선 민주화 정부들이 오랜 야당생활로 정부운영의 경험이 미숙하고 여러 가지가 부족했던 까닭에 보수 세력의 반작용으로 태어난 정권이다.

그러나 보수 세력, 이명박 정부도 보여주는 게 아무것도 없다. 이점에서 현재의 보수정부와 앞선 정부들의 관계는 하나의 거울이미지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야당이 실패한 것은 보수 세력에 대한 안티테제만 추구했던 결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지금 이명박 정부를 보면, 지난 정부의 모든 것을 반대하는 것이 보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 "보수정부 출현, 지금 보수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통치의 내용과 방식을 보더라도, 한국정치는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그 결과 사회의 모습도 그렇다. 지금 보라. 냉전 시대의 이념과 언어가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 ⓒ프레시안(최형락)
보수정부가 출현한 것도, 지금 보수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통치의 내용과 방식을 보더라도, 한국정치는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그 결과 사회의 모습도 그렇다. 지금 보라. 냉전 시대의 이념과 언어가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달라진 게 없다. 아직도 보수는 진보를 비판할 때 좌파나 빨갱이라는 말을 쓴다. 분단국가와 냉전체제에서 시작해서 지금까지, 한국의 경제나 사회는 눈부시게 변했는데,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가치관, 언어, 사회제도의 운영방식, 모든 면에 있어서 50~60년대의 그것과 달라진 것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중도실용주의를 내세우면서 40%대의 지지율을 유지했는데 최근에는 다소 떨어져서 30% 대를 기록하고 있다. 중도실용주의를 어떻게 평가하나?"
"친 서민 중도실용주의는 촛불 시위나 노무현 전 대통령 조문 정국 등을 경험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여론에 반응한 하나의 표현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내가 볼 때는 레토릭으로 끝났다.(그는 '레토릭이었다'가 아니라 '레토릭으로 끝났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보여주는, 사회경제정책, 산업, 금융정책, 고용, 교육 등 모든 정책수준에서 친 서민 중도실용주의라는 것을 찾아볼 수 없다."

"중도실용주의를 천명했음에도 경제사회 환경은 더 악화됐다고 보나?"
"악화됐다고 볼만한 지표나 경험적 자료는 가지고 있지 않다. 세계경제의 차원에서 볼 때 한국경제는 잘 나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장과 발전의 혜택은 상층에 편향돼 있다고 본다."

"야당도 사회적 소수자를 적극적으로 대표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일차적으로 야당이 개혁되기를 바란다. 어쨌든 신자유주의 이후, 지난 민주 정부 10년간 그리고 이명박 정부에 오기까지 경제 상황은 서민들에게는 지속적으로 나쁜 방향으로 진행됐다. 신자유주의 효과가 정치적인 방법으로 완화되는 과정을 갖지 못해 소외 계층이 피해를 봤다. 소득 분배 구조도 악화됐다. 이른바 진보적인 정부 하에서 노동을 배제하고, 분배구조를 비롯하여 고용, 복지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이렇다 할 중요 결정이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보적인 군소정당들이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우므로 민주당이 개혁되길 바라는데, 현 시점에서 민주당이 그런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민주당이 어떻게 변할지…."

"비전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 아닐까? 비정규직을 옹호하고 대변해봤자 어차피 선거는 지역구도 혹은 중간층 확보에서 결정 난다는 식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
"그렇다.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당을 끌어가는 주요 정치인들의 신념이나 가치, 정치적 비전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남북간 평화공존 위협, 민주주의 역진 우려에 대한 견제"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어떻게 보나?"
"정부의 권력이 굉장히 비대하고 견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권력의 행사에서 권위주의적인 요소가 많이 나타나면서 민주주의가 역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졌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견제'다. 한국 투표자들은, 권력이 권위주의화하면서 오만해지거나 독선적이 되는 것을 수용하지 않는 전통이 있다. 큰 이슈도 많았다. 세종시 문제, 4대강 사업, 그리고 최근 천안함을 둘러싼 대북 정책, 남북관계 악화 등이다. 특히 천안함 문제와 관련해 지나친 대북 강경책으로 전쟁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불안감이 커졌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 이래로 남북관계에서, 대북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평화공존, 화해협력은 보이지 않는 넓은 컨센서스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러한 콘센서스가 위협받고 있으며, 그것은 국민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게 됐다. 선거는 이런 요소들이 합쳐진 결과로 보인다. 야당이 제 힘을 가지지 못하고 견제력을 상실할 때, 다음 선거에서 국민들 스스로가 투표를 통해 견제력을 만들어내는 굉장한 반작용이 온다는 점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는 '야당의 문제'와 별개로 과도한 권력집중에 대한 반작용을 보여주는 국민의 '속성'이다. 지난날 투표의 결과를 되돌아볼 때, 일종의 '전통'으로 자리 잡은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된다."

"그런 '전통'이 다른 나라와 다른 한국정치의 특성이라고 볼 수 있나?"
"우리나라의 특성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 사회는 국가가 강하고, 제도권 안에서 승자의 권력독점이 강하다. 제도권 안에서 엘리트층을 분열시키고, 소외 시킬 때 소외된 엘리트들이 제도권 밖의 대중들의 불만과 결합하여 정부에 저항하는 현상이 줄 곳 나타났다.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의 경우 선거결과는 주로 경쟁하는 정당들 사이의 정책내용과 정책수행의 효과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한국에서는 정책내용에 대한 평가보다도 권력에 대한 비판과 저항이 선거경쟁의 중심이 되는 것 같다. 이런 양상은 그동안의 역사를 통해 상당히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한국에서는 정책내용에 대한 평가보다도 권력에 대한 비판과 저항이 선거경쟁의 중심이 되는 것 같다. 이런 양상은 그동안의 역사를 통해 상당히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프레시안(최형락)
"조금 전에 남북 평화 공존의 '컨센서스'를 언급했는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국민적 컨센서스에 반하는 대북 정책을 썼다고 보나?"

"국민들의 판단은 무척 합리적이다. 객관적으로 볼 때도 현재 세계정치의 조건, 동북아 지역 내의 힘의 관계, 그리고 한반도에서의 남북한 대립의 역사를 볼 때 평화 공존 이외에 어떤 대안이 있겠는가?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가 아무리 보수적인 대북정책을 취한다고 하더라도 전쟁이라는 대안이 유효하지 않는 한, 평화 이외에 다른 선택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탈냉전시대의 시대정신이기도 하다.
냉전시기의 담론과 수사를 다시 불러오고 대북강경정책을 통해 북한을 고립시킨다고 할 때, 그리고 지금처럼 전쟁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말한다고 할 때, 국민들이 탈냉전 시대에 웬 전쟁이냐고 반문하게 되지 않겠는가? 그러한 사고와 정책이 시대에 맞는다고 할 수 있겠는가? 나는 평화공존, 한반도에서 평화를 정착시키는 문제는 시대의 '명령'이라고 생각한다. 유엔 안보리 멕시코대표가 '남북 모두 긴장 고조를 자제하라'라고 권고하는 것도, 전체 국제 정치의 방향이 그렇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부분에 대해 중국 정부는 비교적 명확한 것 같다. 미국은 어떤가?"
"미국도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불안한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 미국 대외 정책의 우선순위는 대 아프가니스탄, 대중동, 대이스라엘 정책이다. 그밖에 다른 곳에서 불안과 위험요소가 발생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 기조를 전환하거나 누그러뜨리지 않을 경우 국제적으로 고립될 수도 있나?"
"고립될 수 있다. 국제 정치가 필요로 하는 지배적인 정책 방향과 모순되거나 충돌할 때, 한국 정부의 외교 정책이 굉장히 이질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한국이 당사자인데, 이런 기조 (평화 기조)에 반대되는 것을 하게 되면 외교의 이니셔티브를 가질 수 없다."

"MB정책의 '찬반' 투표가 지역주의를 억제"

최 교수는 한국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주의 문제를 사회경제적 맥락과 정치적 맥락에서 해석한 최초의 정치학자였다. 지역주의라는 특수성도 사회경제적, 정치적 보편성과의 관계 속에서 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무소속 김두관 후보가 한나라당 텃밭인 경남에서, 민주당 이광재 후보가 역시 보수 성향이 강한 강원도에서 당선됐고, 한나라당 후보들도 전남에서 두 자리 수 득표율을 기록했다. 지역 구도가 상당히 완화됐다고 봐도 될까?"
"그런 면이 있다. 지역구도라고 하는 것은 사회의 갈등이나 균열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주요이슈들, 즉 사회경제적 이익갈등을 둘러싼 문제들이 기존의 정당체제를 통해 제대로 표출되고 대표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말하자면 한국 사회에서 사회 경제적 문제가 정당을 통해 제대로 대표되지 못하는 환경 하에서 민주화이후 한국적 특수성이라고 할까, 민주화투쟁과정에 기원을 갖는 지역 간 갈등, 지역 간 경쟁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민주화 이후 정치경쟁이 본격적으로 개방되었을 때, 가장 쉽고, 직접적으로 동원하고 조직할 수 있었던 대립축이 이른바 지역갈등이다.

민주화 된 이후 이른바 지역구도는 지역 간 대립을 넘어서는 갈등축, 중요한 정책 이슈들이 표출될 때 약화되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권력의 독점과 권위주의적 경향을 드러내는 정부 여당에 대한 견제, 이 정부가 추구했던 공공연한 상층 편향적인 정책, 대북이슈 등 분명한 찬반론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특별한 이슈들이 있었던 점이 지역 구도를 억제하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래서 이슈를 중심으로 투표가 이뤄졌다. 이렇게 보면 지역구도를 상수로 놓고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것은 보다 보편적인 이슈들이 어떻게 선거의 경쟁축이 되는가에 따라 영향 받는 종속변수라고 본다."



"촛불 경험한 젊은이들, 투표장에 나와 선거에 '큰 충격' 줬다"

"이번 선거가 '촛불 민심의 발현'이라는 말도 있다."
"촛불 시위는 이명박 정부 초기, 대선 승리 직후 만들어진 인사나 정책 결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성격, 특히 한미쇠고기 협상이 독선적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반대의 표명이었다. 민주주의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들이 짧은 시간에 많은 반대자를 만들어냈고, 그 결과가 촛불이었다. 그 이상, 그것을 과도하게 평가할 수는 없다. 야당이 궤멸되다시피 했을 때 정책에 반대하고 권력을 견제하는데 운동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민주주의, 직접 민주주의, 광장 민주주의라는 평가가 있는 것 같은데?"
"그런 평가에 대해서는 나는 일관되게 비판적이었다. 여기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내가 촛불시위에 대해 논평할 때, 촛불집회로 나타난 시민적 항의를 문제 삼았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식인들이 현존하는 민주주의를 비판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촛불민주주의라고 말하는 것, 그러한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방법을 비판적으로 말한 것이다. 지식인들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촛불시위에 대해 언급했던 내용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현실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촛불시위를 경험한 젊은 세대들이 투표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투표장으로 나왔고, 그것은 선거에 큰 충격을 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 "지방선거에서 투표율이 높아졌다 하더라도 여전히 절반 가까이 투표하지 않고 있다. 적극적 참여를 유발할만한 정당체제가 강화되지 않는다면 오르는 데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프레시안(최형락)

"촛불시위를 시위의 형태를 갖는 운동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시위는 비용이 많이 들고 개인적 희생도 많이 따르기 때문에 좌절감과 실망이 더 클 수 있다. 그것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지난 지방선거를 볼 때, 촛불 시위의 영향이 투표장으로 젊은 세대들을 끌어내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운동의 힘으로서 보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투표의 중요성을 인식해서 투표장으로 나오는 힘으로 전환되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투표 행동이 앞으로의 추세로 이어질까?"
"다음 총선, 대선에서는 투표율이 일정 부분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방선거에서 투표율이 높아졌다 하더라도 여전히 절반 가까이 투표하지 않고 있다. 적극적 참여를 유발할만한 정당체제가 강화되지 않는다면 오르는 데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야당의 승리, '반MB' 이상의 의미가 있느냐"

이번 선거에서 야권의 승리 요인은 '반MB연대'로 설명되는 일종의 '정치 연합'이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최 교수는 '거기에 정치적으로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비판적으로 말했다. 매우 논쟁적인 대목인데 그의 논지를 따라가 봤다.

"'반MB' 담론 내지는 전략을 통해서 야당은 선거를 치렀고, 일단 승리를 거두었다. 나는 야당의 승리가 '반MB' 이상을 넘어 얼마나 의미가 큰 것인지에 대해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권력을 제도 안에서 견제한 것까지는 국민이 아주 현명한 판단을 했다. 이번 선거에서 제일 기분 좋았던 것은 젊은 사람들이 투표를 많이 했고, 또 젊은 사람들이 많이 당선됐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안희정, 이광재 같은 젊은 세대들이 진출했다는 점이다. 나는 강원도출신인지라, 관심을 갖게 되는데, 투표성향이 굉장히 보수적인 강원도에서 한나라당이 아닌 사람들이 저렇게 많이 당선되는 것을 보고 놀랐다."

"'반MB'가 통했다고 했는데 또 다른 측면은 없나?"
"이런 문제도 있다. 정책 문제로 비판을 해야 하는데, 이명박 대통령을 너무 악마처럼 생각한다고 할까. 그런 태도는 좋아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동기가 문제라고 본다. 정책 비전이나 대안적 아이디어를 가지고 비판하는 게 아니라 완전히 진영 대 진영으로 나눠, '적대 세력'으로 규정하고 가급적이면 강한 공격적 언어로 비판하는데, 이런 정치대립에 대해 나는 비판적이다. 과거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주류 보수언론들이 반DJ, 반노무현을 내걸고 격렬하게 공격했을 때,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금 와서 이른바 진보언론들이 대통령을 그렇게 몰아세우는 것 또한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정치가 되풀이되면, 아무리 선거에서 국민들이 현명한 판단을 했다고 해도 한국 정치의 질적인 발전을 가져오기는 어렵다."

"야당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정당들이 어떻게 통치할 수 있는 대안세력이라는 점을 보여줄 수 있나, 정책에 있어 어떤 대안을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다음 선거에서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가가 결정될 수 있었으면 한다."

"권위 자임하는 시민운동, 정당 제도 안으로 들어가 책임 져야"

최 교수는 이른바 '5+4' 테이블(후에 진보신당의 불참으로 4+4가 됐다)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특히 시민단체가 현실정치에 참여하는 방식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얘기가 나온 김에 운동의 역할에 대해 말하고 싶다. 시민운동으로 표현되는 운동의 역할은 민주화 이후 상당 기간 동안 정치에서 큰 역할을 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시민운동은 스스로가 이니셔티브를 쥐고 선거연합을 추진했는데, 이런 점은 비판적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그러한 역할을 하기위해서는 운동이 정치로 들어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운동의 활동가들, 원로나 지도자들은, 그들의 정치적 행위나 권위에 대해 누구로부터 그것을 위임받은 것이 아니다. 그들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 정치적으로 책임지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정치 밖에서 또는 정치위에서 정치의 향방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왜 그런가?"
"이들은 스스로 도덕적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도덕적 권위를 갖는다고 자임한다. 이들은 여론에 큰 힘을 미치고 정당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말하자면 실제로 정당정치인과 다를 바 없는 정치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중요 정책, 선거를 앞둔 정당들의 전략, 정책, 이런 것에 개입하고 발언한다. 정치행위는 책임이 뒤따른다. 여기에서 책임지지 않는 정치행위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운동이 정당이 되든가, 정치 안에 들어와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야 정치가 발전한다. 정치와 정당 밖에서 높은 도덕적 지위를 자임하면서 훈수하는 정치. 이것은 한국 정치 발전에 기여하지 못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정치 행위는 제도 안으로 들어와서 하고 그렇지 않을 것이라면 운동의 영역을 지키라는 말인가?"
"운동이라고 하는 게 두 가지 성격이 있다. 하나는, 특정 이익이나, 이슈를 대표하는 자율적 결사체를 구성 하는 것이다. 이는 긍정적 행위자다. 그게 정당의 하부 기반을 만든다. 다른 하나는, 도덕적으로 우월함을 자임하며 정당정치의 상위에서 그리고 밖에서 국민과 정치인들에 대해 훈계하는 운동이다. 이런 방식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 "도덕적으로 우월함을 자임하며 정당정치의 상위에서 그리고 밖에서 국민과 정치인들에 대해 훈계하는 운동의 방식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최형락)
"결국 다시 '정당의 문제'로 돌아왔다."

"정당이 제대로 작동 안 되고 약하면 제대로 된 대표를 선출하기도 어렵고, 좋은 정부를 구성하기도 어렵다. 또 집권했을 경우에도 좋은 정책을 만들어내기도 어렵다. 뿐만 아니라 통치행위와 권력행사에 대해 책임을 묻기도 어려워진다. 선거를 통해 책임을 물으려 해도 이미 그 정당이 없어졌거나 대통령이 탈당을 하는 등 애매한 경우가 많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되게 하기 위해서는 정당을 강화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정당이 허약한 상황에서 의회 중심주의를 가져온다? 그렇다고 의회주의의 장점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 역사적인 사례가 많다. 당장 한국의 제2공화국이 그랬고, 프랑스 3,4공화국,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이 그랬다."

"정당이 허약하다, 강하다는 것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가?"
"간단히 말해서 정당은 제도다. 사회의 여러 갈등이나, 경쟁하는 이익에 기반을 두고 이 세력을 조직하고 대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다수당이 됐든 소수당이 됐든 대표성을 가져야 하고 그것이 존중돼야 한다."

"현대 정치에서는 선거에 이기기 위해 대중정당화를 지향하게 되니까 어려운 문제일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유럽의 정당은 계급적인 경쟁과 대립으로부터 기원을 갖는다. 미국의 정당도 이익결사체나 여러 세력, 조직들을 취합해서 당 전체의 플랫폼을 만든다. 한국의 경우는 정당의 사회적 기반이 너무 약하고 협소하기 때문에 '제도권'이 너무 빈약하고 허약한 것이다. 이를테면 투표를 안 하는 기권층이 절반에 이르는데, 그것은 기존의 제도권의 '대표성의 부재'를 말해주는 것이다. 정당 체질을 강화시키면 변화가 가능하다."

"현존하는 정당 중에서 세력 대표성이나 계층 대표성에서는 한나라당이 앞서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나."
"글쎄, 앞서간다?"

"한나라당은 보수 대표성이 상당히 있는 것 같은데, 민주당은 중도 대표성이나 진보 대표성이 강하다고 할 수 있는가."
"비교하자면 그런 면이 있다. 당의 하부기반도 민주당보다는 '상대적'으로 한나라당이 더 튼튼한 것 같다. 바꿔 얘기하면 민주화 이후 야당들이 사회 기반에 뿌리를 내리는 데 실패했다고 볼 수 있겠다."

"민주, 한나라와 큰 차이 없어…소외 계층 적극 끌어안아야"

"민주당이 실패했다면 그 원인이 뭔가?"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한데, 민주화가 된 후에 정당 체제가 개혁될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 그 때 과거 정당 구조의 틀을 넘어섰어야 했다. 과거 정당은 민주화 이전의 냉전 반공주의라고 하는 지배적인 이데올로기적 틀 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한국은 이념적 스펙트럼에서 볼 때 정당의 틀이 너무 좁아서, 중간정당이라고 할 수 있는 정당도 존립하지 못했다. 민주화 이후 계기가 있었지만 신자유주의가 밀려왔다. 그래서 이른바 한국의 '보수 야당'이 한나라당과 큰 차이가 없어졌다. 사회 정책을 다루고 중요 이슈를 다루는 데 있어서 이념적인 기반은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진보적인 군소정당들도 이데올로기의 지형을 뚫지 못했다. 이런 것이 지속된 결과다."

"열린우리당의 실험은, 어떻게 평가하나?"
"나 역시 판단하기 어렵다. 두 개의 보수적 정당으로는 대표되지 않는 영역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에 그런 영역을 잘 판단해서 현실적인 정당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았겠는데, 불행하게도 그러지 못했다. 아주 축약해서 얘기하면 너무 남북문제, 민족 문제, 즉 보수적 헤게모니가 강한 이데올로기 영역에만 집중하지 않았나. 그러다보니 결과적으로, 진보적인 정당이 해야 할 제일 중요한 것, 우리 사회에서 대표되지 않는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대표하는 것이 소홀해졌다. 그래서 내용적으로 뚜렷한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뉴민주당 플랜을 보면 반대방향으로 노선을 강화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뉴민주당 플랜의 내용을 모른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다. 영국의 보수당과 노동당,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이 있다. 영국의 보수당은 야당 생활을 14년 했는데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섰었다. 대처리즘을 계속 유지하면서 보수 가치를 강화하느냐, 진보가치를 끌어안느냐, 공화당이 중간층의 지지를 추구하는 보수온건노선을 취하느냐, 아니면 중간층의 지지를 포기하더라도 '티 파티' 그룹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극도의 경제적, 재정적 보수주의노선을 취하느냐 하는 선택이다. 극단적 보수노선을 취할때 다가오는 중간선거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외국의 사례들은 한국의 민주당 노선 결정에 있어서 하나의 준거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한나라당과 차이가 별로 없었는데,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민주당은 그동안 대표되지 않았던 중도 계층과 서민들을 광범위하게 포괄하는 일관되고 신뢰할 만하면서 현실적인 정책 대안을 발굴해내야 할 것이다. 이것이 한국 정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선택이 될 수 있지 않겠나. 그 점에서, 이광재, 안희정, 송영길 등, 젊은 세대, 차세대의 리더군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 교수의 얘기를 들으면서 문득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기륭전자 노동자들과 단식을 했던 상황이 떠올랐다. 진정성은 있지만 문제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무기력했던 소수파의 한계 말이다. 만약 민주당이 그런 진정성을 보였다면 적어도 민노당의 한 여성 의원의 투쟁과는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동자의 50% 이상이 비정규직의 굴레에서 고통 받고 있는데 이 문제를 전면적으로 껴안지 않고 민주당이 집권을 얘기하는 게 과연 맞는 것일까?



"'반MB' 담론은 민주당에 유리…진보정당 존재 목적 존중돼야"

"이번 선거에서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선택한 길이 많이 달랐다. 민노당은 처음부터 반MB연합의 길을 걸었고, 진보신당은 독자성을 고수했다. 그 바람에 '노회찬 때문에 이길 선거를 졌다'는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노회찬 때문에 졌다. 심상정은 괜찮은 선택이었다' 라는 식의 평가는 설득력이 없다. 이것을 말하기 전에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서 만들어진 지배적인 담론인 '민주대연합'이 먼저 언급될 수 있다고 본다. 이른바 '반MB연대'는 한국 정치의 힘의 관계를 두 개의 진영으로 나눈 진영 간 논리다. 이것은 기존 제도 안에서 유리한 지위를 선점하고 있는 민주당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담론이 된다.

그러다보니 군소정당의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무조건 승리'를 위한 연합이 된 것이다. 앞서 말한 '권력 견제에 대한 한국적 전통' 그 이상이 아니다. 정치경쟁에서 정치연합, 선거연합이 필요하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유럽 의회중심체제에서는 연합해서 집권하는 것이 예외가 아니라 일반적이다.

그러나 정치연합에 있어 중요한 것은 군소 정당의 목적의식, 존재 이유가 존중돼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지난 선거처럼, 선거연합이 이런 조건에서 만들어지지 않았고, 선거연합과정에서 정책을 둘러싼 정당 간 '협상'의 모든 과정이 생략되고 '이겨야 한다'는 논리가 동원됐다. 이 분위기와 심리에 굴복해 군소 정당 후보들이 사퇴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끝까지 경쟁에 남아서 독자성을 견지한 것이 여론의 지탄 대상이 되는 현상이 민주주의와 정당발전을 위해 얼마나 긍정적인 것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선거 제도가 중요하다. 우리는 지금 대통령제 하에서 소선거구- 단순 다수제다. 큰 정당들에게 유리한 제도이다. 이를테면 유럽의 의회중심제나 프랑스의 결선투표제는 군소 정당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한다. 투표자들이 일단 전략적 투표를 하지 않고, 가장 지지하는 정당을 선택한 다음에 2차 투표에서는 전략적으로 할 수 있다. 이 연합과정에서 이념적 거리가 가까운 정당들 사이의 연합이 일반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연대과정은 '연대하기 위해 어떤 정책은 우리 것을 수용하고 장관은 누가 돼야 한다'는 정치적인 협상을 포함한다. 그런데 우리는 여론조사에서 이길 확률이 많으니까 지지율이 적은 사람은 들어가라는 식인데, 이런 방식이 얼마나 좋은 선택이 될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투표 행태가 정략적인 선택에만 치우치고 있다는 뜻인가?"
"투표 제도만 보면 그렇다."

▲ 정치가 잘못됨으로 인해 사회의 가치, 교육, 문화 이런 것들이 너무나 낡은 틀 속에서 기득권의 구조를 재생산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악순환의 틀을 깨야 한다. 거울을 깨야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원희룡, 안희정, 송영길 등 나서야…박근혜? 실체가 없는 것 같다"

최 교수는 "젊은 세대의 정치인, 차세대 리더군이 나서야 한다"는 말을 거듭 강조했다. '젊은 세대'에 희망과 기대를 강하게 갖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 정치인에 평가를 부탁했다. 최 교수는 민감한 문제임에도 피하지 않고 실명을 거론하며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오래 생각해온 문제였음이 분명해보였다.

"지난주 세미나를 갔을 때 한나라당의 원희룡 의원 등 여러 사람들이 나왔는데, 그와 얘기를 해보니 아주 똑똑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 사람도 잘되면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민주당 사람들도 잘되면 좋다. 민주당에는 천정배 의원이 나왔다. 양당에서 주요인물들이 나왔다. 이광재 씨가 개인적인 (재판) 문제가 걸려 있던데, 그 점은 논외로 하고, 개인적으로 강원도민들이 야당 인물을 선출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안희정 같은 사람도, 노무현 정부에서 큰 혜택도 못 받고 고생을 많이 했는데, 당선돼서 잘 된 것 같다. 안희정 씨는 잠재력이 큰 사람이라고 평소에도 보고 있었다.

송영길 같은 사람도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말이 나온 김에 언급하고 싶은데, 당선된 이후에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가 '나는 좌파가 아니다. 나를 좌파로 보지 말라'고 발언했다는 것을 신문에서 봤는데, 그럼 발언은 실망스럽게 느껴졌다. 그 사람이 좌파인지, 우파인지 나도 모르고 있는데, 느닷없이 '나는 좌파가 아니다'라고 말해야하는 그런 심리적 상태랄까, 정치의 이데올로기적 지형이라고 할까, 그런 게 마음에 걸렸다. 젊은 세대 정치인들은, 그런 이데올로기적 구속에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을 했으면 좋겠다."

"박근혜 전 대표는 어떻게 평가하나?"
"글쎄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서는 이미지가 별로 없다. 뭐라고 평가할 내용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 정도 중요한 차기 대통령 후보자군의 한 사람이라고 하면 뭔가 자기의 이념이 있고 비전이 있고 말하는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그리고 한국사회의 주요문제들에 대해 뚜렷한 자기관점과 입장이 있어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그런 걸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 현실 문제에 대한 본인의 판단을 국민이 알 권리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나는 그분의 '말'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나한테는 실체가 없고 허상 같은 느낌이 든다. 현실 같지가 않다."

"차세대 지도자들, '거울에 비친 이미지'를 깨라"

"앞서 '운동도 정치로 들어오라'고 했는데. 5+4(4+4) 모임에 참여했던 시민단체들이 굉장히 반발할 지도 모르겠는데….(웃음)"
"반발해도 상관없다. 고성국 박사가 나보고 '여기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무슨 얘기든 다 하라'고 해서 한 것이다.(웃음) 정치를 보는 입장이라고 할까. 내가 DJ 정부 때 정부에 참여해서 정책자문위원장을 했는데, 그 때만 해도 정치에 많은 기대를 했고, 나도 현실정치에 참여해 기여를 할 수 있겠구나 하고 기대와 희망도 가졌다. 그러나 그때의 경험을 통해 '내가 현실정치에 기여할 게 별로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 이후에는 주로 학문적인 방법으로, 객관적으로 한국 정치 현실을 분석하고 평가하고 이해를 심화시키는 노력을 하고 싶었다. 한국 정치 현실을 보는데 있어 현재의 당파적 관점이나 이해관계를 벗어나서 사고하고 말하고 싶다. 나는 민주주의의 '감시견'으로서 한국 민주주의가 잘되는지 못되는지 객관적,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걸 내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 "나는 특정 정당의 이념을 대표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 입장을 대표하지도 않는다. 나는 나를 자유롭게 놓아두면서 파당적 이해관계를 넘어서 문제를 보고 싶다." ⓒ프레시안(최형락)
"보수, 진보 모두에서 '환영' 받기 어려울 것 같다.(웃음)"

"평소 이명박정부에 대해서 비판하는 강도가 약하다고 나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중에는 내가 이명박 대통령과 무슨 동창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았다. 그런 것은 아니다. 나는 특정 정당의 이념을 대표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 입장을 대표하지도 않는다. 나는 나를 자유롭게 놓아두면서 파당적 이해관계를 넘어서 문제를 보고 싶다."

"지금까지 30년을 활동했다. 그런데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같은 '쳇바퀴 같은 현실'을 목도하게 되거나, 앞서 언급했지만 민주정부 10년 동안 역사발전의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버린 것을 목도하면 절망스럽거나 화나지 않나?"
"앞에서 나는 '거울이미지'라는 표현을 썼다. 왜 사람들이 거울로 되돌아가서 다시 이미지를 만들고, 그 허상에 얽매여 행동하고 생각하는지 안타깝다. 젊은 사람, 차세대 지도자라고 한다면 이것을 깨야 한다. 새로운 넓은 시대가 있고, 너무나 많은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상상력, 좋은 이미지와 좋은 가치가 있는데 왜 이런 좁은 틀에 스스로를 묶어두느냐는 말이다. 밖을 보라. 한국은 경제적으로는 세계의 경제선진국의 반열에 들어갔고,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세계에서 왜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을까. 지금 남북관계 문제에 있어서도 당장 유엔에서도 대접을 못 받고 있다. 왜 그럴까? 기본적으로 정치가 잘못돼 있고, 정치가 잘못됨으로 인해 사회의 가치, 교육, 문화 이런 것들이 너무나 낡은 틀 속에서 기득권의 구조를 재생산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악순환의 틀을 깨야 한다. 거울을 깨야 한다."

젊은 세대의 역할을 강조하는 대목에서 최 교수는 물을 마셨다. 이례적이다 싶을 만큼 강하게 실명을 거론하면서까지 비판적 담론을 편 최 교수의 표정에서 다음 세대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는 노학자의 열정이 느껴졌다. 나는 "건강하시고 계속 가르침을 주십시오."라고 인사드리고 헤어졌다. 인사말에 실린 심정이 필자만의 것이 아니리라 생각한다. 최 교수의 건강과 원숙한 연구활동을 기대하고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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