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도전을 선언한 친이계 핵심 정두언 의원은 23일 기자회견을 자처해 "한나라당이 임동규 의원이 나서고 있는데 제가 서명 작업에 앞장서서 이 문제가 국회에서 성사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 친이계로 알려진 안상수 전 원내대표도 이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본회의 처리를 만일 한다면, 이 모든 문제도 국회법에 의해서 하면 된다"고 본회의 재부의에 찬성입장을 밝혔다.
이는 일종의 '인증샷'이다. 전당대회까지 세종시 논란을 끌고 가 당내 다수인 '세종시 수정파'의 지지층을 확실히 다져놓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결국 공천권이 걸려 있는 전당대회에서 이기기 위해 친이계가 충성도를 가늠하고 줄세우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야당과 친박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세종시 수정안 본회의 표결을 추진하는 친이계 속셈 중 하나가 '당권 장악'에 있다는 것. 본회의 표결 성사 가능성과 별개로, 100명의 서명을 모두 채울 경우 이명박 대통령 역시 레임덕 속도를 늦출수 있게 된다.
▲정두언 의원 ⓒ프레시안(김하영) |
결국 지방선거 패배 이후 하반기 국정운영 기조와 관련해 장고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결단에 달려있다. "전당대회에 이심(李心)은 없다"고 공언한 이 대통령이지만, 한 초선 의원은 이날 전당대회에 대한 전망을 하며 "이명박 대통령이 호루라기를 불면 판세는 완전히 뒤바뀔 것"이라며 경각심을 놓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100명 서명 달성은 힘들지만 본회의 부의 요건인 30명 서명은 채울 가능성이 높다. 현재 임동규, 정두언, 안경률, 원유철, 이병석, 권경석, 김정훈, 나성린, 박상은, 배은희, 안형환, 원희목, 이군현, 신지호, 조해진, 차명진 의원 등 16명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이 이탈자 수 가늠할 수 있어…"MB 레임덕 가속화 계기 될 수도"
그러나 불안한 상황이다. 본회의 표결이 성사된다면 역으로 "친이계 이탈자 수가 몇명인지"를 가늠해 볼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 여기에 임 의원이 100명으로 기준까지 제시한 셈이다.
비슷한 논란이 과거에도 있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전망은 밝지 못하다. 지방선거 전인 지난 2월 세종시 당론 변경을 위해 친이계는 비밀투표를 제안하며 "113명이 수정안에 찬성하고 있다(친이계 심재철 의원)"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당시 여권 관계자는 "친이계 의원들 상당수와 얘기를 나눠보면 '모래알같다'는 느낌이 든다. 친이계 의원들이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데 '세종시 수정안을 지지하는 친박계' 이탈자보다 친이계 이탈자가 오히려 더 많을 것 같다"고 전망했었다.
이 관계자는 "당론 변경 표결에 부치면 친이계 이탈표가 상당히 많이 나올 것으로 본다. 친이가 '무기명'을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덧붙였었다.
지금은 사정이 더 나쁘다. 특히 세종시 수정안을 주장했음에도 친이계의 의도대로 '수도권 승리'가 일어나지 않았던 점은 친이계의 고민거리기도 하다. 한 수도권 의원은 "서울에 사는 충청도 사람들의 민심이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좌지우지했다고 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세종시 이슈가 호재로 작동하기는커녕 오히려 수도권 민심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도권 한 초선 의원은 "친이계 내부에서도 분화되고 있다"는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기득권을 쥐고 당을 흔들어왔던 친이계와, 친이계로 분류되지만 딱히 기득권을 소유해본 적 없는 '이름만 친이계'의 판단이 엇갈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친박계 한 의원은 "표결에 부칠 때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의 찬성표가 나올 경우 '배신자 목록'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치자.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친이 이탈표가 확인될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곧바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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