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 부결에 정치적으로 '불복'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고 있다. 친이계 일부 의원들은 22일 국토해양위에서 부결된 수정안을 본회의에 재부의하겠다고 공언했고, 박희태 국회의장도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희태 의장은 23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좌우간에 정치인이 자기의 정치적 소견을 국민 앞에 떳떳이 역사 앞에 떳떳이 밝히는 것은 그렇게 나쁜 거라고 저는 보지 않는다"고 본회의 표결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친이계는 3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28일 열리는 본회의에 세종시 수정안 관련법을 부의하는 것을 유력히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부의=표결'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국회의장이 본인의 권한으로 부의된 법안을 당일의 '심의 대상 리스트'에 넣어야 한다. 결국 열쇠는 박 의장이 쥐고 있는 셈이다.
'정치협상'을 통해 상임위 부결을 결정했던 김무성 원내대표도 세종시 수정안 상임위 부결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당정회의에서 "민주주의에서 승복이 최고의 선이라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도 마음에 승복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2013년부터 총리와 장관 그리고 수많은 공무원들은 일주일에 3일 이상 (세종시에서) 서울로 출근해야 되는 일이 벌어지게 될 것으로 생각되는데 여기서 오는 모든 부작용과 비효율이 국민들께 모두 돌아갈 것으로 생각되 정말 가슴이 아프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원내대표의 말을 듣던 정운찬 국무총리도 "탄탄대로의 미래를 외면하고 과거의 길로 가겠다고 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고 한나라당 친박계와 야당 의원들을 겨냥했다.
정 총리는 "세종시 수정안은 국가백년지대계로서 전국민적인 관심사고 깊은 성찰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국가적 사안으로서 국회법에 따라서 전체의원의 뜻을 물어야한다"고 국회에 거듭 주문하기도 했다.
이만섭 "'우리는 완전히 분열된 당입니다'라고 역사에 남기는 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부결된 수정안을 다시 국회에 보내 회부한다는 것은 절대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걸 무리하게 해봐야 또 여야 간에 싸움이 나고 불필요한 마찰이 생기는데, 그러면 국회가 난장판이라는 것을 역사의 기록에 남기려고 하느냐, 또 여당 한나라당이 지금 (계파간) 분열이 되어 있는데, '완전히 우리는 분열된 당입니다'라고 하는 것을 역사에 남기려고 하는 것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9개월간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넣었던 세종시 수정안은 사망했다"고 규정하며 한나라당 친이계의 본회의 부의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노 대변인은 "남은 것은 세종시 수정안 논란을 자초한 정부 스스로가 수정안에 사망선고를 내리는 것"이라며 이 대통령의 사과, 정운찬 총리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의 사퇴, 9부2처2청 변경 고시 즉각 이행 등을 요구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