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는 한반도의 250분의 1이나 되는 거대한 땅 DMZ의 숲을 '이상한 숲'으로 규정한다. '한 번도 울창해진 적이 없는 숲', '숲이어서는 안 되는 숲'이라는 표현처럼 그의 사진에서 DMZ는 기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57년 동안 아름드리로 자라야 했을 나무들은 남북한 군의 시계 확보를 위해 불태워져 죽거나 기형적으로 자라고 있었고, 수시로 누군가 인위적인 산불을 놓는 것이 묵인되는 숲이 DMZ였다 또, 군인들이 중무장한 채 지키고 있는 '비무장' 지대이자 산불 때 마다 지뢰 폭죽이 터지는 그야말로 '이상한' 숲이었던 것이다.
ⓒ 이상엽 |
그는 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상기시키는 증거로서의 사진들도 보여준다. 봉우리마다 올라선 GP, 숲을 겨냥한 병사의 총부리, 일상처럼 도로를 내달리는 전차와 군용 트럭들, 수시로 머리 위를 나는 전투헬기, 팽팽하게 조여진 철책 등 그야말로 정전 상황이 실감나는 장면들이다.
궁극적으로 사진가는 아이러니한 숲과 긴장감이 묻어나는 분단의 풍경을 통해 "우리가 먼저 저마다 '비무장지대'가 되자"라는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남북 관계가 급속히 경색되고 있는 요즘 이것이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믿는 그다.
한국 전쟁 60년을 맞아 국방부의 도움으로 작업한 민통선과 DMZ 사진 중 숲 연작 사진을 골라 보여주는 이번 전시에서는 600밀리 망원렌즈로 잡아 낸 그동안 보기 어려웠던 DMZ의 세밀한 풍경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전쟁이 휴전된 지 57년이 지난 지금의 DMZ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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