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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거리에서 '反한미FTA 삼보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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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거리에서 '反한미FTA 삼보일배'

원정투쟁단, 미의회 앞에서 백악관 근처까지

림율산(28, 재미동포) 씨의 얼굴에는 땀이 비 오듯 흘러 내렸다. 워싱턴 DC의 한낮은 매우 더웠다. 뜨거운 햇볕에 달궈진 아스팔트는 더운 김을 내뿜었다. 북소리에 맞춰 내딛는 발걸음도 무거워 보였다. 림 씨의 얼굴은 자주 일그러졌지만, 끝까지 교대요청은 하지 않았다.

림 씨는 "나는 작은 일이라도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망설이지 않는다"며 "한미 FTA 협상은 반드시 중단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림 씨는 "신자유주의 광풍이 전 세계 민중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삼보일배를 멈출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미 FTA 1차 본협상을 맞아 5일째 미국 워싱턴에서 원정시위를 벌이고 있는 '한미 FTA 반대 원정투쟁단'은 7일 오후 미국 의회 앞에서부터 백악관 근처인 '평화광장'까지 삼보일배 행진을 벌였다. 이 행진은 정오 무렵부터 2시간 남짓 진행됐다.

꽹과리와 북 소리에 한 걸음, 징 소리에 절
▲ '한미 FTA 반대 원정투쟁단'이 7일 오후 미의회 앞에서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 프레시안

삼보일배에는 원정투쟁단 단원과 반전·반세계화 단체 회원 등 모두 40여 명이 참여했다. 삼보일배 행렬의 앞뒤로 원정투쟁단에 소속된 단체들의 깃발과 한미 FTA에 반대하는 문구가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든 사람들이 섰다.

꽹과리와 북, 징을 든 5명의 사물놀이패가 박자를 맞춰주었다. 꽹과리와 북이 한 번씩 울릴 때마다 삼보일배 행렬은 한 걸음씩 앞으로 내딛었고, 징이 한 번씩 울릴 때마다 절을 했다. 전체 행렬은 3열로 이뤄졌고, 길이는 30여 미터쯤 됐다.

보건의료노동조합 이대목동병원지부의 나순자 위원장은 "미국까지 와서 이래야 한다는 사실에 솔직히 화도 나지만, 이것(삼보일배)을 통해서라도 한미 FTA의 부당함이 더 널리 알려진다면 고통스런 일만은 아니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삼보일배는 미국 의회에서 백악관으로 통하는 펜실베이니아 도로의 차선 하나를 따라 이뤄졌다. 현지 경찰의 순찰차가 멀찌감치 앞서 가며 교통통제를 해주었고, 순찰오토바이 3~4대가 삼보일배 행렬의 앞뒤를 오가며 교통사고 등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계근무를 펼쳤다.

현지 시민들, 깊은 관심 보이며 사진촬영도

삼보일배를 처음 봤음직한 현지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삼보일배 행렬을 쳐다봤다. 몇몇 현지 시민들은 비디오카메라로 삼보일배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원정투쟁단은 미 무역대표부(USTR) 건물 앞과 라파예트 공원에서 시위를 벌였을 때보다 이날 삼보일배를 하면서 현지 시민들의 관심을 더 많이 끌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잡지 <민족통신>을 발행하고 있는 김영희 씨는 "펜실베이니아 도로 양 옆으로 국가기관 건물이 많아서 이 거리를 다니는 사람 중에는 국가기관 사람들이 많다"며 "아무래도 한미 FTA에 대한 인지도나 관심도가 일반인들보다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연 교수 "삼보일배의 진정성이 전달될 것"
▲ 삼보일배를 하다가 쉬는 시간에 목을 축이는 모습. ⓒ 프레시안

한편 삼보일보 행렬은 약 500여 미터 간격으로 쉬는 시간을 가졌다. 쉬면서 물을 마셨고, 과자 등 간단한 음식을 먹기도 했다. 다들 길바닥에 앉아 쉬는 동안 조헌정 목사(향린교회)가 눈을 감고 선 채로 기도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여기 모든 사람들이 끝까지 다치지 않고 낙오하지 않기를 기도했다. 또 삼보일배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마음 속 깊이 스스로를 성찰하고 깊은 고민을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마음에서 기도했다."

조 목사는 삼보일배가 끝날 때까지 한 번도 자리에 앉지 않았다. 삼보일배 행렬 맨 뒷줄에는 조희연 교수(성공회대, 사회학)가 참여하고 있었다. 조 교수는 진정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삼보일배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는 것도 좋은 시위방법이지만, 삼보일배는 스스로 고행을 감수하면서 주의주장을 펼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시위방법과 크게 다르다. 여기 현지 시민들이 오늘 우리에게 다른 날보다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삼보일배 행렬이 진정성이 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운 다운 FTA' 구호로 마무리

연방거래위원회(FTC), 해군기념관, 연방수사국(FBI) 등의 청사를 지나 마침내 최종 목적지인 평화광장에서 삼보일배 행렬은 멈췄다. 짧지 않은 거리였다. 원정투쟁단이 입은 옷은 땀으로 흥건히 젖었고, 무릎 보호대는 군데군데 헤졌다.

하지만 삼보일배를 마친 원정투쟁단의 얼굴은 밝았다. 원정투쟁단은 휴식을 취하기에 앞서 '다운 다운 FTA', '다운 다운 USTR', '다운 다운 조지 부시' 등의 구호를 5분 동안 연이어 외쳤다. 원정투쟁단 단원 중 몇몇은 한 손을 높이 치켜들고 땅을 발로 구르며 신이 난 듯 구호를 내질렀다.
▲ 원정투쟁단과 현지 시민단체 회원들이 삼보일배를 마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 프레시안

처음 삼보일배를 해봤다는 민주노총의 김태일 사무총장은 "무릎이 아릴 정도로 몸은 고되지만 그만큼 가슴 속에 흐뭇한 기운이 감돈다"며 "한국에 돌아가서 한미 FTA 반대투쟁을 더욱 열심히 조직해야겠다는 결의가 새록새록 생긴다"고 말했다.

원정투쟁단이 주요 관공서가 밀집한 펜실베이니아 도로 위에 쏟아 부은 땀은 한미 FTA 협상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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