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이전 문제로 평택에서 대한민국 군·경과 주민들이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에서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약값 개혁안에 미국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서 한·미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2006년 봄, 대한민국'의 풍경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들이다.
복지부 "제대로 값 하는 약만 보험 적용하겠다"
복지부는 3일 모든 의약품을 보험 약으로 등재하는 현행 약값 결정 방식(네거티브 시스템)을 비용 대비 효과가 우수한 약을 위주로 선별해 등재하는 방식(포지티브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을 골격으로 하는 건강보험 약값 적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또 신약의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직접 제약회사와 가격 협상을 하도록 해 최종 결정되는 약값이 반영되도록 했다.
그동안 복지부는 미용·성형 등의 목적으로 쓰이는 일부 약을 빼고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은 거의 모든 약에 대해 보험 적용을 해 왔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 이르면 9월부터 가격에 비해 효과가 우수한 의약품만 보험 적용이 돼 전체적으로 약값이 하락하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유시민 복지부 장관은 "이번 방안을 통해서 2011년까지 국민건강보험 총진료비 가운데 약값 비중을 현재의 29.2%에서 24% 이하로 낮출 계획"이라며 "과다하게 지출되는 약값을 줄이면서 환자들은 꼭 필요한 질 좋고 값싼 약을 먹을 수 있다"고 새 제도의 의미를 밝히기도 했다.
미국 "새로운 약값정책 재검토하라" vs 복지부 "우리 약값정책에 간섭 말라"
하지만 이런 복지부의 새로운 약값 정책이 발표되자마자 미국 측은 재검토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복지부 관계자는 4일 "3일 오후 복지부 주최로 국내외 제약업계 관계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약값 적정화 방안에 대한 설명회가 개최됐다"며 "이 자리에서 미국 대사관 직원이 새로운 약값 적정화 방안을 재고해 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자국적의 다국적 제약업체가 다수의 고가 신약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는 새로운 약값 결정 제도가 반가울 리 없었던 것. 약효에 비해 가격이 아주 높으면 등재가 안 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협상 과정에서 약값이 현행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 약값 적정화 방안의 실무를 맡은 복지부 박인석 보험급여기획팀장은 이런 미국 측의 요구에 대해 "미국 측이 재검토를 요청한 사실이 맞다"며 "대한민국 정부가 자국의 약값 정책을 결정해 발표했는데 다른 나라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미국에 대한 강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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