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생의 난'이 아니라 '정氏 일가의 난'이었나?
현대중공업그룹의 현대상선 지분 매집을 둘러싼 현대家의 내분이 정몽준 의원(울산 동구)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사이의 '개인전'에서 정氏가 이끄는 범 현대와 현氏가 이끄는 현대그룹 간의 '단체전'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3일 현대중공업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범 현대 일가가 사전에 모여 현대중공업그룹의 현대상선 지분 매입에 대해 합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이날 오전 한 경제일간지가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상선의 지분을 26.68% 사들이기 전날인 지난달 26일 범현대 일가가 사전에 모여 관련 사안에 대해 합의했다고 보도한 데 대한 부인이다.
사건은 지난달 27일 정몽준 의원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사전에 현대그룹과 협의하지 않고 현대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지분을 26.68% 매집하면서 시작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경영권 보호 차원에서 백기사 역할을 해주려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현대그룹은 '정말 백기사 역할을 하려거든 지분 10%를 넘기라'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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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 일간지는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상선의 지분을 매집한 것은 정몽준 의원이 단독으로 결정한 사항이 아니라 정 의원을 비롯해 정 의원의 형제들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몽윤 현대해상 이사회 의장, 정몽일 현대기업금융 회장 등 이른바 '몽'자 돌림 일가가 사전에 모여 결정한 사항이라고 보도했다.
또 이 일간지는 정몽준 의원이 고 정주영 회장의 형제들인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 정상영 KCC 명예회장 등 '영'자 돌림 일가와도 현대상선 지분의 매입에 대해 사전에 협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이 일간지는 현대가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한 후 "범 현대 일가가 현대상선 지분을 인수하기로 합의한 것은 향후 경영구도에서 현정은 회장을 배제하는 동시에 (현 회장으로 하여금) 현대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현대건설의 인수도 포기하라는 뜻을 전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이 일간지는 현대가의 소식통을 인용해 "현대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최대주주이자 현정은 회장의 모친인 김문희 씨가 고령이라 언제라도 상속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상황에서 결국 '정氏의 현대냐 현氏의 현대냐'는 논쟁이 다시 촉발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이같은 보도 내용에 대해 현대중공업그룹은 "최대주주인 정몽준 의원에게 확인해본 결과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현대차도 해명자료를 내고 "정몽구 회장은 정몽준 의원과 만나거나 전화통화 등 일체의 접촉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어느 쪽의 주장이 사실이든 간에 현대 총수 일가 내에 뿌리깊은 '정-현' 대립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부상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정氏 일가와 현氏 일가 사이의 반목은 이미 지난 2000년 '형제의 난'과 2003년 '숙부의 난'을 통해 일반에게 공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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