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2+2회담) 등 외교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캠벨 차관보는 17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천영우 제2차관, 이용준 차관보와 차례로 만나 대북 안보리 대응 조치에 대한 한·미 양국의 공통된 인식을 재차 강조했다.
"'한미동맹 공고' 꼭 보여주고 싶다"
이날 오전 캠벨 차관보는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유명환 장관을 예방하면서 "매우 민감한 시기에 한미동맹이 매우 공고하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다"며 "천안함 사태에 대응하는 한국의 리더십에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캠벨 차관보는 또 "한국과 미국이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긴밀히 공조해왔지만 앞으로도 한치의 틈 없이 공동노력을 계속 해나가자"며 "안보리 대응에 대해 한국의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 커트 캠밸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17일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예방해 관련 현안에 대한 회담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캠벨 차관보는 천영우 차관과 회동한 자리에서도 "천안함 사태와 같은 비극을 일으킨 북한의 도발에 대해 적절하고도 책임 있는 대응을 위해 여러 분야에 걸쳐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천영우 차관은 "한미동맹에 있어서 지금은 결정적인 시기"라며 "세계에 한미동맹이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하고 "우리 앞에 놓인 여러 도전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유익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하얏트 호텔로 이동해 이용준 차관보와 오찬회동을 가진 캠벨 차관보는 기자들과 만나 "안보리 대응에 있어서 한·미 양국의 입장은 완전히 일치하고 있다"며 "앞으로 한미 연합훈련을 비롯한 적절한 양자적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리 대응 조치와 관련해 중국을 설득하기 위한 방안이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그는 "중국은 사태의 엄중함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과 미국 모두가 앞으로 중국과 긴밀히 협의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답을 내놓는데 그쳤다.
그는 또 참여연대가 민군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서한을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보낸 데 대해 "북한이 명백한 침략자"라며 "과학적이고 기술적으로 이뤄진 합조단의 조사결과를 면밀히 읽었다면 누구나 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톤 다운' 의장성명 나와도 '한국 승리' 인정 위한 포석"
캠벨 차관보의 이 같은 행보는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는커녕 대북 경고를 담는 의장성명마저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최대한 한국의 외교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안보전략비서관은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 때문에 사실상 의장성명엔 대북 경고가 담기지 못할 상황이지만, '한반도의 긴장을 높여선 안 된다'는 수준의 남북 중재형 의장성명이 나오더라도 대북 경고와 사실상 다를 바 없다는 확신을 실어주기 위한 협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전 비서관은 "유엔 차원의 대응 조치가 한국 정부가 원했던 것보다 낮은 수준이 되더라도 한국 정부가 난관에 처하지 않도록 미리 충격을 관리하려는 것 같다"며 "중·러와는 상관없이 다수 국가가 우리 정부 편이기 때문에 천안함 외교전에서 이긴 것이라는 입장을 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참여연대 서한과 관련한 한·미의 부정적 시각에 대해서도 "유엔 안보리에서 엔지오의 서한을 일일이 읽는 것도 아니고 서한이 안보리 대응 조치를 결정하는데 사실상 영향을 미치지 않을텐데도 한국 정부가 너무 크게 들고 일어났다"며 "안보리 조치가 남북 중재형 의장성명에 그치는 건 사실 외교적 실패인데, 참여연대를 이에 대한 일종의 책임전가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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