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학과 생명공학업체 등 일부 시험기관이 카피약(복제 의약품)의 약효가 오리지널약과 동일함을 입증하는 시험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시험 자료가 조작됐거나 조작 혐의가 짙은 카피약들 중에는 누구나 알 만한 유명 제약사들의 제품들도 포함돼 있어 이로 인해 "카피약을 믿을 수 있나"라는 국민불신이 확산되면서 제약업계 전체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성균관대, 랩프런티어 등 4곳 카피약 약효 시험 결과 조작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일부 시험기관에서 생동성 시험결과를 조작했다는 혐의가 포착됨에 따라 국내 35개 시험기관 중에서 생동성 시험의 90% 이상을 수행한 11개 시험기관을 우선 선정, 정밀 실태 조사를 벌여 그 중간 조사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개 시험기관에서 시험한 43개 카피약 품목의 시험 결과가 조작됐거나 시험 자료가 해당 시험기관의 컴퓨터에 내장된 원본 파일과 불일치하는 등 조작 혐의가 짙었다. 구체적으로 조작을 시인했거나 조작한 게 분명한 시험기관은 랩프런티어,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부설 생동성시험연구센터, 성균관대 약대, 바이오코아 등 4곳이다.
이들이 조작한 카피약은 동아제약 '포사네트정'(골다공증 치료제), 코오롱제약 '코오롱알렌드론산정10㎎'(골다공증 치료제), 영일약품공업 '카베론정25㎎(고혈압 치료제), 메디카코리아 '플루겐정'(소염진통제), 환인제약 '아렌드정70㎎'(골다공증 치료제), 영풍제약 '이트라녹스캡슐'(항진균제), 하원제약 '브로틴캡슐'(간질 치료제), 신일제약 '뉴펜틴캡슐'(간질 치료제), 대우약품 '카드린엑스엘서방정'(고혈압 및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삼천당제약 '세프디르캡슐'(항생제) 등 10개 품목이다.
이와 함께 자료가 불일치해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시험기관과 품목은 랩프런티어, 바이오코아,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부설 생동성시험연구센터, 바이오메디앙, 전남대 약대, 충남대 약대, 아이바이오팜, 경희대 약대, 중앙대 약대 등 9개 시험기관에서 시험한 유한양행의 `볼렌드정70㎎'(골다공증 치료제) 등 33개 품목이다.
카피약 허가 취소-검찰 수사 의뢰
식약청은 조작된 시험 자료로 허가를 받은 카피약에 대해서는 허가 취소는 물론 대체 조제와 판매를 금지토록 하고, 시중에 유통 중인 제품도 즉각 회수해 폐기토록 조치했다. 또 시험 자료를 조작한 시험기관들에 대해서도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엄중한 책임을 묻기로 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도 시험 자료 조작 카피약을 건강보험 적용 대상 의약품에서 즉각 제외하는 등 급여 목록에서 삭제하고, 조작 시험기관을 상대로 그 간 공단측이 의료기관과 약국 등 요양기관에 지출한 약효 조작 카피약의 요양급여비용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자료 불일치로 추가 조사가 필요한 카피약들도 시험기관에서 불일치 이유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하지 못하면 시험자료를 조작한 것으로 간주하고 허가취소, 판매금지 등 동일한 조치를 내리고, 조사 완료 이전이라도 해당 제약사에 자발적인 출하중지와 자진회수 및 폐기를 권고할 방침이다.
식약청 의약품본부 문병우 본부장은 "의약품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이번 사태를 의약품 품질을 한층 높이는 계기로 삼기 위해 일벌백계로 처벌한다는 각오로 신속하고 강력한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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