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뺏어간 제 볼펜 돌려주시죠. 그거 빌린 겁니다"
이형기 피츠버그대 교수에 이어 시사평론가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도 황우석 씨 지지자들에게 봉변을 당했다. 진중권 교수는 24일 오후 경남 창원대에서 열린 한 시민단체의 강연회에 참석한 뒤 약 세 시간 가량 황 씨 지지자들에 의해 갇혀 있었다.
오후 11시 30분께나 돼서야 경찰의 호위를 받고 강연장을 빠져나온 진 교수는 25일 자신이 진행하는 SBS <시사전망대>에서 자세한 상황 설명을 했다.
진 교수는 "경남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주최한 강연회에 초청을 받아 창원에 갔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며 "강연장에 도착해보니 황우석 지지자들이 행사장 진입을 막기 위해 건물 정문을 봉쇄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태극기를 몸에 두른다고 애국적 행동 되나?"
진 교수는 이어 "용케 옆문으로 강연장에 들어가긴 했는데 강연장 안에도 황우석 지지자들이 몇 명 들어와 있었다"며 "한 스님은 제 강연이 이어지는 동안 강연장 안에서 목탁을 치며 염불을 외웠고, 강의실 밖 지지자들도 강연 내내 창문을 두드리며 "매국노 물러가라"는 구호와 함께 강연을 방해했다"고 당시 상황을 소상히 밝혔다.
계속 강의를 방해하던 이 스님은 결국 목탁이 깨지자 목탁을 바닥에 던지고 진 교수가 강의하는 단상으로 돌진하기도 했다. 진 교수는 이 과정에서 빼앗긴 볼펜을 염두에 두며 "뺏어간 볼펜 돌려달라"며 "그것은 빌린 것"이라고 황 씨 지지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비꼬기도 했다.
진 교수는 "결국 황우석 지지자들은 자기들의 질의에 답하라며 밤새도록 놓아주지 않겠다고 해서 방송을 못하는 줄 알았다"며 "다행히 11시 30분 경 경찰 기동대가 출동해서 가까스로 빠져나왔다"고 밝혔다. 진 교수는 "자동차 앞에 황우석 지지자들이 차바퀴 아래에 드러눕기도 하고, 달리는 차 앞으로 뛰어들기도 했다"며 "정말 무서웠다"고 덧붙였다.
진중권 교수는 마지막으로 "도대체 무엇이 이 분들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지 안타깝기 짝이 없다"며 "언로가 트여 있는 사회인데도 강연을 방해하고 참석한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행동, 목에 태극기를 두르고 행동한다 한들 이것이 과연 애국으로 포장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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