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본경제가 전후 최장기 경기확장 지속기간의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일본의 이번 경기확장이 소득격차 확대와 사회적 양극화를 대가로 해서 얻어진 것이라는 비판이 일본 국내외에서 제기되고 있다.
18일 일본경제 관측가들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2002년 2월부터 시작된 경기확장 국면을 순조롭게 이어가고 있어 다음달이면 그 지속기간이 1986년 12월부터 1991년 2월까지 계속된 이른바 '거품호황'의 51개월을 능가하게 된다.
또한 이번 경기확장 국면이 올해 연말까지도 계속 유지될 경우에는 2차대전 이후 일본경제의 최장기 호황 지속기간 기록인 '이자나기 호황'의 57개월(1965년 11월부터 1970년 7월까지)도 넘어서게 된다.
이와 관련해 요사노 가오루 일본 경제재정상은 최근 "현재의 경기확장 국면은 내년 여름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면서, 올해 연말에 일본경제가 전후 최장기 호황 지속기간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일본경제는 지난해 2.7% 성장한 데 이어 올해도 통화금융당국의 긴축 기조에도 불구하고 연간 2%를 다소 넘는 성장률을 무난히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되는 등 대체로 1.5~2% 수준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과거의 '이자나기 호황'이나 '거품호황'처럼 이번 경기확장 국면을 지칭할 별도의 이름을 지어 붙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다이이치생명의 리즈카 나오키 연구원은 '르네상스 경기'라는 이름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한 관료는 "과거 이자나기 경기 때는 사람들이 매우 들뜬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경기확장의 혜택을 느끼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이번 경기확장에 대해 어떤 이름을 붙인다고 해서 지지해줄 사람들이 있겠는가"라고 말했다고 〈로이터〉가 17일 전했다.
일본 관료의 이런 태도는 이번 경기확장이 고용시장 유연화를 비롯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감세 등을 통한 부유층의 소비확대 유도 정책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며, 이로 인해 일본 사회가 빈부격차 확대, 중산층 붕괴, 사회 양극화 등의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는 국내외 비판을 의식한 탓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과 관련해 특히 미국의 〈뉴욕 타임스〉는 최근 일본경제에 관한 기획기사에서 "규제완화, 민영화, 정부지출 축소, 부자들을 위한 감세 등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정책과 비슷한 정책들을 통해 일본의 경제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오는 9월이면 퇴임하게 된다"며 "그러나 1억2700만 일본 국민들은 (그러한 고이즈미 총리의 정책들이 초래한) 사회적 비용들을 이제야 비로소 느끼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뉴욕 타임스〉는 고이즈미 총리가 지난 2001년 집권한 이래 실시해 온 신자유주의적 개혁정책으로 인해 저축 잔액이 전혀 없는 가구의 비중이 1960년대 초 이래 가장 높은 24%로 치솟았고, 복지급여를 받는 가구의 수가 37% 가량 늘어나 100만 가구로 불어났으며, 교육비 보조를 받는 초중등학생 수가 36%나 증가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자녀를 값비싼 사립학교에 보내는 가정과 공립학교에 보내는 가정 사이의 교육 불평등이 심화되고, 젊은 층에서 실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양극화의 결과로 초래된 빈부격차의 대물림도 예상된다고 〈뉴욕 타임스〉는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세계에서 중산층의 기반이 가장 탄탄하고 고용이 안정된 사회'였던 과거의 명성이 무색하게도 이제는 소득격차의 급격한 확대와 사회 양극화에 따른 국민의 삶의 질 저하, 저소득층의 불만, 그리고 그 결과로 나타나게 될 정치적 불안정 등을 우려해야 하는 사회가 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일본의 소득양극화 현황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소득양극화로 인해 패전 후 일본사회를 지탱해 오던 '1억 총중류(一億 總中流)' 의식이 최근 와해되는 추세"라며 "이에 따라 현재 일본에서는 최근의 사회분열 위기를 '또 다른 분단국가의 탄생' 또는 '격차사회 일본'이라고 표현하며 소득격차 심화 현상을 사회통합에 가장 큰 걸림돌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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