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여당 의원들이 국회 내에 FTA을 포함해 통상협정 및 통상협상 문제를 전담하는 상설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해 주목된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 위원회 소속의 이상경 열린우리당 의원은 김명자, 김태홍, 문병호, 신기남 등 여당 의원들과 함께 외국과의 통상·교섭 정책을 심사하는 '통상교섭특별위원회'를 국회 내에 마련한다는 내용의 '국회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이르면 이번주 초에 발의할 계획이다.
현재는 통상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헌법 60조 1항)에 관련된 사항을 다루는 국회의 위원회는 통일외교통상위원회(통외통위)다.
이상경 의원 측은 이번 국회법 개정안 발의를 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 "통외통위는 통일 업무와 외교 업무를 함께 담당하고 있는 관계로 외국과의 통상교섭 정책에 대한 심도 있는 정책심사를 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뿐 아니라 한미 FTA의 교섭 과정에서도 볼 수 있듯이 외국과의 통상협상에 있어서는 대외적 협상 못지않게 내국민에 대한 대내적 협상이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으나, 현재 통외통위의 기능으로는 여러 부처의 소관 분야에 걸쳐 있는 대내적 협상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한 정책심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상경 의원 측은 이번에 국회법 개정안을 공동으로 발의할 다른 여야 의원들을 찾고 있으나 대부분 지방선거에 정신이 쏠려 있는 형편이라 어려움이 크다고 호소했다.
***권영길 측 "통상절차법 통과될 가능성 높아"**
그러나 이미 지난 2월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등 여야 40명의 의원들이 비슷한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어 이상경 의원 측 개정안과 권영길 의원 측 개정안의 중복 여부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권 의원 등이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함께 제출된 '통상조약 체결절차 등에 관한 법률(통상절차법)'이 의결된다는 전제 아래 이 법에 따라 통상절차, 통상조약 관련 정책, 외국과의 통상조약 체결 등에 관한 사항을 심사하기 위해 '통상특별위원회'를 두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권영길 의원 등은 오는 20일 이 법안을 통외통위에 상정할 예정이다.
권영길 의원 측은 통상절차법이 국회에서 계속 계류될 경우 특위의 설치마저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통상절차법이 의외로 쉽게 통과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여야는 물론 정부도 통상절차법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 권 의원 측의 판단이다.
***이상경 측 "권영길 의원이 발의한 통상절차법, 문제 있다"**
그러나 이상경 의원 측은 권영길 의원 등이 발의한 '통상절차법'의 내용에 동의하지 않아 별도로 통상협정과 관련된 상설특위를 두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의원 측은 따로 개정안을 마련한 이유에 대해 "권영길 의원 등이 발의한 통상절차법은 통상조약에 대해 국회가 가진 동의권을 너무 크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의원 측은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조약과 그렇지 않은 조약이 있는데, 권 의원 등이 발의한 통상절차법은 이 모든 조약들에 대해 정보를 공개하라고 하는 등 지나치게 까다롭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상경 의원 등이 발의하는 국회법 개정안에는 국회의 동의가 꼭 필요한 조약에 한해서만 관련 통상교섭 정책을 심사하고 정책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상설 특별위원회를 설치한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이 의원 측은 "향후 이 상설특위에서 통상절차법 입법도 완성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권 의원 측은 "통상협정과 관련해 국회의 역할이 너무 과도해지면 '삼권분립'이라는 헌법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있다"며 "공청회 등을 통해 통상협정과 관련된 국회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선을 그으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통상협정에 있어 국회가 어느 수준에서, 어느 정도까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느냐'에 대해 국회 내에 시각차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미국 워싱턴에서 17일(현지시간) 열릴 예정인 한미 FTA 제2차 사전협상에 나설 준비를 마무리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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