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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게이트?…모피아 게이트다!"

[화제의 책] 이정환 기자의 〈투기자본의 천국 대한민국〉

"그런 줄은 알았지만, 그래도 충격이다."

2003년 외환은행이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로 헐값에 넘어간 것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속속들이 진실로 밝혀지면서 국민들의 가슴이 다시 한번 멍들고 있다.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넘어간 것이 엄연한 '불법'이었고, 이런 불법을 저지른 당사자가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위원회 등의 금융당국, 외환은행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의 금융계, 법무법인인 김&장 법률사무소, 회계법인인 삼정KPMG 등이 한데 얽히고설킨 '한국 내부의 네트워크'였음이 밝혀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 국민들은 '이런 가공할 범죄를 저지른 진짜 윗대가리가 누구냐'는 의문을 마음속에서 지우지 못하고 있다. 때맞춰 "이런 불법매각을 주도한 것은 바로 '이헌재 사단'"이라고 속시원히 주장하는 책이 나왔다. '론스타들과 그 파트너들의 국부 약탈 작전 전모'라는, 대단히 섹시한 부제를 단 〈투기자본의 천국 대한민국〉(이정환 지음, 중심 펴냄)이 바로 그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이정환 기자는 경제주간지 〈이코노미 21〉에서 수년 간 론스타를 포함한 외국계 투기자본들의 '기업 사냥' 실태를 심층취재해 보도해 왔다. 저자는 〈투기자본의 천국 대한민국〉이란 한 권의 책에 외환은행 불법매각의 전모, 투기자본의 기업사냥 실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초래한 폐해의 사례 등 우리 경제를 장악하다시피 한 외국계 투기자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대안까지 제시했다.

***'론스타 게이트'가 아니라 '모피아(Mofia) 게이트'**

이정환 기자는 〈투기자본의 천국 대한민국〉에서 2003년 당시 외환은행이 미국계 론스타에 넘어가게 된 것을 "정부 관료와 금융권, 투기자본, 로비스트들의 네트워크가 만들어낸 추악한 머니 게임"이라고 정의내리고, 이 게임에 관여한 수많은 사람들의 '끈적끈적한' 인맥을 추적한다.

이 기자에 따르면 외환은행 불법매각 사건을 둘러싼 모든 의혹의 중심에는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와 '그의 남자들'이 있다. 이른바 '이헌재 사단'이라고 불리는 재경부 출신 인사들이 소위 '회전문 현상'을 통해 형성한 거대 네트워크가 외환은행 불법 매각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회전문 현상이란 재경부 관료들이 금융당국, 금융권, 법률법인, 회계법인 등을 옮겨 다니며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정환 기자는 △이헌재 전 부총리가 고문으로 있었던 김&장 법률사무소가 바로 론스타의 법률대리인이었다는 점 △이헌재 전 부총리와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이 중학교 선후배 사이라는 점 △외환은행의 대주주였던 수출입은행의 이영희 전 행장이 재경부 재임 시절 이헌재 전 부총리의 오른팔 역할을 했다는 점 등을 들어 이헌재 전 부총리를 축으로 한 '론스타-김&장-외환은행-수출입은행-재경부' 간의 네트워크를 드러내 보인다. 이 기자는 또 외환은행을 살 '자격'을 따낸 국민은행의 강정원 행장 역시 이헌재 사단의 핵심 멤버라고 덧붙였다.

이 기자는 또 △진념 전 부총리가 고문으로 있었던 삼정KPMG가 론스타가 회계감사를 위촉한 회계법인이었다는 점 △이영희 전 수출입은행장이 진념 전 부총리와 여러 차례 만났다는 점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과 진념 전 부총리가 기아그룹에 근무하며 인연을 맺었다는 점 △이강원 전 청장과 전윤철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고등학교 동문이라는 점 등을 들어 진념 전 부총리를 축으로 한 '론스타-삼정KPMG-외환은행-수출입은행-청와대' 간의 또다른 네트워크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정환 기자는 이들을 '모피아'로 규정짓고, 이들을 규제하지 못하면 제일은행, 한미은행, 외환은행에 이어 다른 은행과 기업들이 계속 팔려나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모피아란 재정경제부의 영문 약어인 모페(MOFE, Ministry of Finance and Economy)의 '모'와 마피아의 '피아'를 이어붙여 만든 단어다.

"당신이 만약 외국계 사모펀드를 운영하는 사람이고 우리나라에 들어와 은행을 인수하려고 한다면 누구를 먼저 접촉해야 하겠는가. 그 답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정부 관료와 금융권, 투기자본,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을 가장한 로비스트들의 이 끈적한 네트워크를 차단하고 도려내지 못하면 앞으로도 수많은 은행과 기업들이 팔려나갈 것이다."

***학연·지연·혈연으로 묶인 건 투기자본도 마찬가지**

이와 동시에 이정환 기자는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계 투기자본들도 알고 보니 끈적끈적한 네트워크로 엮여 있다고 설명한다. 학연·혈연·지연으로 엮인 것은 한국의 '모피아'들뿐 아니라 한국경제를 '빨아먹는' 외국계 투기자본들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 기자에 따르면 제일은행을 사들였다가 스탠다드차터스은행에 넘겨 1조1510억 원을 벌어들인 뉴브리지, 한미은행을 샀다가 씨티은행에 팔아넘겨 7017억 원을 벌어들인 칼라일, 그리고 외환은행을 사들였다가 국민은행에 팔아넘겨 4조5000억 원의 차익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론스타는 모두 줄줄이 엮여 있다.

일단 론스타와 뉴브리지는 한 가지에서 나온 형제들이다. 뉴브리지의 지분 70%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텍사스퍼시픽그룹의 데이비드 본더만 회장이 바로 론스타의 공동창업자다. 한편 론스타와 칼라일은 진짜 '혈연관계'로 엮여 있다. 론스타코리아의 스티븐 리 전 대표와 칼라일의 제이슨 리 이사가 친형제 사이인 것이다. 이들은 한 뿌리에서 나왔다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 모두 매각 주간사 회사로 모건스탠리를 선택했고, 법률 대리인도 김&장으로 통일했다.

***문제는 외국자본도 투기자본도 아니다…'자본의 투기화'가 문제다**

이밖에도 이정환 기자는 KT&G를 공격하고 있는 미국계 기업사냥꾼 아이칸, 오리온전기를 먹은 매틀린패터슨, 브릿지증권을 접수한 BIH 등 우리 사회에서 득세하고 있는 외국계 투기자본의 실상을 낱낱이 드러낸다.

이 기자는 이렇게 대한민국이 투기자본의 천국이 된 결과가 바로 '주주 자본주의의 득세'라고 주장한다. 즉 1997년 이후 한국의 자본시장이 급속히 개방되면서 국내 실물경제를 장악한 금융자본, 특히 외국계 금융자본이 '주주가치 극대화의 원리'를 내세워 실물경제의 활동을 제약하고 적극적 투자를 외면하면서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을 손상시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기자는 이런 투기자본에 대한 대안으로 재벌 대기업 집단을 옹호하려는 일부의 기도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를 분명히 냈다. 이 기자는 "투기자본의 대안이 굳이 재벌일 이유도 없고, 외국자본의 대안이 굳이 국내자본이어야 할 이유도 없다"면서 "핵심은 자본의 투기적 속성을 끊임없이 경계하고 견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기자는 외환은행, LG카드, 대우건설을 비롯해 하이닉스, 우리금융지주, 대한통운, 만도, 하나로텔레콤,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일렉트로닉스, 쌍용 등 수많은 우리 기업들이 인수합병(M&A)의 매물로 나와 있는 상황에서 "이제 누군가가 이 거대한 자본의 탐욕을 멈춰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브리지가 가면 칼라일이 오고, 칼라일이 가면 론스타가 온다. 론스타가 가면 얼마든지 또 다른 론스타가 온다. BIH가 오고, 매틀린패터슨이 오고, 칼 아이칸이 오고, 소버린과 세레메스 등등. 그렇게 해서 수많은 기업과 은행이 마구 팔려 나간다. 흔히들 착각을 하지만, 이건 외국자본과 국내자본의 문제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투기자본의 문제도 아니다. 자본의 투기적 속성이 문제다. 자본의 투기화는 이미 세계적인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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