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졸속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해 온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11일 "국책 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오랜 마사지(자료조작) 전통대로 한미FTA 관련 데이터도 마사지했다"고 주장했다.
정 전 비서관은 이날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가 주최한 '한미 FTA와 한반도의 미래구상' 토론회에 방청객으로 참석해, 이혜민 외교통상부 한미FTA기획단장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2004년까지 한미 FTA는 중장기 계획이었고, 내가 2005년 청와대 비서관을 사직하기 전만 해도 노무현 대통령의 관심사안은 한일 FTA였다"며 "정부(담당자)도 한미 FTA 추진 선언 이전에 한 번도 나와 협의하거나 보고한 적이 없다"고 졸속추진 의혹을 또 다시 제기했다.
정 전 비서관은 의료시장 개방과 관련해 "의료 분야에서 미국 자본주의의 이식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가능하지 않았던 일"이라며 "의료의 영리법인화를 허용하면 가난한 사람들은 고액의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우리 정부가 미국식 자본주의를 추종하고 한미 FTA도 이러한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는 게 아니냐"면서 "한미 FTA 이전에 중국과 미국을 경쟁시켜 한국의 국익을 최대화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혜민 단장은 "나는 정책라인이 아니라 협상라인이어서 책임 있는 답변을 할 수 없다"면서 "다만 미국이 의료 부문의 영리법인화 요구를 적시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장상환 진보정치연구소장은 발제를 통해 "한미 FTA 추진의 배경 정책인 '선진형 통상국가' 또는 'FTA 허브 구축' 전략은 한국경제 성장에 필요충분 조건이 아니다"며 "미국은 한미 FTA를 통해 중국의 부상을 억제함으로써 동아시아 질서에서 정치경제적 헤게모니를 강화하려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림국제대학원 최태욱 교수는 "한미 FTA의 졸속 추진은 정치사회적 혼란을 불러올 뿐 아니라 중국을 자극해 동아시아 안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인하대 정인교 교수는 "한미 FTA는 국익을 위해 필요한 통상개방이며 조약체결 이후 상황에 대한 준비가 충분히 돼 있다"고 반박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