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성 출국' 의혹이 제기됐던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이 늦어도 11일까지는 귀국하겠다는 입장을 검찰에 공식 통보함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및 경영권 승계 관련 비리의혹에 대한 수사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7일 브리핑에서 "현대차 측 고위 관계자가 어제 오후 늦게 박영수 대검 중수부장에게 전화를 걸어와 '정몽구 회장이 늦어도 다음주 화요일(11일)까지 귀국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정 회장이 귀국하면 곧바로 그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한 후 소환일정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검찰은 정 회장을 상대로 비자금 조성 경위와 정ㆍ관계 로비 여부,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 등을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채 기획관은 "비자금 조성 경위 및 용처 부분을 정리한 뒤 정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을 소환하는 일정을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채 기획관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입국 직후 검찰로 소환됐던 전례대로 정 회장을 공항에서 바로 데려올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게는 안 될 것이다. 김 전 회장은 수배된 상태였지만 정 회장은 다르다"고 대답했다.
채 기획관은 또 "현대차 비자금 수사의 기조나 방향은 더 이상 달라질 것이 없으며, 합당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하고, 정 회장의 귀국 여부와 무관하게 불법 혐의에 대해 엄단할 것임을 시사했다.
검찰은 정 회장을 조만간 소환조사한다는 계획을 전제로 수사 일정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동안 비자금의 조성, 관리, 집행을 정 회장 부자가 총지휘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현대차 기획총괄본부 자금관련 임직원, 이주은 글로비스 사장과 이 회사 재정팀장을 잇달아 연일 소환해 비자금 용처를 확인해왔다.
검찰은 또 금융브로커 김재록 씨와 인베스투스 전무 등을 소환해, 현대차가 정관계 인사 등에게 후원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했는지,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 5개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에 개입했는지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현대차의 서울 양재동 사옥 매입 및 증축 인허가를 목적으로 로비를 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당시 현대차 사장을 지낸 윤여철 현 울산공장장도 불러 조사하고 있다.
이밖에 현대차 본사에서도 비자금 입출금 장부가 발견된 점에 비춰, 검찰이 현대차 그룹 전체의 비자금을 조사할지도 주목된다.
채 기획관은 현대차 본사 비자금 조성 의혹도 수사하느냐는 질문에 "묵묵부답한 것으로 정리해 달라"고 말해 현대차가 150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글로비스와 별도로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포착했음을 시사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론스타 사건을 고발한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 허영구 씨와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입법조사관 조 모 씨을 불러 고발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검찰은 또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와 허드슨어드바이저코리아의 기업평가 담당 임직원을 소환해 조사 중이며, 지난달 30일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회계ㆍ전산 자료 등을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론스타 관련 자문회사의 계좌를 추적해 달라는 감사원 요청에 따라 영장을 발부받아 계좌추적에 착수했다.
채 기획관은 "감사원이 요청한 계좌는 50∼60개의 계좌로 쪼개져 있다. 감사원은 연결계좌에 대한 추적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검찰에 요청을 하게 된 것이며, 검찰은 감사원과 계속 협조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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