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에 이어 이번엔 LG카드의 매각절차가 개시됐다.
LG카드 채권단으로부터 매각과 관련해 전권을 위임받은 산업은행과 JP모건이 27일 국내 주요 일간지에 '채권금융기관이 보유한 LG카드의 보통주식을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한다'는 공고를 내고 본격적으로 LG카드 매각작업에 착수했다.
첫 매각절차는 다음달 12~19일 7일 간에 걸쳐 인수희망자가 산업은행 M&A실에 인수의향서, 비밀유지확약서(CA), 각서 등을 제출하는 것이다. 매각주간사 회사들은 인수의향서에 대한 심사를 거쳐 입찰적격자를 선정하고, 예비실사 등 나머지 매각절차는 입찰적격자에 한해 개별통지할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 내에 매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운 산업은행 등은 "일반적인 절차에 따라 매각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카드의 매각은 외환은행의 매각과 함께 2006년 금융계 최대의 '빅뱅'으로 꼽힌다. 은행들의 연합체인 비씨카드를 제외하면 시장점유율 14%로 업계 1위인 LG카드를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카드업계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진 우리-하나-씨티 '3파전'…하나금융 가세하면 '4파전'**
현재까지 LG카드의 인수를 희망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기업은 우리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2곳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아직 공개적인 인수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인수경쟁에 뛰어들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LG카드의 매력은 크게 세 가지다. 무엇보다도 1월 말 현재 11조 원의 총자산과 988만 명의 실질회원을 보유한 LG카드는 지난 한 해에만 매출액 2조7297억 원, 당기순이익 1조3631억 원을 올린 '우량' 매물이다. 또 인수의사를 밝힌 기업들 가운데 어느 곳이 LG카드를 인수해도 단숨에 카드업계 1~2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게다가 LG카드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1000만 명에 가까운 고객들의 정보는 은행이나 증권사 등의 자회사를 보유한 금융지주회사들에 절호의 영업확장 수단이 될 수 있다.
우리금융이 LG카드를 인수합병(M&A)할 경우 카드업계 시장점유율은 20% 수준으로 뛰어오른다. 외환은행을 인수합병하면 시장점유율이 20.8%가 되는 국민은행에 맞먹는 수준이다. 연초부터 적극적으로 LG카드 인수 의사를 표명해온 우리금융은 출자여력이 4조2000억 원에 달해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히고 있다.
신한금융이 LG카드를 차지할 경우 시장점유율이 24%로 뛰어오르면서 단숨에 업계 1위가 된다. 그러나 조흥은행과 굿모닝증권과의 인수합병으로 이미 많은 자금을 쓴 신한금융의 출자여력은 우리금융에 훨씬 못 미치는 2조6300억 원 수준이다.
한국씨티도 한미은행을 인수합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시티그룹의 지원을 받으면 얼마든지 LG카드 매각 입찰에 참여해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관측이다.
외환은행 입찰에서 탈락해 은행권의 '빅4' 경쟁에서 밀리게 된 하나금융도 LG카드의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하나금융이 LG카드를 인수할 경우 2~3% 수준 밖에 안되는 시장점유율이 16~17%로 뛰어오르면서 단숨에 현재 업계 2위(점유율 11.2%)의 삼성카드를 제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알'이 부족해 외환은행 매각입찰에서 밀린 것으로 알려진 하나금융지주의 출자여력은 2조 원 이하 수준이다.
이밖에 농협, 메릴린치, 테마섹 등도 LG카드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 매각대금은 4조~6조 원…'LG카드' 상호는 더 이상 사용 못해**
외환은행이 6조 원을 웃도는 가격에 팔릴 전망인 가운데 LG카드의 매각대금이 얼마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매각대금은 주채권은행이자 매각주간사 회사인 산업은행이 얼마나 많은 지분을 매각할 지에 따라 달라진다.
27일 현재 LG카드의 시가총액은 6조6700억 원이다. 산업은행이 채권단 지분 75.59% 중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50%만 매각하기로 결정해도 인수가격은 3조4000억 원 수준이 된다. 업계는 우량매물인 LG카드의 경영권에는 적어도 20%의 프리미엄이 붙어 인수대금이 4조 원 이상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만약 산업은행이 채권단 지분을 일괄 매각하기로 결정하면 매각대금은 최소 5조1400억 원이 된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20%를 더하면 인수대금은 6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러나 매각대금이 낮아질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도 산업은행과 LG그룹이 올해 3월까지만 'LG카드'라는 상호를 사용하기로 협정을 맺은 것이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예정이다. 업계는 LG카드 상호가 1조 원 이상의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LG카드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후보들이 대부분 LG카드의 채권단의 일원으로 이미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매각대금은 추가로 더 떨어질 전망이다. 현재 농협이 LG카드의 지분 14.59%를 보유하고 있고, 우리금융은 8.7%, 신한금융은 7.14%(합병한 조흥은행의 지분 포함), 하나금융은 4.28%, 한국씨티가 1.07%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