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는 내수 회복과 수출 호조에 힘입어 4.0%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그러나 교역조건의 악화로 우리 국민이 실제로 손에 쥔 소득은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지난해 번 돈, 외국에 주고 나니 별로 남는 게 없어**
22일 한국은행은 지난해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들의 종합적인 경제성적표라고 할 수 있는 '2005년 국민계정(잠정)'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05년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4.0% 성장했다. 이는 전년의 4.7%에서 0.7%포인트 떨어진 수치이며, 당초 정부의 목표치였던 5%에도 크게 밑도는 것이다. 그러나 3%대의 성장률을 점쳤던 일부 시장의 전망치보다는 높은 것이어서 '생각보다 괜찮은 성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4% 성장률이 달성된 데에는 2003년과 2004년에 연속 감소해 경기침체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민간소비가 지난해에는 3.2% 증가한 것이 크게 도움이 됐다. 또 설비투자가 5.1%, 재화수출이 9.7%의 견고한 증가세를 이어간 것도 이런 경제성장에 기여했다.
지난해 성장률을 분기별로 보면 1분기 2.7%, 2분기 3.2%, 3분기 4.5%로 상승세를 이어갔고 4분기에도 당초 한국은행의 전망치였던 4.8%를 훨씬 웃도는 5.3%로 껑충 뛰었다. 한국은행은 이를 두고 경기가 회복하고 있다는 뚜렷한 증거로 해석했다.
또 성장에 대한 내수의 기여율이 전년의 35.6%에서 지난해에는 64.1%로 크게 상승한 반면 순수출의 성장 기여율은 전년의 70.5%에서 36.0%로 급락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우리 국민은 나라 살림살이가 나아졌다는 체감을 할 수 없었다. 실질 GDP에서 우리나라가 외국에 지불한 요소소득을 빼고 외국에서 받은 요소소득을 더한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0.5%밖에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외환위기를 겪었던 지난 1998년의 -8.3% 기록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한국은행은 이렇게 실질 GNI가 제자리걸음을 한 것은 지난해 국제유가의 상승, 달러 가치의 하락, 반도체 가격의 하락 등으로 수출물가가 하락하고 수입물가가 상승해 교역조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달러로 환산하면 명목 GDP 15.7% 증가, 1인당 GNI 14.8% 증가**
그러나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연평균 10.5% 하락함에 따라 적어도 달러화로 계산할 때는 우리나라의 경제사정은 한결 나아진 것처럼 보인다.
2005년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달러 기준으로 전년의 6809억 달러에서 15.7% 증가한 7875억 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한 나라 국민의 생활수준을 나타내는 데 있어 1인당 GDP보다 더 나은 지표로 각광받고 있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달러로 환산하면 전년 1만4193달러에서 1만6291달러로 14.8% 증가했다. 적어도 수치상으로는 노무현 정부가 염원하는 '국민 1인 소득 2만 달러 시대'에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세계은행이 매년 발행하는 〈세계개발보고서〉에 따르면 1인당 GNI가 9266달러 이상이면 고소득 국가에 해당한다.
***GDP 디플레이터 0.4% 감소**
산업구조를 살펴보면 농림어업이 산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전년의 34.9%에서 33.0%로 떨어졌고, 광공업도 전년의 28.9%에서 28.8%로 하락했다. 서비스업은 55.6%에서 56.3%로 증가했다. 한편 건설업의 비중이 9.3%에서 9.2%로 하락해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각종 대책들에도 불구하고 건설경기가 호전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총저축률은 전년의 34.9%보다 낮은 33.0%를 기록했고, 국내 총투자율도 전년의 30.4%에서 30.2%로 하락했다. 총저축률이 하락한 것은 민간소비가 증가하면서 민간저축률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민간저축률은 전년 대비 1.8%포인트 하락한 22.8%를 기록한 반면 정부저축률은 전년과 동일한 10.2%를 기록했다.
생산자물가지수 및 소비자물가지수와 함께 대표적인 물가지수로 꼽히는 'GDP 디플레이터'는 전년 대비 0.4% 감소했다. 지난해 내수상품의 가격은 2.2% 상승했지만, 수입상품의 가격이 원/달러 환율의 하락에 힘입어 이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한편 한 나라 국민들이 일한 대가로 얻은 총소득 중 노동자가 차지하는 몫을 나타내는 '노동소득 분배율'은 지난해 59.1%에서 60.4%로 상승했다. 노동소득 분배율은 근로소득을 근로소득과 기업이윤의 합계로 나눠 얻은 값을 백분율로 나타낸 것으로 노동의 가격이 자본보다 높을수록, 한 나라의 산업이 노동집약적일수록 그 수치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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