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율은 떨어졌지만, 고용의 질은 더 나빠졌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더 커졌다. 남성과 여성, 고소득자과 저소득자 사이도 모두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는 모범이 돼야 할 정부 부문은 오히려 그 반대로 움직였다. 법정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수는, 다른 부문에 비해 정부 부문에서 더 크게 늘었다. 정부가 '악덕 사용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소장 김유선)가 14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2010년 3월)'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는 2007년 3월 879만 명까지 증가했던 비정규직은 2010년 3월 828만 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정규직은 2001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0년 3월 833만 명에 달했다. 이에 따라 2007년 초까지 55~56퍼센트 수준을 유지하던 비정규직 비율은 49.8퍼센트까지 하락했다.
연구소는 비정규직 감소 현상에 대해 "2007년 7월부터 시행된 비정규직 보호법의 정규직 전환과 경기침체에 따른 효과 이외에 상용직 위주로 고용 관행이 변하는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정부는 비정규직에 대한 공식 통계로 2010년 3월 현재 550만 명(33.1퍼센트)을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임시일용직과 부가조사에서 나타난 상용직 중 비정규직을 더한 수치를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비정규직 일자리는 주로 제조(-10만 명), 건설(-10만 명), 도소매(-7만 명) 등 민간부문에서 감소한 반면, 공공행정(8만 명), 보건복지(9만 명), 교육서비스(3만 명) 등 희망근로 일자리가 창출된 영역에서는 증가했다. 고용형태별로는 전반적으로 모두 감소한 가운데 시간제 근로와 파견근로는 각각 29만 명, 3만7000명 증가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는 더 늘었다. 2009년 3월 평균 253만 원이었던 정규직 임금은 2010년 3월 266만 원으로 13만 원(2.0퍼센트) 올랐지만 비정규직은 124만 원에서 123만 원으로 1만 원(0.6퍼센트) 떨어졌다. 이에 따라 정규직 임금 대비 비정규직 임금 수준도 48.9퍼센트에서 46.2퍼센트로 2.2퍼센트 포인트 하락했다. 성별 임금 격차로 커서 정규직의 경우 여성이 남성의 67.3퍼센트, 비정규직 여성은 비정규직 남성의 38.3퍼센트 수준에 그쳤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간격 역시 계속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상위 10퍼센트와 하위 10퍼센트의 시간당 임금격차는 2009년 3월 5.21배에서 2010년 3월 5.25배로 증가했다. 이는 심각한 임금 불평등으로 세계적 악명을 얻은 미국을 앞지른 수치다.
법정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는 2009년 8월 210만 명에서 2010년 3월 211만 명으로 소폭 늘었지만 정부 부문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10만 명에서 12만 명으로 늘어나 증가 폭이 더 컸다. 이에 대해 김유선 소장은 "정부가 공공 부문의 선량한 사용자로서의 본분을 다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최저임금법을 준수할 최소한의 의지도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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