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장'이자 저임금으로 미국 등 주요시장에서 공산품 가격 하락을 초래한 중국이 이제는 '인플레이션의 진원지'로 변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직률 급상승**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는 '중국의 임금상승이 가져올 변화'라는 기사에서 "노동력 부족으로 임금이 급상승하는 현상이 전세계에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잡지는 "중국은 값싼 노동력을 무한히 공급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었던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고 잘라 말한다.
실제로 지난 2월 시티그룹은 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에서 임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으며, 주중국 미국상공회의소도 지난 1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중국은 값싼 노동력이라는 이점을 상실할 위험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본토에 진출한 미국 제조업체 중 48%가 임금상승으로 이윤폭이 급격히 감소했다.
이 잡지는 "그동안 중국에서 임금이 상승하더라도 생산성이 이를 상쇄했기 때문에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을 많이 해도 물가상승을 촉발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이제 임금인상 폭을 넘어서는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단계에 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전체 노동력은 8억 명에 달한다. 그러나 제조업체들이 요구하는 자격을 갖춘 노동력은 상대적으로 적다. 이 때문에 수출시장이 급격히 넒어지면서 필요한 노동력은 늘어나지만 이에 맞는 인력이 부족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섬유, 장난감 공장에서부터 다국적 기업의 중국 본사와 연구소에 이르기까지 현재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직면한 가장 큰 난관은 '노동력 확보'라는 지적이다.
이 잡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가구용품업체 용진그룹은 40% 오른 임금인 월 160달러를 주고도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의 에어컨 콤프레셔 제조업체 에머슨 테크놀로지도 비슷한 상황. 임금을 더 많이 주는 다국적 기업으로 직원들이 옮겨가면서 이 업체의 이직률은 해마다 20%에 달하는 실정이다.
지난 2001년 8.3%에 머물렀던 제조업체 평균 이직률은 2004년 11.3%로 두 자릿수를 기록한 뒤 지난해 14%까지 치솟았다.
〈비즈니스위크〉는 "이같은 상황변화는 중국에 진출한 제조업체들이 더 이상 8명당 방 한 개의 숙소를 제공하고 하루에 12시간씩 1주일에 7일 일을 시키지 못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이 잡지는 허마오팡이라는 노동자(30)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지난 2000년만 해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갈 곳이 많다"고 말한다.
지난해 6월 그가 더 많은 임금을 받으며 옮겨간 용진그룹의 경우 기숙사 시설과 직원식당에서 제공하는 음식의 질을 개선했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용진그룹의 5개 공장은 여전히 필요한 인력의 10%가 부족한 상태다.
***다국적 업체들 "저임금 찾아 중국 내륙 또는 베트남 등지로 이전" 고민**
〈비즈니스위크〉는 "이같은 임금문제는 중국에 진출한 업체들의 경영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면서 "공장 입지를 임금과 땅값이 보다 저렴한 중국 내륙지방 쪽으로 옮길 것인가, 아니면 아예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처럼 더욱 저렴한 임금의 노동력을 구할 수 있는 곳으로 옮길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미 제너럴 모터스, 혼다, 모토롤라, 인텔 등 대표적인 다국적 제조업체들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일부 공장과 연구소를 중국 내륙 지방으로 옮겼다. 하지만 지난 2년 간 중국 정부가 세금감면과 투자확대 등으로 농촌의 소득을 제고하려는 정책을 쓰면서 공장 노동력으로 전환하는 농촌 인력이 기대보다 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갈수록 더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 내륙도시에서 노동력을 찾게 되면서 이 지역의 임금 상승률이 기존의 공업지역보다 더 가파르게 인상되는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위크〉는 "중국 정부도 노동력 부족 문제를 다뤄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 농촌 거주민의 도시 이주에 관한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다른 나라들도 중국의 임금상승에 대해 대응책 마련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