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관련해 '이면합의', '밀실논의' 의혹을 차단하고 앞으로 있을 수 있는 국회의 국정조사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 협상팀 간과 한미 간의 모든 논의와 협의 내용을 문서화해 기록하기로 했다고 통상교섭본부 관계자가 13일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협상과 관련된 직원들에게 "FTA 협상의 과정과 결과가 국회의 국정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국정조사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본부장은 "만약 국정조사가 진행돼 협상의 전 과정을 외부에 공개해야 할 때를 대비해 협상과정에 국민적 의혹이 남지 않도록 모든 협의 내용을 꼼꼼이 그리고 일일이 기록하고 문서로 남기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상교섭본부의 이런 움직임은 한미 FTA 협상의 진행과정과 내용을 주권자이자 협상의 이해당사자인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공개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협상의 실무를 맡고 있는 정부조직과 관련 공무원들이 자기보호 장치를 갖춰 놓으려는 것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통상교섭본부는 협상과정에 대한 기록을 내부적, 비공개적으로 축적하는 데 그치지 말고 협상과정과 주요 내용을 그때그때 국민에게 공개하거나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 알리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통상교섭본부는 이달 초부터 시작된 한미 FTA의 예비협상과 오는 6월부터 개시될 예정인 본협상은 차치하고서라도 지난 2004년부터 올해 초까지 2년 가까이 한미 간에 진행된 사전협상의 과정과 내용부터 소상히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미 일부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한 예로 민주노동당의 천영세 의원은 최근 개인 성명을 통해 "미국 의회조사국의 보고서에 의하면 2004년 이후 우리 정부는 미국 측에 한미 FTA를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그 2년 동안 영화인을 비롯한 이해당사자와 협의를 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국회에 보고한 적도 없다"며 "신속한 진행과 철저한 보안유지 속에 이해당사자의 의견 수렴이나 사회적 공론화는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이 스크린쿼터 축소 등 4가지 요구사항을 한미 FTA 협상 개시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우리 정부가 이를 그대로 수용했던 사실과 그 과정도 지난달 초 한미 양국 정부의 협상개시 선언 이후에야 비로소 언론보도를 통해 국민들에게 알려짐으로써 심각한 국민적 갈등이 초래되고 협상과정 전체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깊어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주요 협상 내용을 공개하는 데는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한 채 '후환 대비' 차원의 비공개 기록 유지 및 한미 FTA에 우호적인 여론 조성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협상과 관련된 일을 하는 공무원들에게 "지금 당장 기록을 공개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기록하라"면서 "특히 미국 측의 요구와 관련된 내용은 한 줄도 빠짐없이 적어두어 국정조사가 이뤄진다 해도 문제가 전혀 없을 만큼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그의 지시는 한편으로는 협상의 과정과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원칙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협상과 기록의 전 과정이 비공개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자칫 '면피성 취사선택' 및 '사실관계의 편집'을 초래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통상교섭본부는 3급 이상 고위직들이 나서서 지방자치단체들을 대상으로 한미 FTA 협상의 필요성에 대한 순회강연을 벌이기로 했고, 중앙 행정부처에 대한 강연과 설명회는 김 본부장이 주로 맡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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