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그랬어〉가 사라져 가는 고래처럼 세상에서 없어진다면 그보다 더 슬픈 일은 없을 것입니다. 꼭 살아남아서 우리 아이들의 희망이 되어야 합니다. 세월이 흐른 뒤 '나는 어렸을 때 〈고래〉를 읽고 자랐어' 하는 어른들이 많은 사회는 분명 지금보다 살 만한 사회일 테니까요." (〈고래〉 독자)
그 흔한 광고 한번 없이 2년 만에 수천 명의 정기 구독자를 가진 어린이 교양 잡지가 있다. 바로 '이웃과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일깨우고자 만들어진 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이하 〈고래〉)다.
***기적 같은 〈고래〉의 생존…아이들에게 '다른 세상'을 보여주고파**
2년 전 김규항 〈고래〉 발행인이 어린이 교양잡지를 낸다고 했을 때만 해도 대다수 사람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니나 다를까? 김규항 발행인과 조대연 대표는 〈고래〉가 숨이 넘어가려 할 때마다 쏟아 부은 돈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을 꾸리는 게 어려울 정도로 경제적 곤란에 처해 있다. 하지만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고래〉는 살아남았다.
2003년 10월 창간호를 낸 뒤 입소문만으로 4000명이 꼬박꼬박 돈을 내고 〈고래〉를 받아보고 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만화가 주를 이루는 잡지이지만 어느 새 아이들에게 읽히다보니 자신들도 애독자가 됐다. 대부분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 젊은 날 '다른 세상'을 꿈꿨던 '그 때 그 사람들'이다.
벌써 스무 권을 훌쩍 넘긴 〈고래〉는 기성 출판사와 언론 어디서도 시도하지 못 했던 실험을 하고 있다. 민주주의, 인권, 생태·환경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는 내용으로 빼곡히 찬 여러 가지 형식의 연재들은 그 자체로 혁명이다. 〈고래〉를 읽는 아이들은 사람들과 어울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소년 전태일을 만날 수 있고, 장애인·이주노동자를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할 이웃으로 받아들인다.
과외의 성과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인권운동사랑방과 공동으로 연재한 인권 이야기는 1년이 넘는 연재 끝에 2005년 초 책으로 묶여 나왔다. 〈뚝딱뚝딱 인권 짓기〉라는 제목의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대안 인권 교과서로 칭송이 자자하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못 했던 일을 〈고래〉가 해낸 것.
***세상 아이들이 다 〈고래〉와 헤엄치며 놀 순 없을까?**
〈고래〉는 지난 연말 또 다른 실험을 시도했다. 그간 〈고래〉의 가장 큰 고민은 "〈고래〉가 돈을 벌려고 만드는 잡지는 아니라 해도 어쨌거나 돈을 주어야 살 수 있는 상품이라는 것." 이 때문에 단지 돈이 없어서 고래를 보기 어려운 아이들이 항상 눈에 밟혔다.
그래서 시작했던 무료 구독제 역시 〈고래〉의 팍팍한 형편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더구나 개개인에게 책을 보내는 게 〈고래〉를 널리 읽히는 방법으로 최상이 아니라는 판단도 있었다. 이런 사정을 안타깝게 여긴 몇몇 이들이 모여서 머리를 맞댄 끝에 지난 2005년 10월 '고래동무'가 만들어졌다.
'고래동무'는 전국의 어린이 도서관과 각 지역의 공부방에 한 곳도 빠짐없이 〈고래〉를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단 농·어촌과 도시 서민 지역 도서관과 공부방 2000여 곳에 〈고래〉를 보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한 구좌 7500원. 원한다면 아이가 다니는 학교나 도서관 또는 옛 모교에 보낼 수도 있다.
더불어 사는 미래를 꿈꾸는 데 입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이은 MK픽처스 대표, 안상수 홍익대 교수, 김동원 푸른영상 대표, 이종회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박경석 장애인이동권연대 대표, 이윤호 초암C&C 대표, 김중미 작가, 정혜신 정혜신M연구소 대표, 영화배우 권해효 씨, 가수 안치환 씨 등이 이 간단치 않은 일을 시작하기로 뜻을 모으고 첫 번째 고래이모, 고래삼촌을 자처했다.
***고래동무 잔치…'고래이모 고래삼촌 만나요'**
이제 고래동무가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출발한 지 6개월이 되는 고래동무는 오는 3월 23일 '고래이모 고래삼촌 만나요'라는 제목으로 가수 안치환, 한동준 씨와 함께하는 잔치를 연다. 그간 〈고래가 그랬어〉에 애정을 갖고 있었지만 미처 고래이모, 고래삼촌이 될 기회를 갖지 못한 이들을 위한 자리다.
고래동무에 함께할 의향이 있으면 누구나 이 잔치에 낄 자격이 있다. 노래도 듣고, 노래도 부르고, 〈고래〉가 꿈꾸는 세상 또 각자가 꿈꾸는 세상에 대해 같이 얘기를 나누는 자리도 마련할 계획이다. 물론 〈고래〉의 진짜 주인, 아이들도 이 잔치의 주인공이다.
〈고래〉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오는 3월 23일 저녁 7시, 더 많은 고래이모, 고래삼촌과 만나는 것 때문이다. 그들 덕분에 더 많은 아이들이 〈고래〉와 헤엄치며 놀 생각을 하니 절로 어깨가 들썩거린다. <프레시안>도 이 어깨 들썩거리는 잔치에 참여한다.
☞'고래이모 고래삼촌 만나요' 잔치에 참여하기(www.dongmo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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