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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가 양극화 축소 수단"이라고?

박병원 재경차관, 정례브리핑에서 '궤변'

외교통상부와 함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밀어붙이고 있는 재정경제부의 고위 관리가 이 협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다가 "세계화는 양극화를 축소하는 수단"이라는 주장까지 하고 나섰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제1차관은 2일 과천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농업과 서비스산업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세계화는 양극화를 축소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변했다.

이어 박 차관은 "우리나라에서 양극화의 가장 큰 측면은 국제경쟁력이 있는 제조업과 국제경쟁력이 없는 농업이나 서비스산업 간의 격차"라면서 "낙후된 농업이나 서비스업을 개방과 경쟁에 내맡겨 국제경쟁력이 있도록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박 차관의 발언은 소득계층 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도시와 농촌 간의 격차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경제적 격차의 확대를 지칭하는 데 사용돼 온 '양극화'라는 개념을 산업부문 간, 특히 제조업과 비제조업 간 경쟁력 격차만을 가리키는 말로 축소, 왜곡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아울러 경쟁력이 미흡한 산업부문은 개방 확대로 국제경쟁에 노출될 경우 1차적으로 타격을 입고 존립기반을 상실할 위험에 처한다고 보는 것이 상식임에도, 박 차관은 이같은 상식적 전망에 입각한 합리적 대응책보다는 '개방과 경쟁의 경쟁력 강화 효과'라는 불투명하고 막연한 미래의 '가능성'만을 강조하는 태도를 보였다.

게다가 박 차관의 발언은 전 세계에 걸쳐 금융자본과 대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화'가 마치 우리 정부가 필요하면 취사선택할 수 있는 정책수단의 하나인 것처럼 주장함으로써 국민들을 오도하는 측면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차관의 발언과 태도는 재경부 관리들이 한미 FTA가 체결될 경우 불가피하게 피해를 입게 되는 국내의 일부 계층과 산업부문에 대한 고려를 충분히 하지 않은 채 미국과의 FTA 협상에 나서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이날 박 차관이 기자들과 주고받은 문답은 다음과 같다.

- 20대 서비스업 개방계획 발표 일정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데, 향후 로드맵은?

▲ 관계부처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날짜가 지연되는 것은 정부가 합의를 보고 결론을 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서비스업 분야의 개방은 기본적으로 외국인투자에 대한 개방이다. 서비스는 현지에서 쓰이기 때문에 단지 우리가 특정 규제를 풀어서 그 분야를 개방했다고 해서 외국업체가 앞 다투어 우리나라에 투자해줄 것 같지 않다. 단순히 개방하는 데 머물지 않고 적극 투자유치를 해야 하는 측면이 강하다. 이런 점에서 상품이 국내 시장에 들어와 직접 압박하는 농림업이나 제조업의 개방과는 다르다.

- 정부가 앞으로 중점 추진하겠다는 한미 FTA의 체결과 양극화 해소는 서로 논리적으로 상충되지 않나?

▲ 우리 나라의 양극화의 가장 큰 측면은 국제경쟁력이 있는 제조업과 국제경쟁력이 없는 농업과 서비스산업의 격차다. 서비스업 중에서도 처음부터 개방, 경쟁을 한 해운이나 항공업은 국제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경쟁에 노출되지 않은 부분들은 대부분 국제경쟁력이 없다. 양극화를 축소하기 위해서라도 낙후된 부분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안 된다. 한편으로는 도와주면서 한편으로는 개방과 경쟁에 내맡겨 낙후된 부분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게 양극화 해소의 주요 과제다. 우리 농업과 서비스산업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세계화는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 한미 FTA에 앞서 체결된 북미자유무역협정 등에서 독소조항이 많이 발견되는데….

▲ 앞으로 협상과정에서 특별히 유의해야 할 독소조항들이 많다. 특히 미국이 협정체결국에 투자할 경우 상대 협정체결국에서 판단했을 때 바람직하지 않은 점이 있다 하더라도 제재를 못하게 돼 있는 조항이 대표적이지만 우리나라는 특정 업종의 투자를 제한할 수 있는 법 규정이 있다. 구체적인 안은 협상과정에서 논의해야 한다.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실무기획단이 해체됐는데….

▲ 인적 충원도 여의치 않고 해서 기획단이 그동안 기여를 많이 했지만 그대로 두는 것보다는 재경부 경제협력국과 통상교섭본부 등 기존 조직들의 역할을 더 강화하는 게 실질적으로 더 좋다는 판단에 따라 해체했다.

- 기간산업에 대한 적대적 M&A 방어책의 개선이 검토되고 있나?

▲ 2004년 국회에서 같은 문제가 제기돼 장기간 심각한 논의가 있었다. 논의 끝에 M&A에 있어서 공격자와 방어자의 수단이 균형을 이루도록 하기 위해 방어수단 몇 가지가 보완돼 작년 초부터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 추가조치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미 있는 수단들도 충분히 활용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가장 근본적인 수단은 우리 자본시장의 저변을 확대하고 국내 투자자들이 좀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욱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없는 해결방안이라고 생각한다.

- 관계당국 중 어느 곳도 추가조치를 생각하지 않고 있나?

▲ 행정부 안에서는 추가조치 없다. 이견이 없다. 국회에서는 일부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이미 있는데 활용하지 않고 있는 방어수단이란?

▲ 예를 들어 기존 주주들이 현 경영진이 가장 최적의 경영진이고 바뀌지 않는 게 이익이라고 생각한다면 경영진을 함부로 바꿀 수 없도록 정족수를 강화한 기업이 상장기업 중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KT&G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도 지난번 법개정 때 만들어 놓은 5%룰 때문에 혜택을 봤다고 할 수 있다. KT&G가 비교적 경영을 잘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상황을 예상하지 못하고 현재 쓸 수 있는 수단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는 것 같다.

- 금감원이 추가조치를 검토한다고 최근 언급되고 있는데….

▲ 공식 협의한 바 없다. 적대적 M&A는 양면성이 있다. 방어자 입장을 너무 편들어주면 그만큼 경영진의 자세가 해이해질 수 있다. M&A가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중요한 견제장치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공격자와 방어자 간에 수단의 균형이 필요하다. 한두 가지 사례가 있다고 해서 갑자기 제도를 일방적으로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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