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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흰 레닌주의자야!"…후쿠야마, 네오콘과 '결별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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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흰 레닌주의자야!"…후쿠야마, 네오콘과 '결별선언'

신저 〈네오콘 이후〉에서 '현실적 윌슨주의'로의 회귀 주장

"네오콘 의제의 문제는 목적이 아니라 이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과도한 군사적 수단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미국 대외정책에 요구되는 것은 편협하고 냉소적인 현실주의로 귀환하는 것이 아니라 수단과 목적을 합치시키는 '현실적 윌슨주의'를 형성하는 것이다."

'역사의 종말'의 '자유주의의 궁극적 승리'를 외쳤던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학자이자 부시행정부의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을 주도했던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핵심 이론가, 프란시스 후쿠야마 교수(존스홉킨스대학)가 마침내 네오콘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출간 예정인 〈네오콘 이후: 기로에 선 미국〉에서 미국의 네오콘들이 이라크 전쟁에 드는 엄청난 비용을 잘못 계산한 결과, 민주주의 확산에는 관심이 없고 국가간의 세력균형에만 주목하는 현실주의자들과, 어떤 행태의 대외적 관계에도 반대하는 고립주의자들에게 힘을 실어줄지 모르는 상황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네오콘과의 길고 질겼던 인연**

후쿠야마는 네오콘적 세계관을 유포하는 잡지로 알려진 〈위클리 스탠더드〉의 윌리엄 크리스톨 편집장과 이데올로기적 동료인 로버트 케이건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교수, 그리고 그들의 네오콘 '동지'들이 이라크 전쟁을 주도했다며 자유민주주의가 "강제적인 정권 교체(regime change)"에 의해 성취될 수 있다거나 군사적인 수단으로 이식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레닌주의자"라고 싸잡아 비난했다.

후쿠야마는 "크리스톨과 케이건 같은 이들에 의해 만들어진 네오콘적 입장은 레닌주의적이다. 그들은 역사가 폭력과 의지에 의해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며 "볼셰비키판 비극이었던 레닌주의가 미국에서 이들에 의해 희극으로 재탄생했다"고 비아냥댔다.

그는 이어 "정치적 상징과 사고 체계로서의 신보수주의는 내가 더이상 지지할 수 없는 어떤 것으로 진화됐다"고 덧붙였다.

후쿠야마의 이같은 결별 선언은 딕 체니 부통령과 기독교 우파, 아버지 부시 시절의 전통적인 현실주의, 신보수주의 등을 포함하는 현 공화당내 대외정책 엘리트들의 공격적인 민족주의 세력이 분화되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후쿠야마의 '결별선언'은 네오콘 인사들과 맺었던 길고 긴밀한 우정에 비춰볼 때 특히 주목할 만하다. 그는 '네오콘 운동'의 최고 이데올로그로 꼽히는 폴 월포위츠 전 국방부 부장관(현 세계은행 총재)의 코넬대학 제자로 월포위츠가 네오콘 이론을 숙성시키는 데 힘을 보탰다. 후쿠야마는 이후 1997년 크리스톨과 케이건이 설립하고 2000년 대선에서 네오콘과 기독우파, 공격적 국가주의자들의 연대를 기획했던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NAC)'에서 비중있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후쿠야마는 체니 부통령과 월포위츠 총재,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등 20여명과 함께 PNAC를 창립했고, 1998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에게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고 이라크 체제 정복을 위해 군사 행동에 착수하라"는 서한에 공동 사인했다.

2001년 9.11테러 9일 후 후쿠야마는 또 "9.11 테러와 이라크가 연계됐다는 증거가 없더라도" 후세인을 제거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PNAC의 또다른 서한을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보냈다. 당시 편지의 공동 저자들은 "(후세인 축출은) 국제 테러리즘에 대한 전쟁에서 빠르고 결정적인 항복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부 그라이브 파문으로 미국의 신뢰 무너졌다"**

그러나 과거의 그같은 매파적인 '전력'에도 불구하고 후쿠야마는 이라크 침공 전부터 '민주주의적 메시아주의'와 대테러전이 가진 일방주의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치며 핵심 네오콘들과는 다소 거리를 뒀다.

후쿠야마는 2002년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중동 지역을 민주체제로 전환시킨다는 "이상주의적 프로젝트"가 "(미국을) 순수한 의미의 제국으로 보이게 할 것"이라면서 "미국이 이라크에 대해 일시적으로 무력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적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것을 미국인들이 이해할지는 결코 분명치 않다"고 경고한 바 있다.

2004년 말 후쿠야마는 이라크가 2005년 제헌의회 선거를 치르면 미군이 철수를 시작해도 될 만큼 충분히 안정적이 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 특히 네오콘들이 "꿈의 나라에서 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 1년 후 후쿠야마는 이미 이라크에서의 실패로 미국은 고립주의로 회귀하는 길을 닦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이 이라크 정책에 대한 국제적인 지지를 결집하고 이라크를 안정화하는 데 실패하면서 나온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의 포로 학대 파문이 "자비로운 패권국가"로서의 미국의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주장했다.

***'정통 보수'적인 아이디어 강조**

후쿠야마는 그간의 아이디어들을 집대성한 이번 책에서 "인권의 보편성에 대한 네오콘적인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 동시에, 미국의 힘과 헤게모니에 대한 환상도 갖지 않으면서" 미국이 보다 신중하고 "정통 보수적인" 대외 정책을 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후쿠야마와 민주당·공화당의 현실주의자들에게 있어서 이슬람주의자들이 이라크와 팔레스타인 선거에서 승리하고 이집트 선거에서 크게 약진했던 일련의 사건들은 중동에서의 신보수주의적 정책을 비판하는 데 유용했다.

그는 크리스톨과 케이건 같은 네오콘들은 과거 냉전을 종식시켰던 미국의 방법대로 "전체주의 체제는 속빈 강정이라서 외부로부터의 작은 충격에도 망할 수 있고" 후세인의 이라크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이라크전 지지자들은 민주주의가 제도 수립과 개혁이라는 기나긴 과정 끝에 정착되는 것이 아니라 정권 교체가 일어난 모든 사회가 되돌아가야 할 기본 조건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며 "그런 생각들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의 저항세력에 대한 처리에서 왜 저렇게 실패했는지를 설명해 준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와 네오콘들은 또 세계의 모든 이들이 "자비로운 패권국가"로서의 미국은 덕이 있고 다른 어느 나라보다 경쟁력 있는 나라라는 생각으로 예방전쟁(pre-emptive war) 같은 미국의 일방주의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잘못된 확신을 갖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부시 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집착하고 있는 '민주주의 확산' 레토릭에도 불구하고 "신보수주의는 죽었다"고 주장하는 후쿠야마에게 그같은 생각은 '망상'에 불과하다.

***대테러전의 탈군사화, 다자주의적 접근, 법치 등 강조**

그러나 그가 진정으로 우려하는 것은 네오콘적인 프로젝트의 실패가 "신보수주의에 반대하는 동시에 고립주의로의 급격한 선회"를 추동할 수 있다는 것으로, 그가 대외 지향적이고 보수적인 입장을 여전히 강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미국의 대외 정책이 필요한 것은 편협하고 냉소적인 현실주의로 복귀하는 게 아니라 수단과 목적을 합치시키는 '현실적 윌슨주의'를 형성하는 것"이라며 공화·민주 양당의 중도파들이 합의할 수 있는 대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근본적인 몇 가지가 포함된 대외 정책의 재개념화"는 양당의 비판자들이 내놓는 아이디어들과 포괄적으로 양립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개념에는 ▲"머리와 마음"을 사로잡는 것을 중시하는 "대테러전의 탈군사화" ▲"의지의 동맹"보다 "집단주의적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다자주의적 메커니즘에 대한 의존 ▲법치와 경제 발전 강조 등이 포함된다.

후쿠야마는 "신보수주의는 강압적 방식의 정권 교체, 일방주의, 미국 패권 같은 개념들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며 "지금은 미국이 세계와 관계맺는 방식에서 신보수주의나 현실주의가 아닌 새로운 생각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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