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리콜이라는 사상초유의 사태에 따른 혼란과 혼선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조폐공사의 새 5000원권 리콜 발표에 대해 인터넷상에서 네티즌들의 비난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문제가 된 홀로그램 없는 지폐 외에도 각종 불량 화폐에 대한 신고와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조폐공사는 이번 리콜 조치로 홀로그램이 없는 5000원권 소동을 잠재워보려 했으나 오히려 사태를 더 키운 셈이다.
***한은 당혹 "리콜은 지나친 표현"**
23일 발권당국인 한국은행은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조폐공사가 '리콜(Recall)'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통상 리콜이라는 것은 '제품의 결함을 회사 측이 발견하면 생산 일련번호를 추적해 점검, 교환, 수리해주는 소비자보호 제도'인데 이번의 새 5000원권 문제는 엄밀한 의미에서 리콜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조폐공사의 이번 조치는 시중에 공급된 새 5000원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한은에 보관중인 물량에 대해 재점검해보고 문제가 없으면 다시 되돌려 놓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이나 인터넷을 통해 조폐공사의 리콜 발표를 접한 상당수 시민들이 새 5000원권 전량이 수거되는 것으로 오인해 한은이나 조폐공사 측에 문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번에 리콜 대상이 된 1700만 장이 모두 불량지폐인 것으로 잘못 알고, 시중에 공급된 10장 가운데 1장이 불량이라고 섣부른 비난을 하는 시민들도 있다고 한은 측은 전했다.
한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재점검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실수를 인정하고 국민적 신뢰를 높인다는 차원에서 발표한 것이 혼란을 더 부추긴 셈이 됐다"며 "이번 조치로 인한 국민 불편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도 최소한 10여 장의 불량 5000원권이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찾기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불량 의심 새 5000원권 '속출'**
홀로그램이 없는 새 5000원권 지폐가 한은과 조폐공사에 의해 제조상 문제임이 확인되자 여기저기서 불량이 의심된다는 신고와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한은 등에 따르면 이번 사태 이후 새 5000원권의 인쇄가 기울어져 있다는 신고에서부터 '문자에 이물질이 끼어 있다', '새 5000원권에 다른 무늬가 들어 있다'는 등의 신고가 줄을 잇고 있다.
또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도 홀로그램이 없는 새 5000원권을 본 적이 있다는 네티즌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당국을 당혹케 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네티즌들은 벌써부터 희소가치를 노려 인터넷 경매사이트 등에서 불량으로 의심되는 지폐를 거래하고 있어 앞으로 이같은 사례는 더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은은 이에 대해 설령 홀로그램이 없는 등의 문제가 있는 새 지폐라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특히 홀로그램의 위치가 약간씩 다른 것은 정상 지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다른 지폐를 자세히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지폐마다 미세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며 "이번에 문제가 된 홀로그램이 없거나 잘못 부착된 것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네티즌들 "화폐수출국으로서 수치스러운 일"**
조폐공사의 새 5000원권 리콜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일제히 한은과 조폐공사를 비난하고 나섰다.
특히 한은 인터넷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과 포털사이트 등에는 이번 리콜에 대한 책임을 묻는 댓글이 쏟아졌으며 일부 네티즌들은 책임자 처벌, 국정조사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은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이번 사태에서 조폐공사의 도덕적 해이를 보게 된다"면서 "조폐공사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네티즌도 "화폐수출국이라고 자랑하더니 (새 5000원권은) 벗겨지고 번지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책임자를 처벌하고 전량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한은은 이번 '리콜' 대상이 된 약 1700만 장의 새 5000원권을 조만간 조폐공사로 넘겨 재점검 작업을 거친 뒤 문제가 있는 지폐는 폐기하고 정상 지폐는 되돌려 받는다는 방침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폐 이송은 극비리에 이뤄지는 일로, 빈틈 없이 이송과 재점검 작업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폐공사 "홀로그램 부착 공정의 기계 오작동 탓"**
이에 앞서 한국조폐공사는 22일 "홀로그램이 부착돼 있지 않거나 일부만 부착된 새 5000원권이 시중에서 발견됨에 따라 한국은행에 공급한 새 5000원권 2억1500만 장 가운데 결함 발생 개연성이 있는 제품 1681만7000장에 대해 리콜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폐공사가 자체 생산한 은행권에 대해 리콜 결정을 한 것은 1951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조폐공사는 이번에 발견된 홀로그램 없는 새 5000원권 2장은 5000원권 45장이 인쇄되는 한 장의 전지 5열 7번에서 발견됐으며 5열 7번의 나머지 3장과 5열 8~9번 10장에서도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어, 한 장의 전지에서 최대 15장까지 결함 발생 개연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조폐공사는 이번 새 5000원권에 대한 리콜 결정으로 막대한 예산을 낭비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조폐공사의 전병돈 화폐사업팀장은 "이번에 발견된 홀로그램 없는 새 5000원권은 홀로그램 부착공정에서 순간적인 기계 오작동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불량은행권의 유통을 근원적으로 막기 위해 5000원권 검사시 인력으로 홀로그램 부착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고 올해 하반기에 홀로그램 부착 여부를 하나씩 확인할 수 있는 소절검사기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월부터 시중에 유통되기 시작한 새 5000원권 가운데 홀로그램이 부착돼 있지 않은 제품은 2장, 홀로그램이 일부만 부착된 제품은 1장이 각각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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