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의 열기가 도심을 가득 메운 12일 저녁, 거리 응원전이 열린 서울광장과 불과 10여 분 거리 떨어진 조계사는 사뭇 진지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 고인을 추모하고 있었다.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지난달 31일 소신공양한 문수 스님을 추모하기 위한 '1080배 참회 정진 기도회'가 열린 것. 굵은 여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목탁과 낮은 불경 소리만이 조계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날 오후 9시께부터 시작된 1080배 기도는 2시간이 넘도록 계속됐다.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 영화배우 김여진 씨를 비롯해 불교 신자와 시민 200여 명이 기도에 참가했다.
법륜 스님은 1080배에 앞서 "살고자 하는 뭇 생명의 신음 소리를 외면해온 우리에게, 문수 스님은 자신의 몸을 공양해 큰 깨우침을 주셨다"며 "이제 4대강 각지에서 아파하고 신음하는 생명들을 위해, 우리 자신을 참회하고 4대강 사업을 중단시켜 문수 스님의 뜻을 이어나가자"고 말했다.
▲ 월드컵의 열기가 도심을 가득 메운 12일 저녁,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는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소신공양한 문수 스님의 추모 행사가 열렸다. 이날 참가자들은 추모제에 이어 1080배 참회 정진 기도를 올렸다. ⓒ프레시안(선명수) |
▲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이 1080배 기도를 올리고 있다. ⓒ프레시안(선명수) |
이날 기도회에 앞서 조계사 극락전에서는 문수 스님의 49재를 맞아 시민과 함께하는 추모제가 '4대강 생명 살림 불교연대' 주최로 열렸다.실천불교승가회 대표 퇴휴 스님의 천도 의식으로 시작된 이날 추모제는 4대강 관련 영상 상영회와 추도사, 추모 공연 등으로 이어졌다.
이날 추모제에는 영화배우 김여진 씨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 이후, 조계사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 4일째 참석하고 있다는 김여진 씨는 추모사에서 "문수 스님이 누구인지는 몰랐지만, 스님의 소신공양 소식을 듣고 마음이 참 아팠다"며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추모 법회에 계속 참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강은 어느 누구의 소유물도 될 수 없는데, 어떻게 그런 강을 (대통령) 마음대로 파헤칠 수 있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누가 어떤 호소를 하더라도 듣지 않고, 자신이 믿는 바를 그대로 밀어붙이는 분이 이명박 대통령인 것 같다. 참 대단하다"고 꼬집었다.
▲ 영화배우 김여진 씨. ⓒ프레시안(선명수) |
김 씨는 이어 "촛불 집회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 목소리를 냈던 연예인들이 곤경을 치르는 것을 지켜보면서, 많은 연예인들이 목소리를 내고 싶어도 입을 열지 못했다"며 "그러나 이번만큼은 겁먹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4대강 사업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밖에도 이날 참가자들은 발원문을 발표해 "한밤 중에도 대낮처럼 불을 밝히고 강행되는 4대강 사업, 그곳에 죽어가는 생명이 있었음을 문수 스님이 소신공양을 통해 우리에게 알게 하셨다"며 "이제 우리가 4대강의 뭇 생명들이 이전처럼 평온하기를 온 몸과 마음으로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불교연대는 이날 추모제에 이외에도 문수 스님의 49재가 진행되는 동안 매일 저녁 조계사에서 108배 기도와 수경 스님·도법 스님·법륜 스님 등이 참여하는 '생명 살림 대화 마당'을 연다. 문수 스님의 49재 막재일인 내달 18일에는 대규모 국민 추모제가 서울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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