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말로 임기가 끝나는 김재철 한국무역협회장이 "연임할 의사가 없다"고 거푸 확언함에 따라 차기 회장으로 누가 선출될지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무역협회는 대한상공회의소 등과 함께 4대 경제단체 중 하나로, 자산만 1조 원이 넘고 연간 2000억 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거대 민간단체다.
***부회장단 20명 중 누가 차기 회장에 추대될까**
무협 회장은 관례적으로 회장단 회의에서 추대를 하면 정기총회에서 선출해주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회장단 회의가 15일로 예정돼 있음에도 아직 뚜렷한 후보군조차 형성되지 못한 상태다. 오히려 김 회장이 전임자인 구평회 E1(LPG 수입업체) 명예회장의 잔여임기 1년과 24대, 25대 회장 각 3년씩 모두 7년을 재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달 초만 해도 '재추대설'의 대상이 됐을 정도였다.
김 회장이 지난달 중순에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돈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만나 2006년의 무역협회 운영전략에 관한 설명회를 여는가 하면, 이달 초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과 이태식 주미대사 등 한국과 미국의 주요 인사들과 함께 '한국무역협회 워싱턴센터' 개관식을 갖는 등 의욕적인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11월에 이미 퇴임 의사를 공식 표명한 김 회장에 대해 '재추대설'이 계속 나돌았던 것이다.
그러나 김 회장은 지난 7일 "7년 간이나 재임한 만큼 일도 할 만큼 했고 봉사도 했으니 재연임 의사가 없다"며 "임기가 끝나면 동원그룹으로 돌아가 경영의 큰 방향 설정 등 그룹의 주요 현안을 챙기겠다"고 사퇴 의사를 재확인해야 했다.
이에 따라 현재 무협 안팎에서는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20명에 달하는 현 부회장단과 고위 관료, 주요 기업 오너 및 전문경영인 등이 폭넓게 거론되고 있다.
부회장 중에는 유상부 포스코 고문, 류진 풍산그룹 회장, 팬택 박병엽 부회장이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 류 회장과 박 회장은 40대의 나이가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으며, 김재철 회장이 '막후 통치'를 위해 지난해 부회장단에 올린 사람이라는 설이 나돌고 있기도 하다. 무협 외부 인사로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성철 신원 회장 등 기업 오너들과 함께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쌍수 LG전자 부회장 등 전문경영인이 영입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와 더불어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 황두연 전 통상교섭본부장, 진념 전 경제부총리 같은 전직 고위관료들의 이름도 흘러나오고 있다.
***차기 회장은 중소 회원사들의 조직적 반발 추슬러야**
그러나 무협은 웬만한 기업보다 사업규모가 크고 각종 이권사업이 몰려 있어 청와대의 인사 개입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에서 누가 차기 회장이 될지는 알 수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부회장단에서 차기 회장이 나온다면 전통적으로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으며, 청와대 등 정치권의 영향이라는 변수도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 "이 때문에 15일 회장단 회의에서는 의견수렴이 안 되고, 정기총회를 며칠 앞둔 20일 정도나 돼야 후보 추대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누가 차기 회장이 되든 무역협회의 내부분열부터 추슬러야 하는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무역협회가 대기업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해 온 중소 무역업체들이 차기 회장 선출을 앞두고 조직적인 반발에 나섰기 때문이다.
최근 해주산업개발 등 100여 개 중소 무역업체들이 결성한 '한국무역인포럼'은 13일 "무역협회는 모든 회원사들이 동일한 회비를 납부하는 조직으로 구성됐지만, 회원 구성원의 90%에 가까운 중소 무역업체와 제조업체들의 해외시장 개척과 현안애로 해결 등 지원에는 인색한 반면 외형적인 자산 확대와 수익 극대화에만 치중해 왔다"고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무역포럼은 "오는 22일 무역협회 정기총회에서 중소 무역업체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500여 개 무역업체들로부터 위임장을 받아 중소기업 지원을 실현하기 위한 요구사항과 정책제안을 적극 개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무역포럼은 환율급락으로 중소업체들의 수출채산성이 극도로 악화됐는데도 무역협회가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무역협회 관계자는 "무역협회는 회원사들이 15만 원씩의 정액 회비를 내는 체제로 돼 있어 중소 회원사들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아직은 무역협회가 무역 인프라를 닦는 데 치중하고 있기에 중소업체들이 피부에 와닿는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느끼지 못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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