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분양받는 사람이 건물만 소유하고 부속 토지는 저렴한 지대로 임대하는 방식으로 분양제도를 바꾸자."
이는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아파트를 반값에 분양하겠다"는 공약을 내걸면서 밝힌 '분양가 인하'의 비결이다.
***홍준표 의원, 선관위 경고 불구 '아파트 반값공급 정책토론회' 개최**
홍 의원은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 서울시 선관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10일 국회 도서관에서 '30~40대 무주택 서민을 위한 아파트 반값공급 정책'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그러나 이 공약은 홍 의원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다. 토지정의시민연대라는 시민단체가 오래 전부터 '시장친화적인 토지공개념'에 부합하는 부동산 정책으로 주장해온 '토지임대부 건물분양 방안'에서 아이디어를 따 온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이 방안을 제시했던 토지정의시민연대의 공동대표인 김윤상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홍 의원이 토지정의시민연대의 아이디어를 "오용했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아파트 용적률을 높여서 개발비용의 대부분을 건물분양으로 환수한다면 토지 임대료를 10분의 1 정도로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용적률이 높은 토지는 지대가 당연히 오르기 때문에 그런 방식으로 토지 임대료를 낮추려 한다면 입주자에게 불로소득을 안겨주자는 얘기가 된다"고 비판했다.
***이계안 의원 "공공기관이 싼값에 분양하고 되사는 제도가 현실적"**
김 교수는 또 "전국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택지는 모두 토지임대부 건물분양 방식으로 공급한다는 정책이면 모르지만 국공유지가 거의 없는 서울 일부에서만 토지를 소유할 수 없는 방식의 분양을 한다면 누가 그 주택을 사겠느냐"면서 "서울시장이 되겠다는 사람의 공약으로는 무리"라고 일침을 가했다.
토지정의시민연대의 박창수 정책위원도 "건물만 분양하고 토지를 공공임대하는 방안을 현실화시키는 공약이라는 점에서 홍준표 의원을 지지하고 싶지만, 입주자에게 저렴한 임대료를 통해 불로소득을 보장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비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홍 의원은 '토지 임대, 건물 분양' 방식을 선거를 위해 정략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홍 의원과 마찬가지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열린우리당 이계안 의원도 "홍 의원의 아파트 반값공급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거듭 비난하고 "서민들이 전세금액 수준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는 '환매조건부 분양' 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이 의원이 말하는 '환매조건부 분양'은 싱가포르 등지에서 성공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제도로, 토지공사나 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집을 지어 실수요자에게 싼 값에 분양하되 분양받은 사람이 집을 팔고자 하면 공공기관이 되사주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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