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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드 열풍, 국내 혼혈인 돌아보는 계기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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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드 열풍, 국내 혼혈인 돌아보는 계기 돼야"

혼혈인 문제 전문가들 "개인적 성공만 부각돼서는 안 돼"

미국프로풋볼(NFL) 슈퍼볼(챔피언 결정전)에서 한국계 미국인인 하인스 워드(30)가 역경을 딛고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것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혼혈인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혼혈인은 6.25 전쟁에 참가한 주한미군과 한국인 여성 사이에 태어난 '혼혈 1세대'를 시작으로 형성됐고, 최근에는 아시아인과 한국인 사이에 태어난 '코시안(Kosian)'이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혼혈인에 대한 차별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혼혈인 문제 전문가들은 순수 혈통을 중시하며 혼혈인을 괄시하는 풍토가 차차 변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변화가 미약하다며, 한국에서 일고 있는 '워드 신드롬'이 사회적 약자인 혼혈인에 대한 인식 전환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혼혈인 수, 3만5천 명으로 추산**

국내 혼혈인은 1940년대 중반에 주한미군과 한국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1세대'를 비롯해 현재 3만5천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8일 혼혈인 지원단체인 '펄벅재단'에 따르면 국내에 살고 있는 미국계 혼혈인은 5천 명 정도이고 코시안이 3만 명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혼혈인은 역사적 관점에서 1, 2, 3세대로 나눌 수 있다.

혼혈 1세대는 6.25 전쟁 발발과 함께 우리나라에 들어온 주한미군과 한국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을 가리키며 대략 1947년부터 태어나기 시작했다.

혼혈 2세대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우리나라를 찾아온 동남아 남성과 한국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1990년대부터 늘어나고 있다.

혼혈 3세대는 한국인 남성과 주로 우리나라 농촌으로 시집온 동남아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들을 가리키며, 2000년대부터 급증하고 있다.

***대부분 가난 대물림돼**

순수 혈통을 중시해온 우리사회에서 혼혈은 하나의 '낙인'처럼 인식되며, 혼혈인은 고난을 겪고 멸시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국제화가 진행되는 등 시대가 변하고 혼혈인 스타가 배출되면서 국민의 인식에 점진적으로 변화가 일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사회의 각 분야에서 혼혈인은 '이방인'으로 취급받고 있다.

특히 혼혈 1세대 중 흑인과 한국인 여성 사이에 태어난 혼혈인은 인종차별의 아픔까지 더해 두 배의 시련을 겪어왔다.

취학아동의 경우 아직도 국내 학교에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아 형편이 되는 경우 외국인 학교에 들어갈 기회를 구하지만, 대부분 가난이 대물림되는 형편이어서 교육의 기회가 많지 않다.

성장해 취업할 시기가 되어도 장애인과 함께 혼혈인은 고용 기피 대상 1순위에 오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혼혈인 사이에도 차이가 존재해 한국인 남성과 동남아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아동은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는 등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고 있으나 주한미군과 동남아 근로자를 아버지로 둔 혼혈 아동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기 쉽다.

***"개인 성공담만 너무 부각되면 혼혈인들에게 상실감"**

워드의 MVP 수상 소식과 함께 혼혈인의 아픔을 담은 그의 애틋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에서 '워드 신드롬'까지 일고 그의 이름이 주요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쾌걸조로'라는 네티즌은 "'멋지게 성공해서 어머니와 한국에 가고 싶다'고 말한 워드의 마음만은 분명 한국인"이라며 "정부는 워드에게 명예시민증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워드 신드롬'을 계기로 혼혈인에 대한 관심이 다소 높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관심의 초점이 한 개인의 성공담에 초점을 맞춰지다 보니 열심히 살면서도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혼혈인에게 또 다른 상실감을 안겨줄 것이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많다.

펄벅재단의 이지영 간사는 "혼혈인 문제는 일부 혼혈인 연예인이 인기를 얻거나 하인스 워드 같은 사람이 주목받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절대 아니다"라며 "먼저 정부의 정책이 바로 서고 모든 사람이 시간을 갖고 함께 노력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성공회대 박경태 교수는 "혼혈인 스타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이제 혼혈인도 대접받는구나'라고 현실을 잘못 인식하거나 자칫 소수 성공사례를 가지고 '저들은 저렇게 성공하는데 너희는 뭐 했냐'는 식으로 사회구조적 책임을 개인의 무능으로 전가할 위험이 있다"고 경계했다.

혼혈인 차별 철폐를 촉구하는 단체인 '하이패밀리'의 여한구 사무총장도 같은 지적과 함께 "워드 열기가 혼혈인과 그 부모들의 인권 문제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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