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는 7일 삼성 이건희 회장의 장남 재용 씨 남매에게 에버랜드 CB가 넘겨지는 과정에 삼성 비서실이 개입한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최근 삼성그룹 비서실 출신 관계자들을 소환조사하는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 자녀 4명의 자산 운영 차원에서 에버랜드 CB가 이재용 씨 남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는 자백을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비서실 관계자는 CB 편법증여를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이 회장에게 보고한 바 없다. 모든 것을 비서실에서 알아서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에버랜드 CB 발행을 통해 삼성의 경영권을 이재용 씨에게 넘겨주기 위해 비서실을 넘어 그룹 차원의 공모가 있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구체적인 물증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검찰은 작년 12월 말 삼성그룹의 회계를 담당했던 회계법인 3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에버랜드의 법인주주 8개사 및 주요 계열사들의 회계자료 분석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현재 대검 중수부 산하 회계분석팀의 지원을 받아 에버랜드 CB가 발행된 1996년 전후 시기의 계열사들과 에버랜드의 재정실태 등을 정밀분석 중이다.
검찰은 회계분석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3∼4월께 이건희 회장과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 현명관 당시 비서실장 등 핵심 피고발인들을 출석시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에버랜드 CB 발행 공모 의혹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계획에 따라 차근차근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회계분석 작업을 하는 것은 이건희 회장을 소환조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이 회장을 출석시켜 조사하겠다는 당초 계획에 변화가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검찰은 최근 귀국한 이 회장에 대해 아직까지 출입국 규제조치를 취하지 않았지만 이 회장의 소환조사가 임박한 시점에는 출국금지를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검찰은 에버랜드의 등기이사였던 이 회장이 소환되면 장남 재용 씨 등에게 에버랜드 CB가 저가에 배정될 수 있도록 에버랜드의 기존 주주들에게 CB를 배정받을 권리를 포기하도록 지시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1996년 11월 최저 주당 8만5000원인 에버랜드 CB 125만4700여 주를 기존 주주들의 실권을 통해 이사회에서 주당 7700원에 이재용 씨 남매 4명에게 배정해 회사에 970억 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허태학 전 에버랜드 사장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해 작년 10월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이끌어낸 뒤 수사를 전면 확대해 왔다.
법학교수 43명은 2000년 6월 이건희 회장과 에버랜드 주주 등 33명을 특경가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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