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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새 '경제대통령' 벤 버냉키, 연준의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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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새 '경제대통령' 벤 버냉키, 연준의장 취임

그린스펀은 14번째 연속 금리인상 후 퇴임

지난 18년 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이끌어온 앨런 그린스펀이 14번째 연속 금리인상을 결정한 것을 끝으로 물러나고 벤 버냉키가 대신 연준 의장에 취임했다. 이에 따라 버냉키 의장이 이끌 연준이 앞으로 미국의 금리정책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 지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월 31일(현지시간) 연준의 정책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앨런 그린스펀이 마지막으로 주재한 회의에서 미국의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4.5%로 0.25%포인트 추가 인상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되었다.

연준은 미국의 경제상황이 좋고 인플레이션 압력도 낮은 편이지만 고유가로 인한 잠재적인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있어 정책금리를 인상한 것이라고 밝혔다.

***"추가 금리인상 1~2차례 더 있을 듯"**

지난해 말부터 미국의 금리인상이 조만간 종료될 것이라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는 가운데 1일 취임한 벤 버낸키 의장이 그린스펀의 금리인상 행진을 언제 어떻게 마무리할지 주목된다.

금리인상이 종료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져 민간 투자자들은 물론 그동안 미국의 국채를 사들여온 외국의 중앙은행들까지 미국 금융당국의 인플레이션 통제능력에 의문을 품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우려로 외국 투자자들이 미국에의 투자를 멈출 경우 전세계적인 경제위기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그러나 금리인상이 지속되면 주택시장의 거품이 터지고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아 버냉키 의장으로서는 금리인상 행진을 계속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일단 전문가들은 '(금리인상을) 할지도 모른다(may)'는 표현을 삽입한 FOMC의 성명에 주목, FOMC가 한두 차례의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전달하는 동시에 벤 버냉키 신임 의장의 정책결정 여유 폭을 넓혀준 것으로 보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전문가들은 버냉키 의장이 취임 후 최초로 주재하는 3월 28일 FOMC 회의에서 연방기금금리를 0.25%포인트 더 높은 4.75%까지 끌어올린 후 지난 19개월 동안 지속해온 금리인상 행진을 끝낼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이처럼 버냉키의 취임 뒤에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단기간이나마 유지될 것으로 관측됨에 따라 한국은행도 2월의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금리인상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연준의 이번 금리인상으로 우리나라의 콜금리 목표(3.75%)와 미국의 연방기금금리(4.5%)는 0.75%포인트 벌어졌다.

***포스트 그린스펀의 연준, 그린스펀 스타일은 유지할 듯**

벤 버냉키 신임 의장은 대표적인 통화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통화주의자란 국가 경제활동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사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 중 통화량 관리, 이자율 조정 등 통화정책이 가장 중요하다는 견해를 신봉하는 사람이다. 그린스펀 역시 통화주의자다.

또 버냉키와 그린스펀은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낮은 인플레이션이 필요하다는 공통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따라서 버냉키 의장은 그린스펀이 18년 동안 지속해온 통화정책의 기조를 급격히 변화시키기 보다는 이를 계승하는 방향으로 미국경제를 이끌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미 지난해 인준 청문회에서 "그린스펀 의장이 취해온 통화정책을 계승하는 것으로 임무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버냉키는 인플레이션 타겟팅(inflation targeting)을 옹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억제 목표치를 미리 정해놓은 뒤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통화금융정책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필요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금리를 조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인플레이션 목표를 설정하지 않고 주로 리스크 관리에 집중했던 그린스펀과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버냉키 시대에는 미국경제가 연준 의장의 말 한마디보다는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에 의해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은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의 개인적 카리스마나 탁월한 정치적 수완이 미국경제를 움직여 왔지만, 이제 금융시장이 성숙해 버냉키 의장의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버냉키 시대, 세계경제의 불균형 심화시킬 수도**

한편 버냉키 연준 의장의 취임으로 세계경제의 불균형 문제는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제 전문가들은 앞으로 버냉키 의장이 해결해야 할 그린스펀의 부정적 유산으로 사상 최대의 쌍둥이 적자, 기록적인 가계부채, 부동산 거품의 붕괴 가능성, 고유가의 지속 등을 꼽고 있지만, 버냉키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의 쌍둥이 적자에 대한 세간의 우려와 관련해 버냉키 의장은 취임 전부터 부시 행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로 인한 재정적자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고, 미국 경상적자의 원인도 중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의 과잉저축에 있다는 주장을 펴왔다. 그는 또 세계경제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들과 정부들이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따라서 버냉키 시대를 맞은 미국은 미국경제의 부담을 중국 등을 위시한 대미 무역흑자국들에 전가할 정책들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은 한국에 원화의 절상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한 농산물 시장의 완전 개방 등을 가열차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 금융당국은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것이 한국경제와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유연하게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사진: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벤 버냉키 신임 연준 의장은 1953년 미국 조지아 주 출생으로 1975년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1979년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통화정책과 계량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1985년부터 17년 간 프린스턴대학의 경제학 교수로 재직했고, 2002년부터 3년 간 연준 이사를 역임했다. 그 후 지난해 6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으로 임명돼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경제정책에 관한 자문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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