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산건설의 전현직 간부 2명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당시 회사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횡령해 100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 비자금이 기업개선작업과 관련된 로비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과 관련해 벽산건설의 김희철 회장도 이번주 내에 검찰에 소환될 예정이다.
23일 대검찰청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은 지난 20일 벽산건설의 이강혁 전 이사와 한백민 고문이 각각 50억 원의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상 횡령)로 구속됐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벽산건설의 기업개선작업이 진행된 1998~2002년 벽산건설 본사가 건설 현장에 지원하는 전도금 중 100억 원을 인건비를 부풀리는 등의 수법으로 횡령하고 이를 차명계좌로 관리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비자금의 대부분을 회사 업무에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100억 원 중 32억 원이 주식 및 부동산 투자, 아파트 구입, 골프회원권 구매 등에 유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은 비자금 68억 원이 기업개선작업과 관련된 로비자금으로 정·관계에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임원들이 거액의 비자금을 대주주 동의 없이 조성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돼 김 회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이번주 중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검찰은 비자금 중 일부가 지난해 5월 전라남도 목포시장으로 당선된 정종득 벽산건설 전 대표이사의 선거 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또 검찰은 벽산건설이 기업개선작업을 조기졸업한 직후인 2003년 3월 한백민 고문이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 간부 2명에게 5300만 원을 건넨 정황을 포착하고, 기업개선작업 과정에서 금융권을 상대로 한 로비가 없었는지도 수사 중이다.
한편 증권선물거래소는 23일 벽산건설 측에 100억 원 횡령 혐의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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