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한나라당 소장파 등이 제기하는 '쇄신' 요구를 사실상 일축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나오는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세대 교체를 이뤄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것이다.
이 위원장은 9일 SBS 라디오 <서두원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세대교체론'에 대해 "'40대 기수'라고 하는 세대교체를 개인이 또 다른 정치적 출세의 도구로 내세운다면 또 국민들이 외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어느 시대고 40대 기수론이라고 하는 것은 있어 왔는데 문제는 나이가 아니라 그 내용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고 그때 어떤 주장을 어떻게 하고 그것이 시대변화에 어떻게 부응하느냐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야권 일각에서 현 정부 들어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주장한다'는 지적에 이 위원장은 "야당은 그런 주장을 늘상 한다. 저희도 야당 때 항상 여당이 하는 것들에 대해 반대하고 또 여당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이야기들을 했다"며 "지금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하는 건 정치공세에 불과하다. 지금 누가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생각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도 한나라당에 떠넘기는 모양새다. 이 위원장은 선거 패배에 관한 토론을 제안한 정운찬 총리에게 "그런 것은 정당의 회의에서 하는 것"이라며 면박을 주기도 했다. '실세' 장관이 다른 장관들이 함께 참석한 회의 자리에서 국무총리를 대놓고 꾸짖은 것이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정 총리는 전날 국무회의 말미에 "지방 선거 얘기를 해보자"고 말을 꺼냈지만 이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우리들은 공무원이고 선거에서 중립을 지켜야 하는 사람들인데 선거 결과를 가지고 국무회의 석상에서 그 후일담을 주고받는 것은 옳지 않다. 여당과 공동운명체인 정부의 정책이 혹시 잘못된 게 있다면 그런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자리는 따로 만들어 논의해야 한다. 국무회의는 정당의 회의와 다르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요인을 청와대가 아닌 당에서 찾아야 한다는 견해를 보인 것이고, 한나라당 소장파의 쇄신 움직임에 동조하려는 정 총리에게 경고를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 위원장은 인터뷰 도중 '은평에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 이야기는 오늘 주제에 해당하지 않다. 아직 저는 국민권익위에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거듭되는 질문에 그는 "글쎄요. 저는 아직 그 점에 대해서는…"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 위원장은 현재 은평을 재보선 출마 여부를 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수도권의 무서운 민심을 목격한 이 위원장이 자기 정치 생명을 걸고 선거에 나오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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