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에 대한 우려로 금수 조치됐던 미국산 쇠고기가 2년여 만에 다시 수입된다.
13일 농림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위한 한미간 1차 협상 결과 '생후 30개월이 되기 전에 도축된 소를 근육 부위의 살코기에 한해 수입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지난 9일 미국측의 요청으로 원래 일정보다 앞서 시작된 한미간 쇠고기 협상에서는 우리측과 미국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 왔다.
우리측은 △20개월 이하의 쇠고기를 수입하겠다 △뼈가 붙은 갈비, 소시지 등의 분쇄육, 꼬리·머리·내장 등의 부산물은 수입할 수 없다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 △미국에 검역관을 파견해 현지의 위생조건 준수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반면 미국측은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교역기준인 30개월 이하의 소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교역을 허용해야 한다 △뼈가 붙은 갈비도 수입 재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한국이 '도축되는 소의 나이' 부분에서, 미국은 '뼈' 부분에서 각각 원래의 입장을 양보해 '뼈를 제거한 30개월 이하의 쇠고기'가 수입되는 것으로 협상이 마무리됐다.
앞으로 수입위생 조건 개정 고시, 도축장 지정 등의 추가 절차가 원만하게 진행되면 이르면 3월말부터 미국산 쇠고기를 국내시장에서 볼 수 있게 된다.
이같은 협상 결과에 대해 전국의 축산단체들과 농가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미간의 막바지 협상이 진행된 13일 오후, 전국한우협회와 대한양돈협회 등 축산단체 소속의 농민 3000여 명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아직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재개한다는 것은 국민의 안전을 볼모로 미국의 부당한 요구를 수용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전국한우협회의 남호경 회장은 "미국이 힘의 논리로 시장을 열어가려는 모습에 생산자의 한 사람으로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면 국내 축산 시장의 전망이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때 국내 쇠고기 시장에서 70%에 가까운 점유율을 자랑했던 미국산 쇠고기가 다시 수입되면 한우, 돈우 등 축산물 전반의 가격이 인하되는 등 국내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로 인한 쇠고기값 하락을 우려한 일부 축산 농가들에서 지난해 말부터 소를 내다 팔기 시작해 한우 출하물량이 급증하고 한우 가격은 급락하는 등 국내 축산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농협의 조사 결과, 서울축산물공판장의 하루 평균 수소 출하 물량은 10월의 267마리에서 11월 310마리, 12월에는 440마리로 각각 증가했다. 이에 따라 가축시장에서 거래되는 한우값은 수소 500kg 기준으로 작년 10월의 446만 원에서 11월 413만 원, 12월 말에는 370만 원 수준으로 급락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협상 결과가 발판이 되어 한미간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에 유리한 쪽으로 가속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세계무역기구(WTO) 홍콩 각료회의 결과 올해부터 국내 쌀 시장이 개방된 데에다 이번에 미국 쇠고기의 수입 재개까지 결정돼 설을 앞둔 농가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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