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인 파산 신청을 하지는 않았으나 실제론 이미 파산 상태에 있는 이른바 '비공식 파산자'가 최소 43만 명에서 최대 112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 금융연구원의 유경원 박사는 29일 '최근의 개인파산 급증 현상과 정책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신용불량자 자료를 이용해 우리나라의 잠재적 파산 규모를 추정한 결과 43만~112만 명에 이르는 비공식 파산자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이는 우리나라의 잠재적 파산 계층이 실제 파산 신청건수에 비해 훨씬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인구의 2.4%가 이미 파산자?**
비공식 파산자가 112만 명이라고 가정하면 총인구의 약 2.4%가 이미 파산 상태에 있는 셈이다. IMF 위기 이후 우리나라 가계의 재정 건전성이 많이 악화됐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사실상 파산한 사람들의 수가 이렇게 많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잠재적 파산자 수가 이렇게 늘어난 데는 2002년에 급증한 가계부채가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신용카드의 마구잡이식 남발로 신용불량자 수가 급증했고, 이들의 채무불이행이 현재까지 누적된 채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유경원 박사는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가계 재정의 건전성이 취약한데도 개인파산 신청건수가 상당히 적은 편"이라며 "이는 개인파산 제도가 제한적으로만 이용되고 있고, 실제론 파산 상태이지만 파산신청을 하지 않은 잠재적인 파산자들이 많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잠재적 파산자 수에 비해 개인파산 신청건수가 적은 이유로 그는 △파산의 경제적·사회적 비용은 높은 반면 편익이 낮고 △파산상태에 그냥 있는 것이 파산신청으로 부담해야 할 비용보다 낮으며 △정부의 관련 정책이 갈팡질팡해 부채탕감에 대한 채무자의 기대가 크다는 점 등을 들었다.
***앞으로는 개인파산 신청 급증할 것…정책대응 필요**
이로 미루어 볼 때 앞으로 개인파산 신청건수는 급속도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파산신청 건수가 올해는 3만여 건으로 추정되지만, 내년에는 올해의 두 배 이상인 7만 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개인파산의 문제점이 커지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소극적이다. 재정경제부가 28일 발표한 '2006년 경제운용 방향'도 경기회복세를 강조하면서 장기적인 성장잠재력 제고와 같은 목표를 제시했지만 개인파산 문제를 어떻게 다뤄나갈 것인지, 개인파산의 급증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는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유경원 박사는 △저소득계층의 자산형성을 지원하고 △개인파산 및 회생절차를 전담할 파산전담 법원과 이를 지원할 가칭 '파산관리청'을 신설하고 △개인파산 증가로 금융회사들의 손실이 급증할 것에 대비해 위험관리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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