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대 중후반 남자들 가운데 일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는 비경제활동인구가 처음으로 40만 명을 돌파하고, 실질 국내총생산(GDP) 10억 원당 취업자 수로 계산되는 고용계수도 1995년 이래 최하치인 31.7로 나타나는 등 계속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성장의 고용창출 효과는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중후반 남성 비경제활동인구 40만 명 돌파**
26일 통계청이 내놓은 실업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25~29세 남자 중 비경제활동인구는 40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의 35만 명에 비해 15.4% 증가한 것으로, 관련 통계조사를 시작한 1999년 이래 최대의 증가율을 보였다.
한국의 20대 중후반 남자 비경제활동인구는 11월 기준으로 △2001년 32만9000명 △2002년 33만4000명 △2003년 34만3000명 △2004년 35만 명 △2005년 40만4000명으로 지난 5년간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여왔다.
실업률이 경제활동인구에서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낸다면 비경제활동인구는 취직도 실업도 아닌 상태에 있는 사람들 수를 의미한다. 국제노동기구(ILO) 고용통계 조사방식을 채택한 우리나라의 경우 취직이 어려운 상황에서 할 수 없이 구직활동을 포기한 사람도 비경제활동인구로 본다. 고시 준비생, 자격증 취득 준비자, 대학원 진학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따라서 한국경제의 실제 고용능력을 보려면 실업률뿐 아니라 비경제활동인구도 보아야 한다. 5년간 20대 중후반 남자 비경제활동경제인구의 증가세가 계속되었다는 것은 남성 대졸자들의 취업준비가 장기화되었고 그만큼 우리 경제의 청년고용 능력이 약해졌다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같은 연령대 남자의 경제활동참가율도 지난달 79.1%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80%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전년 같은 달의 81.8%에 비해 2.7%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경제성장의 고용창출력 약해져**
한편 전날인 25일 삼성경제연구소(SERI)는 한국의 2004년 실질 GDP가 693조4240억 원, 취업자 수는 2255만7000명으로 실질GDP 10억 원당 취업자수인 고용계수가 95년 이래 최하치인 32.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 SERI는 올해의 실질 GDP와 취업자 수가 각각 719조7741억~720조4675억 원과 2285만7000명으로 추산되며 이에 따라 고용계수도 약 31.7로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고용계수는 1995년 43.7을 기록한 후 △1999년 38.0 △2000년 36.6 △2002년 34.5 △2003년 33.4 △2004년 32.5 △2005년 31.7(추정치)로 지속적인 감소추세를 보여왔다.
고용계수는 생산을 10억 원 늘릴 때 신규 노동인력을 몇 명이나 추가로 취업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통계치다. 지난 10년 사이에 고용계수가 12포인트가량 떨어졌다는 것은 그간 실질 GDP 10억 원을 창출하는 데 필요한 취업자 수가 12명만큼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경제의 고용창출 능력이 그만큼 약화된 것이다.
***'고용없는 성장'은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의 당연한 결과**
정부와 국내외 기관 등은 새해 한국의 GDP 성장률을 5% 이내로 전망하면서 우리 경제가 이제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또 얼마 전 유명 국제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한국이 2020년 1인당 GDP 4만 달러대, 2050년에는 8만 달러대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해 국내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일반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 정보기술(IT) 혁명 덕에 자본과 노동의 생산성은 높아졌는지 모르지만 고용기회는 오히려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5년 간 우리나라의 GDP 성장을 주도한 것은 전자, 전기 등 고용유발 효과가 미미한 제조업이었다.
이같은 '고용 없는 성장'은 사실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의 당연한 결과다. 신자유주의를 채택한 대부분의 나라들이 '성장과 고용의 선순환 고리'가 끊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그러나 고용과 관련한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그 폐해는 더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최근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성장이 늘면 고용이 증가하고 국민생활이 좋아진다는 통념을 버려야 한다"고 말하며 우리 사회의 성장 제일주의에 일침을 놓았다.
한편 손민중 SERI 연구원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고용유발 효과가 큰 건설업, 음식업, 숙박업 경기를 회복시키고 생계형 자영업자들에 대한 정책적 관심과 지원도 필요하다"며 "또한 노사협약을 통해 일자리 나누기, 근로시간 단축, 임금피크제 등 일자리 창출에 필요한 다양한 고용형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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