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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 뒤 '죽음의 호수'를 보게 될 것이다"

[기고] 결국 해수유통으로 갈 수밖에 없다

생태주의는 철학이고 생태학은 과학이다. 생태주의자들이 새만금 개발을 반대하는 것은 철학적 소신에 관한 이야기이고, 생태학자들이 새만금에 반대하는 것은 생태계에 관한 과학적 접근으로부터 나온 결론이다. 정치에는 진실이 없을지 몰라도 생태계에는 알기가 어렵긴 해도 진실이 존재한다.

***하수 수준의 담수호에서 무슨 관광ㆍ산업단지?**

정부가 제시한 새만금 담수호 유지 계획을 살펴보자. 새만금은 부분 개발을 한다. 전주 지역의 그린벨트 개발을 철저히 막는다. 동진강과 만경강 상류의 축산 농가를 대거 이주시키고 오염물질의 인위적 투입을 막기 위해 농업 이외의 다른 폐기물 배출을 절대적으로 금지한다.

물론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목표 수질은 3급수 이상이 되지 못해 농업용수로 사용하기에 부적합하다. 그래서 정부에서 급하게 만들어낸 논리가 물 속에 포함된 질소, 인은 비료 성분이기 때문에 농사는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최악만 면한 하수도 수준의 수질이라서 법적으로 고도정수를 거치더라도 음용수로는 사용할 수가 없다.

이것이 정부가 시화호의 수질을 예측할 때 사용한 데이터를 약간 보강한 수질 예측 결과다. 정부는 이런 결과만으로도 이 지역에 농업 외의 다른 거주용지를 마련하기 어렵다는 기술적 검토의 결론을 내렸다. 사실 정부 담당자들이 농업을 줄기차게 주장하는 것은 일단 농지부터 만들고 그 다음에 보자는 것이 아니라 농업 외의 다른 활동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수질오염은 원래 심각한 상태다. 농업이 붕괴되면서 더 많은 축산가구들이 몰려든 데에다 상류의 도시 지역에서 유입된 오염 물질이 계속 수질을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질소나 인과 같은 물질은 고도처리로도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어패류 집단 폐사…새만금 '죽음의 호수' 될 것**

이런 최초의 목표 수질을 달성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추가 데이터가 알려진 것은 총리실에서 마련한 정부안이 발표된 이후의 일이다. 도대체 왜 시화호가 최초의 계산과 달리 결국 해수유통을 하지 않을 수 없게 오염되었고 또 몇 년간의 해수유통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문제가 계속되고 있는가를 검토하던 해양학자들이 시화호에 원래 살던 어패류의 폐사를 계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바닷물이 민물, 즉 담수로 바꾸면서 여기에 살던 바닷물고기들이 집단으로 폐사하게 되는데, 이 최초의 폐사에 의한 단백질 부패의 충격이 결국 상황을 해수유통으로까지 몰고 간 것이다.

새만금 담수호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질 게 뻔하고 이런 조건을 다시 넣고 계산하면 정부의 목표 수질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된다. 결국 담수호를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이런 내용은 고건 전 총리에게도 보고됐고 정부 내에서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해수 유통"이라는 말이 정부 내에서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노무현 대통령의 입에서도 나오게 된 것은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갯벌이 완전히 죽는 데에 짧게는 1년, 길게 보면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해수가 막힌 후 결국 해수유통이 필요하다는 기술적 판단이 나오는 시점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정도다. 새만금 방조제에 의한 어패류 집단 폐사로부터 시간을 계산해보면 2006년 12월에서 2007년 8월까지가 수질악화의 임계점을 지나는 시점이다.

갯벌은 아직 완벽히 죽지 않았고, 수질오염의 임계점이 도래하리라고 예상되는 시점은 정확하게 대선 기간과 겹친다. 과연 담수호를 유지한 상태에서 정부의 '환경친화적 개발'이 가능할 수 있을까? 과연 해수유통을 하게 될 것인가 아니면 새만금 사업이 계획대로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인가? 정치와는 전혀 상관없이 생태계와 수질이라는 두 가지 모델링이 결합된 과학 논쟁의 결과, 이 논쟁은 길어도 앞으로 1년 반 내의 수질 계측에 의해서 결정이 난다.

***1년 6개월 후 '해수 유통'은 필연적이다**

누가 옳을까? 대부분의 개별 과학자들은 해수에 사는 어패류의 집단폐사에 의해서 절대로 목표 수질을 맞출 수 없을 것이라고 조언해주었다. 계산해본 사람이 있을까? 불행히도 이 수질 예측치를 계산해본 사람은 없다. 새만금 앞바다에 얼마나 많은 바닷물고기가 살고 있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부패될 단백질 총량을 계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목표수질을 계산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 임계점을 쉽게 넘어갈 것이라는 점만은 예측이 어렵지 않다.

법원의 결정이나 전북도민의 요원이 정치의 영역이라면 생태계의 변화와 수질은 과학의 영역이다. 물론 아무도 그 결과를 속단하거나 예단하기는 어렵다. 현재 알려진 데이터들로 미루어 볼 때 정부가 장담하는 목표수질을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추가 변수가 등장한 셈이다. 그리고 이 사항이 과연 옳은 진단인지 아닌지는 길어야 1년 반 정도면 알게 된다. 그게 생태주의와 생태학의 차이이기도 하고, 철학과 과학의 차이이기도 하고, 정치와 엔지니어링의 차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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