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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의 보복전' 시드니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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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의 보복전' 시드니 사태

SMS가 큰 역할…파병과 고용 문제가 불씨

11일 호주 시드니에서 발생한 폭력사태가 이틀째 이어져 12일 밤에도 계속됐다.

11일 사태가 중동계 갱단이 백인 인명구조대원들을 구타한 데 대한 백인 청년들의 보복이라면, 12일 사태는 11일 백인의 폭력에 대한 중동계 청년들의 재보복 성격이 짙다.

***보복의 보복전…폭동확대 일등공신은 SMS**

지난달 초 이민자 소요 사태를 겪은 프랑스에 이어 평화로운 다문화주의 국가로 알려졌던 호주도 인종간 폭력 사태에 휩싸이자 소위 '문화충돌'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4일 시드니 크로눌라 해변에서 레바논계 갱단이 2명의 백인 인명구조대원들을 폭행한 데서 시작했다. 이 폭행이 호주 언론에 보도되자 분노한 일부 백인들이 라디오 토크쇼에 출연해 "11일 크로눌라에 모여 보복하자"고 백인 청년들을 선동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5천여 명의 백인 청년들이 크로눌라 해변에 모여 시위대를 조직했다. 이 시위대는 인근에 지나가던 중동계로 보이는 청년들을 무차별 구타하고 앰뷸런스 구조대원을 폭행하고 경찰차를 부수는 등 폭도로 돌변했다.

다음날인 12일 밤 시드니 인근에 거주하는 중동계 청년들 600여 명이 100여 대의 차량을 타고 크로눌라 지역으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백인 청년들에 대한 보복을 다짐하며 공중에 총을 발사하고 인근 시민들을 무차별 공격하고 길거리 차량과 상점 유리창을 부수는 등 난동을 피웠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다름 아닌 휴대폰 문자메시지(SMS).

11일 1차 폭동 때는 백인 청년들에게 집단 발송된 "호주인들은 해변으로 집결하라"는 신원불명의 SMS가 시위대 조직에 큰 역할을 했다. 12일 2차 폭동 때도 중동계 청년들이 "호주 놈들은 하나로 뭉친 아랍인들의 힘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제 정말 전쟁이다" 등의 SMS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종주의는 없다? vs. 예정된 일이었다**

이틀째 계속된 폭력사태에 대해 존 하워드 호주 총리는 "넌더리나는(sickening) 일"이라고 말하면서도 이 사건이 인종주의에 근거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앞서 그는 11일 사태에 대해 "인종이나 외모를 보고 사람을 공격하는 것은 야만적 행위"라며 "모든 호주인은 그 같은 야만적 행동을 배격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폭동을 계기로 호주 내 인종주의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호주 집권당인 노동당은 하워드 총리가 호주 내 인종주의를 부정한 데 대해 의견을 달리했다. 해리 퀵 노동당 의원은 "호주 문화 속에 인종주의가 배태되어 있다"며 "연방 지도자들이 이를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리스 예마 현지 주지사도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이번 폭동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또한 밥 브라운 녹색당 당수는 "인종 갈등에 따른 폭력 행위가 호주의 국제적 명성에 먹칠을 했다"고 비난했다.

***이라크 파병 및 고용 불안 등이 불씨 키운 듯**

호주 인구 2천만 명 중 약 4분의 1 가량이 외국 출생이다. 그 중 이슬람계 이민자들이 30만여 명에 이르는데 이들은 주로 대도시 저소득층 교외에 거주하고 있다.

아랍계·중동계 청년들과 호주 백인들 사이의 갈등은 2001년 미국 9.11 테러와 2002년 발리 테러 이후 호주 사회의 문제점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이 갈등이 심화된 것은 하워드 총리가 2003년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면서부터다. 많은 이슬람계 호주인들은 하워드 총리가 2003년 이라크전 파병을 결정한 데 반감을 가지고 있다.

최근 하워드 총리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반테러 법안'과 '노동관계법 개정안'도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

'반테러 법안'이 채택되면 호주 경찰은 테러용의자를 별도의 법률적 장치 없이 14일 동안 구금할 수 있고 1년 동안 전자감시 추적장치를 달아 행동반경등을 감시할 수 있다. 테러용의자가 주로 중동계 외모를 가진 사람들에 국한된다는 점에서 이슬람계 호주인들은 이 법안에 반발하고 있다.

'노동관계법 개정안'은 노동자 해고를 막아온 다수의 법률적 제약들을 철폐하고 기업이 노조와의 협상 대신 개별 고용계약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고용유연화를 핵심으로 한다. 이슬람계 호주인 대다수가 저소득층 임금노동자로 노동관계법개정안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사태 3일째인 13일 호주의 일부 언론들은 현재 중동계-백인계 청년 지도자가 모여 화해를 모색중이라고 전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이 진압 과정에서 편파적인 태도를 취한다거나 양측의 국지적인 갈등이 벌어질 경우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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