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8일 학장회의를 소집해 황우석 교수의 논문 진위 논란에 대해 의견을 수렴한 결과 신중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서울대 생명과학 분야 소장파 교수들은 정운찬 총장에게 황 교수가 소속돼 있는 서울대가 자체 진상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정 총장은 "젊은 교수들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서울대가 나서서 재검증을 실시할 경우 외국 학계의 오해를 살 수도 있으므로 섣불리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건의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소장파 교수들의 향후 대응도 주목돼 경우에 따라서는 학내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마저 조심스럽게 관측되고 있다.
노정혜 서울대 연구처장은 8일 학장회의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여론에 휩쓸리지 말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과학은 과학으로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으며 학교가 나서기보다는 지켜보자는 신중론이 우세했다"고 전했다.
대학본부는 학장회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보직 간부회의를 소집해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노 처장은 "정 총장도 학장단의 신중론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학교 차원에서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여 입장 정리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학장회의에서는 연구결과에 대한 조작.허위.표절 등에 대해 검증하는 연구윤리국(OSI)을 본부 차원에서 설치하는 것을 중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한편 서울대의 생명과학 관련 소장파 교수 2명은 이날 오후 5시께 정 총장에게 황 교수의 논문 진위 논란에 대한 대학 차원의 검증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전달했다.
소장파 교수 30여 명이 서명한 `총장님께 드리는 글'이란 제목의 글에서 "세계 유수 대학에서는 과학자의 연구윤리를 감시하고 있으며 논문의 진실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 반드시 일차적으로 해당 연구자의 소속기관에 의한 진상조사가 이뤄지는 게 관례"라며 "서울대도 이런 시스템을 확립해 주실 것을 건의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황 교수 논문 내용이 사실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생명과학 분야의 전문가로서 황 교수의 연구에 줄기세포 사진뿐 아니라 DNA 지문분석 데이터의 상당수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어 단순한 편집상의 오류로 보기에는 무리한 부분이 많다"며 "재검증만이 향후 서울대에서 수행되는 모든 연구가 국제적 신뢰를 잃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라고 주장했다.
자연대의 한 교수는 "생명과학부, 농업생명과학대, 의대, 치의대 등 생명과학에 관련된 대학의 젊은 교수들을 중심으로 황 교수에 대해 제기된 의혹을 대학 차원에서 규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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