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가 지나갈 자리인 경북 경주시 내남면 덕천리 일대에서 기원전후 무렵에 조성된 목관묘(木棺墓, 나무널무덤) 80기와 옹관묘(甕棺墓, 독무덤) 50기를 비롯해 초기 신라시대에 속하는 유적이 무더기로 확인됐다.
또한 청동기시대에 축조된 주거지 9개 동과 석관묘 1기, 신라시대에 조성된 도랑 시설, 통일신라시대의 도로 유적 3개소 외에 각 시대를 망라하는 각종 유물 840여 점이 대량으로 출토됐다.
이 덕천리 일대 뿐만 아니라 경부고속철이 통과하게 될 경주 일대 각 구간에 대한 발굴조사가 일제히 시작됨에 따라, 고속철 구간을 둘러싸고 1990년대 중반에 전개된 논쟁이 재개될 전망이다.
고속철 운영주체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의뢰로 2004년 6월 이후 덕천리 일대를 발굴 중인 영남문화재연구원(원장 이백규)은 조사 결과 충적평야 지대에 위치한 청동기시대 평지성 취락을 필두로 초기 신라시대의 각종 고분을 비롯한 대량의 유적을 수습했다고 7일 밝혔다.
청동기시대 석관묘에서는 화장의 흔적이 나타났다. 또한 목관묘와 옹관묘를 무더기로 확인함으로써 지금까지 경주 일대에서 조사된 같은 시대 유적들인 경주 황성동 유적과 사라리 유적, 옥성리 유적, 조양동-구정동-구어리 중산동 유적 등과 함께 초기 신라사를 밝혀줄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발굴단은 "사로국(초기 신라)의 모체가 되는 또 다른 집단의 존재를 확인한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유적의 남쪽과 북쪽에서 확인된 통일신라시대의 도로 유적은 경주 왕경지구에서 확인된 도로와는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귀중한 성과로 평가된다.
이 도로에서는 수레가 다닌 흔적이 확인됐으며, 아울러 제철 관련 슬래그도 출토됨으로써 유적 북쪽 인근 지점에 위치한 덕천리 야철지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초기 삼국시대의 고분에서 출토되는 유물로는 토기, 철기, 장신구류를 중심으로 많은 양이 수습됐다. 토기는 357점, 철기는 298점, 장신구 18점이었다.
16호, 70호, 80호 묘에서는 오리모양 토기와 신선로형 토기가 함께 출토되기도 했으며 철기류는 도끼와 낫, 따비, 화살촉, 환두대도, 끌, 판상철부 등이 있다. 장신구로는 수정제 곡옥, 수정제 다면옥, 마노제 다면옥, 유리제환옥이 확인됐으며 15호 묘와 24호 묘에서는 금박 '샌드위치 구슬'이 출토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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