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후보 지지자들은 개표가 시작된 2일 오후 6시께부터 서울광장으로 모여들어, 상기된 표정으로 개표 방송을 지켜봤다. 누구의 당선도 확신할 수 없을 정도로 근소한 표차가 유지됐지만, 한 후보 지지자들은 "서울시장 한명숙!"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한껏 들뜬 분위기였다.
개표가 점차 속도를 내면서, 서울광장은 한껏 축제의 분위기로 달아올랐다. 일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한명숙 후보를 상징하는 노란색 장미를 나눠들었고, "세훈아 방 빼"라고 쓰인 팻말이 등장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 한명숙 후보가 서울광장에 등장하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 서울광장에 등장한 피켓. ⓒ프레시안(선명수) |
한명숙 "지금 추세라면 당선 희망이 보인다"
정작 '반전 드라마'의 주연 배우는 다소 신중한 모습이었다.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오전 1시께 서울광장을 찾은 한명숙 후보는 "현재 개표가 20퍼센트 남짓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차분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이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애초 한명숙 후보는 오전 12시께 서울광장을 찾을 예정이었지만, 개표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는 바람에 방문이 한 시간 가량 늦어졌다. 한 후보는 "아직 당선을 선포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 새벽에 시민 여러분들이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기다려 주셨기 때문에 오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도 "지금의 추세라면 당선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 서울광장을 찾은 한명숙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
그는 또 "우리가 손을 맞잡고 함께 만들어야 할 세상이 있다. 어려운 고비를 수차례 넘겨왔지만, 야 4당과 시민사회가 힘을 합친 이 연합이 우리를 승리로 이끌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당선을 바라는) 여러분의 심정을 잘 알지만, 이제 집으로 돌아가 끝까지 개표 상황을 침착하게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고 말하며 1시 20분께 서울광장을 떠났다.
한 후보와 함께 서울광장을 찾은 민주노동당 이상규 전 서울시장 후보는 "이번 선거는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북풍을 휘몰았던 선거"라며 "그러나 우리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막판 뒤집기를 만들고 있다. 아직 당선을 속단할 수는 없지만, (개표 상황이) 이대로라면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광장을 찾은 김태열(39·성동구) 씨는 "여론 조사 결과를 보고 절망했지만, 결국 한명숙 후보가 승리할 거라고 본다"며 "젊은 층이 투표에 많이 참여한 것이 큰 힘이 된 것 같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트위터 친구 10여 명과 함께 서울광장을 찾았다는 이모(32·마포구) 씨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발이 이런 역전을 만들어낸 것 같다"며 "한명숙 후보가 기대를 저버리지 말고 현명한 정치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