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황우석 교수에게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윤리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서울대 수의대 기관윤리위원회(IRB)의 조사과정 자체에 대해서도 공정성 시비가 일 전망이다. 난치병 환자의 아버지 등이 이 위원회의 위원 자격으로 이번 사안에 대한 조사를 담당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황우석 연구' 자문 교수, 난치병 환자 아버지 등이 위원**
24일 <프레시안>이 서울대 수의대 기관윤리위원회의 위원 8인의 명단을 확인한 결과 4명은 수의대 교수들이고, 외부인사 2명도 직간접적으로 황우석 교수와 친분이 있는 이들로 확인됐다.
외부인사 중 한양대 정 모 법대교수는 황우석 교수가 2005년 <사이언스>에 기고한 논문에 대해 윤리 자문을 해준 당사자로 알려져 있다. 정 교수는 최근 "황 교수팀은 난자 기증 절차를 철저히 준수했다"는 내용을 담은 논문을 미국 케이스웨스턴 대학 현인수 교수와 함께 미국 생명윤리학회지에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 정 교수가 위원으로 끼어 있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봐왔다.
더 문제인 것은 기관윤리위원회 위원 중 김 모 목사의 경우다. 김 모 목사는 황우석 교수가 2005년 <사이언스>에 기고한 논문에 등장하는 '자신의 줄기세포를 추출한 난치병 환자'의 아버지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해야 할 기관윤리위원회 위원으로 이번 사안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외부인사가 위촉돼 있는 것이다. 다른 1명은 동국대 불교대학원장으로 있는 보광 스님이다.
***민주노동당 "박은정 교수는 자신이 위원인 줄도 몰라"**
정작 생명윤리 관련 전문가인 서울대 법대의 박은정 교수는 기관윤리위원회 위원으로 자신이 위촉돼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고 민주노동당이 폭로했다.
민주노동당 한재각 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박 교수는 2004년 12월경 독일에 있을 때 황우석 교수로부터 수의대 기관윤리위원회의 위원을 맡아달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그러나 그는 당시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제의를 거절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민주노동당이 올해 8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전달받은 기관윤리위원회 위원 명단에는 박 교수가 끼어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박 교수는 본인도 모르는 상태에서 황 교수의 연구 등에 대한 수의대 IRB의 심사에 참여한 셈이 돼버린 것이다.
***복지부 생명윤리팀 상황 파악 못 해…"누가 조사했는지 모른다"**
이런 정황과 관련해 보건복지부 생명윤리팀은 상황파악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프레시안>은 생명윤리팀에 이번에 황우석 교수의 윤리 문제를 심사한 수의대 기관윤리위원회 위원 명단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했으나 "위원 명단을 별도로 받은 적이 없다"는 답뿐이었다.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사안에 대한 조사결과 발표의 신뢰도와 공정성 평가를 좌지우지할 위원 명단조차도 복지부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 생명윤리팀 관계자는 "지금 가지고 있는 기관윤리위원회 위원 명단이 처음의 것인지 갱신한 것인지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관윤리위원회의 공정성 문제도 지금으로서는 할 말이 없다"며 "수의대 기관윤리위원장의 직인이 찍혀 있기 때문에 조사결과를 국민에게 발표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재각 연구원은 "서울대 수의대 기관윤리위원회 위원 명단의 문제는 이 기구의 조사가 얼마나 불공정했는지, 또 복지부가 이번 사안에서 얼마나 '황우석 눈치 보기'로 일관하고 있는지를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제3의 기구가 이번 의혹을 전면적으로 다시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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