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가 그동안 거짓말을 해 온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서울대 수의대학 기관윤리위원회(IRB)의 조사 결과 황 교수팀이 소속 여성 연구원 2명으로부터 연구에 쓰일 난자를 채취했고 황 교수도 이런 사실을 최소한 2004년 5월경에는 알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 과학계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는 것이 초미의 관심사다.
하지만 정작 서울대 수의대 기관윤리위원회는 황 교수 사태에 대해 "서양과 한국의 문화적 차이에서 생긴 일로서 법적, 윤리적 책임을 물을 필요가 없다"고 결론을 내려 이 기관의 조사가 사실상 황 교수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요식 행위였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원 난자 제공은 사실…황우석 교수, 2004년 5월에 알아"**
서울대 수의대 기관윤리위원회는 24일 복지부를 통해 '황 교수팀의 체세포 줄기세포 연구를 위한 난자 수급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기관윤리위원회는 전ㆍ현직 연구원 34명에 대한 진술서, 당사자와의 전화 통화 및 직접 대면 조사 등을 통해 조사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난자를 제공한 2명의 여성 연구원은 2003년경 자발적으로 난자를 제공했다. 현재 인천 소재 모 의대 교수로 재직 중인 한 연구원은 "2004년 5월 <네이처>에 난자 제공을 인정한 1차 답변 후 사안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닫고 번복 인터뷰를 했다"고 증언했다. 이 연구원은 "번복 인터뷰는 스스로 결정해서 한 것"이라며 황 교수와 사전 상의가 없었음을 강조했다.
황 교수는 2004년 5월말 연구원들과 면담을 통해 난자 제공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해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는 "두 연구원 이외에 또 다른 난자 기증 사례는 없었다"며 "황 교수팀 내에서 은연중에 난자 기증 요구 분위기 등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리문제 없다…동ㆍ서양의 문화적 차이"**
한편 이 보고서는 황 교수팀이 2004년 <사이언스>에 게재된 연구를 하면서 미즈메디병원으로부터 난자를 제공받았으며 이 병원 노성일 이사장은 2003년 말까지 난자를 제공한 일부 여성에게 평균 150만 원 상당을 지급한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보고서는 "노 이사장은 황 교수팀에게 난자를 제공할 때 기증자로부터 동의서까지 받아 문제가 없는 난자임을 명백히 확인해 줬다"며 "황 교수는 일부 난자 제공자에 대해 '실비' 등이 지급된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보고서는 "이런 사실은 △(난자 제공이) 강요나 회유에 의한 것이 아니고 △영리를 추구하기 위한 대가가 오고간 것도 아니기 때문에 법이나 윤리 준칙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보고서는 "△현행 생명윤리법 발효 이전이었고 △난자 제공과 관련한 국내외적 윤리 가이드라인도 존재하지 않은 상태였으며 △'헬싱키 선언'도 고용ㆍ피고용 등 특수 관계인 경우라고 해서 (난자 제공 등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신중을 기하라는 것일 뿐이라는 배경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보고서는 "더욱이 난자를 기증한 연구원의 경우는 연구 책임자인 황우석 교수가 난자 제공을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의 자발적 의지로 난자를 제공했기 때문에 결국 인간의 존엄성과 존재 가치에 대한 동ㆍ서양 문화 차이에서 연유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 윤리규범 위반 논란 '점화'**
사실상 서울대 수의대 기관윤리위원회는 황우석 교수에게 '면죄부'를 줬지만 황 교수는 그 동안의 거짓말에 대한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그 동안 과학계와 윤리학계에서는 지속적으로 소속 연구원의 난자 제공 여부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 왔다. 기관윤리위원회의 해석과는 달리 1964년 발표된, 인체를 대상으로 한 과학 연구의 국제기준인 '헬싱키 선언'은 "시험 수행에 대한 동의를 얻을 때 의사는 피험자가 자기에게 어떤 기대를 거는 관계가 아닌지 또는 그 동의가 어떤 강제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은 아닌지에 대해 특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약자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는 연구원으로부터 난자를 채취하는 행위는 비판 받아 마땅한 윤리준칙 위반이라는 것이다. 또 황 교수는 <사이언스>에 게재된 논문에서 "난자 공여자나 그녀의 가족, 친지, 친구들 중 그 어느 누구도 이 연구로부터 혜택을 볼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난자를 기증한 연구원은 논문의 공저자 중 한 사람으로 논문 발표를 통해 학계에서 명성을 얻을 수 있는 지위에 있었음이 분명하다.
***'황우석 거짓말' 비판 불가피**
또 황우석 교수가 최소한 <네이처>가 연구원 난자 채취 의혹을 제기한 2004년 5월경에는 이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2년이 넘게 부인으로 일관해온 것도 비판 받을 만한 부분이다.
황 교수는 기관윤리위원회에 "난자를 제공한 소속 연구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야 했기 때문에 연구원으로부터 난자를 채취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연구 초기에 자칫 윤리 문제가 부각될 경우 연구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기 때문에 '덮고 가자'는 판단이 강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 애초 윤리 문제를 뒷전에 미뤄둔 것이다.
한편 그 동안 관련 의혹이 모두 다 사실로 드러나면서 2004년 <사이언스>에 게재된 황우석 교수팀 연구에 대한 심의를 맡았던 한양대병원 기관윤리위원회와 스스로 '윤리 문제를 자문했다'고 공언해 온 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도 책임을 면치 못하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황우석 교수의 해명과 29일로 예정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자체 조사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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