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세계 최대 규모로 쌓인 외환보유고를 활용해 주변국들에 대해 대대적인 정부개발원조(ODA)에 나설 태세를 분명히 하고 있다고 일본 <산케이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계획을 입안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산하 싱크탱크에서 최근 작성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풍부한 외환보유고를 활용해 대규모 '환류기금'을 창설하고 이를 통해 중국 주변의 13개국에 중장기 차관을 제공함으로써 이들 나라의 사회인프라 정비를 지원할 것을 제안했다.
***"중국의 설비와 기술 도입 조건으로 동남아 지원"**
특히 이 보고서는 새로 설립할 외환 환류기금이 다른 나라들에 지원하는 차관 중 절반 정도에 대해서는 차관 수혜국에서 중국 기업이 판매하는 설비나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무조건을 부과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 환류기금은 중국의 수출입은행이 운영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중국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중국이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이용해 인접 국가들에 대한 경제외교를 강화하려는 의도"라거나 "중국이 원조, 수출, 투자를 일체화하여 대외 무역과 투자를 강화하려는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은 보도했다.
중국이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실제로 이런 보도대로 활용하게 된다면 동아시아 전역, 특히 동남아시아에서 중국과 일본의 경제권(經濟圈) 다툼이 본격화하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일본은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실현하던 1970~1980년대에 동남아시아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원조공여에 나서 이 지역을 자국 경제권으로 장악하는 계기를 마련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중국이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이용해 이와 유사한 경제권 확장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막대한 보유외환 규모로 파장 클 듯, 북한 수혜 정도도 관심**
더욱이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데에다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어서 외환보유고를 이용한 중국의 대외원조가 본격화되면 그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지난 6월 말 현재 홍콩의 1220억 달러를 포함해 모두 8379억 달러에 이르러, 8340억 달러인 일본의 외환보유고를 이미 넘어섰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은 위안화의 절상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위안화를 내다팔고 달러화를 사들이는 외환거래를 계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앞으로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 5년 뒤에는 1조2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최근 채택해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인 '제11차 5개년 계획'에서 급증하는 외환보유고의 효과적 운용을 과제로 삼고 있으며, 이번 외환 환류기금 조성방안도 그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중국이 앞으로 실제로 외환보유고를 활용한 대외원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중국과 우호관계에 있는 북한에 어느 정도의 원조자금이 배정될 것인지도 미리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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