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미국 연방 항소법원에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기각당한 한국과 중국, 대만, 필리핀 등 4개국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연방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들 위안부 피해자 15명을 위해 무료 변론을 맡고 있는 '코헨, 밀스타인, 하우스펠트 앤드 툴' 법률회사의 변호인단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제출한 소장에서 위안부 문제는 국제관계에 관한 정치적 문제이므로 전적으로 행정부 소관이고 사법부가 판단할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워싱턴D.C. 항소법원이 기각결정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며, 대법원에서 이 사건을 심리해줄 것을 청원했다고 워싱턴 정신대문제대책위 서옥자 위원장이 30일 밝혔다.
변호인단은 특히 다른 지역 항소법원들은 물론 대법원도 유사 사건들에 대해 이 판결과 다르게 국제관계에 관한 정치적 문제라도 사법부가 법적 차원에서 해석, 판단할 수 있다고 판결한 사례들을 들어 "항소법원들 간의 이런 차이는 미국의 헌법에 규정된 3권분립에 관한 문제"라며 대법원이 항소법원 측에 이 사건을 대법원으로 이송토록 명령할 것을 청원했다.
이 법률회사는 나치 치하에서 강제노역에 동원된 유대인들이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의 기업들을 상대로 미국에서 제기한 소송을 맡아 승소했으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도 "주권국가라 할지라도 소추면제 예외조항에 해당될 경우 미국에서 소송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권국가 소추면제 개정법(FSIA)'이 적용될 수 있다는 입장에서 강제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무료변호를 맡고 있다.
워싱턴D.C. 항소법원은 그러나 FSIA 적용가능 여부를 판단하기 전에 이 사건은 전쟁 중 행위 관련 국제조약에 관한 것이므로 전적으로 행정부가 판단할 일이라며 사법판단의 대상에서 배제한다고 밝히고 기각했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소장에서 특히 사법부가 미국이 서명한 국제조약은 물론 다른 외국간 조약에 대해서도 해석할 권한이 있다는 다른 지역 순회 항소법원의 판결을 지적하며, 1965년의 한일 기본협정이나 중국과 일본 간 청구관련 조약을 해석할 수 없다는 워싱턴D.C. 항소법원의 판결에 이의를 제기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대법원 상고는 우선 미 법정에서 위안부 피해자 배상 문제를 심리할 수 있는 길을 열기 위한 것으로, 대법관 9명 중 최소한 3명의 찬성으로 이 사건이 대법원에서 심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황금주(일본군 위안부 출신 할머니) 대(對) 일본' 사건으로 명명된 이 배상청구 소송은 2000년 9월 처음 제기돼 1심과 항소심에서 각각 기각됨으로써 대법원 심리 외에는 미국에서 법적 다툼을 벌일 기회가 거의 사라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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