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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가에서 사회주의자로, 다시 자본가로"

중국 '붉은 자본가' 원조 룽이런 89세로 사망

중국에서 '붉은 자본가'의 원조 격인 룽이런(榮毅仁)이 향년 89세로 사망했다. 룽이런은 1949년 공산주의 혁명 이후에도 대륙에 남기로 결정한 '붉은 자본가'의 대표적 인물로 1980년대부터는 덩샤오핑의 적극적인 후원 아래 '중국식 자본주의'를 선도해 국가부주석의 지위까지 올랐다.

***자본가에서 사회주의자로, 다시 자본가로**

자본가에서 사회주의자로, 다시 자본가로. 롱이런의 인생역전은 중국 현대사가 '압축판'이라고 할 수 있다.

상하이에서 밀가루와 면직물로 재계를 주름잡던 룽더셩의 아들로 태어난 룽이런은 중국의 전형적인 민족자본가 집안 출신이다. 룽더셩은 청나라 말기 '방직업계의 대왕'으로 불리며 중국에 진출한 서구 자본가와 경쟁한 중국의 대표적인 토착 기업인이었다.

1949년 혁명 이후 대부분의 자본가들이 대륙을 떠날 때 룽이런은 대륙에 남기로 했다. 공산화 초기만 해도 중국은 전후복구를 위해 자본가를 높이 대우했고 룽이런은 기꺼이 혁명에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룽이런은 1956년 개인기업을 국가와 합작하는 형식을 통해 '사회주의적 소유'의 기업으로 전환시키는 등 자본가에서 사회주의자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사회주의자 룽이런은 1959년 상하이 부시장, 중앙의 방직공업부 부부장, 국가수출관리위원회 고문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지만, 1966년 발발한 문화 대혁명이 그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자본가로 분류되어 재산을 모두 몰수당했을 뿐만 아니라 홍위병들에 의해 채찍으로 구타를 당하는 등 갖는 고초를 겪는다. 그 뒤 룽이런은 공장 수위로 일하는 등 완전히 몰락의 길을 걷는 듯했다.

하지만 1976년 마오쩌둥의 사망으로 문화 대혁명이 막을 내리고 4인방이 몰락하면서 룽이런은 화려하게 부활한다. 4인방 몰락과 함께 재등장한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을 시작한 직후 룽이런을 다시 기용했다. 1978년 1월 17일 덩샤오핑은 룽이런과 만나 그에게 국제적인 투자신탁회사를 만들도록 전권을 부여한다. 바로 룽이런이 22년만에 다시 자본가로 화려하게 부활하는 순간이었다.

***14년 동안 중국 최대 기업 일궈내며 '붉은 자본가' 상징으로 자리매김**

덩샤오핑의 적극적인 지원에 따라 룽이런은 1979년 10월 베이징에 중국국제신탁투자공사(CITIC)를 설립했다. 중국 최대 기업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룽이런은 이 회사를 14년 동안 이끌면서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을 선도한다.

이 '붉은 자본가'는 1993~98년 5년 동안 국가부주석을 지내면서 '중국식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인물로 자리 잡았다. 1997년 홍콩반환 때 중국 측 대표로 찰스 황태자와 함께 반환행사를 주관하는 영광도 누렸다.

'홍콩의 날개' 캐세이퍼시픽을 비롯해 대륙과 홍콩에 전력·금융·통신·철강회사를 거느린 CITIC는 현재 룽이런의 아들 룽즈젠이 맡고 있다. 투자를 비롯한 자본운용에 있어 중국 최대의 실력자로 평가되는 룽즈젠은 2004년 <포브스>가 선정한 개인재산 15억 달러를 소유한 중국 최고 갑부로 꼽히기도 했다.

1956년 1월 5일 룽이런은 상하이의 기업인들과 함께 개인기업을 국가와 합작하는 형식으로 헌납하면서 "우리 아이들 중에 음악가나 엔지니어가 되려는 아이는 있겠지만 이제 자본가가 되려는 꿈을 가진 아이는 없겠지"라고 사회주의 중국의 밝은 미래를 전망했다. 다시 자본가로 탈바꿈해 생을 마감한 그는 '자본주의 중국'의 미래를 낙관했을까?

<상자기사 시작>

***붉은 자본가**

'붉은 자본가'는 공산당원이거나 공산당을 지지하는 기업인을 말한다. 룽이런의 예에서 보듯이 '붉은 자본가'의 전형적인 이미지는 중국 공산당이 임명한 기업인으로 당에 기여하는 '당의 일꾼'이었다. 하지만 올해 초 중국의 민영기업 대표들 가운데 공산당원이 33.9%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는 '붉은 자본가'의 모습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중국의 기업인들은 당활동이 기업활동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입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자 기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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