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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 바람에 뿌리내린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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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 바람에 뿌리내린 꽃

[전시] 성남훈 사진전 1일부터 서울 통의동 류가헌에서

바람에 뿌리를 내린 집시는 낭만의 상징이었다. 스스로 자유를 선택하고 길 떠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들의 삶을 동경하지 않았던 이 몇이나 될까? 그런데 집시의 삶이 '떠밀린 삶'이며, 거부당하고 차별받는 유랑 난민 신세이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유럽연합 25개국에서 무슬림이나 아시아계보다 더 극심한 차별을 받는 소수 인종이자 집단인 집시는 주거, 고용, 교육 등 최소한의 기본권을 보호받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오늘날은 더욱 그렇다. 오랫동안 집시의 삶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사진가 성남훈은 "그 동안 유럽 각국에서 시행했던 집시 정책은 집시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체계적으로 말살시키려는 것들 뿐이었다"고 기억한다. 그는 또 "이런 환경에서 이제 집시의 삶이 더이상 방랑하는 자유의 상징이거나 '구속 받지 않는 영혼'이 아닌 뿌리 내릴 살터를 찾지 못한 '정처 없는 방황'이 되어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의 사진은 이런 현실을 기록해 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현실 고발에 얽매이지 않고 집시 고유의 '어떤 것'을 찾으려 애썼다. 자유로운 영혼의 상징이던 집시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 아픔 사이에 핀 집시 특유의 활기와 짙은 애수가 녹아든 격정의 '꽃'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 꽃은 암담한 현실의 틈바구니에서 아직 살아있는 진짜 집시의 모습이었다. 그의 사진은 가벼운 연민에 젖지 않고 양심적이면서도 아름답다. 성남훈 사진의 힘이 여기에 있다.

ⓒ 성남훈
ⓒ 성남훈
성남훈의 집시 사진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왔다. 이번에는 신작 컬러 사진까지다. 6월 1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류가헌>에서 그의 사진전 <집시, 바람에 뿌리내린 꽃>이 열린다. 1991년부터 1993년까지 기록했던 루마니아 집시의 빈티지 사진 12점과 2000년대 루마니아, 프랑스, 스페인, 오스트리아에서 새로 작업한 컬러 사진을 포함해 모두 30여점이 어우러진다. 90년대 초기작과 2000년대 신작을 한 자리에서 만나는 흔치 않은 기회다.

ⓒ 성남훈
ⓒ 성남훈
ⓒ 성남훈
ⓒ 성남훈
사진가 성남훈은...

1993년 프랑스 파리 사진대학 '아카르 포토'를 졸업했다. 1992년 재학 중 루마니아 집시로 파리 그랑펠레 '르 살롱' 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루마니아, 보스니아, 코소보, 아프카니스탄, 이라크 등 20개국의 분쟁지역을 기록해왔다. 소외된 사람과 아시아 여성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며 타임, 르 몽드, 리베라시옹 등 세계 권위지에 기고 및 여러 차례 국제보도사진 분야에서 수상했다.

1992 파리 그랑펠레 '르 살롱' 전 최우수상 수상 - <루마니아 집시>
1993 프랑스 파리 사진대학 '아카르 포토' 졸업
1994~2005 프랑스 사진에이전시 '라포(Rapho)' 소속
1999 월드프레스포토 '일상뉴스 부문' 수상
2006 제5회 동강사진상 수상제2회 한미사진상 수상
2009 월드프레스포토 '포트레이트 부문' 수상

문의: 류가헌 02-72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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